별아저씨의 별별이야기|금성·목성·토성
별아저씨의 별별이야기|금성·목성·토성
  • 글 김호섭 기자
  • 승인 2014.04.23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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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이 뜨면 밥 달라고 컹컹컹

봄에는 매우 밝은 천체 두 개가 서쪽과 동쪽에서 빛난다. 서쪽의 천체는 저녁 때, 동쪽의 천체는 새벽에 볼 수 있다. 서쪽에서 보이는 밝은 천체는 목성(Jupiter)이며, 동쪽은 금성, 즉 샛별(Venus)이다. 목성은 따로 부르는 별도의 이름은 없지만 금성은 새벽에 새로 빛나는 별이니 샛별만큼 어울리는 이름도 없을 것이다. 금성은 위치에 따라 저녁에 해가 진 직후 서쪽에서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금성은 일 년 내내 새벽에 동쪽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해가 지고 서쪽에서 보이는 금성을 특별히 개밥바라기라고 부른다. 개가 밥을 바라는 별인 것이다.

▲ 목성은 망원경으로 보면 선명한 두 줄의 띠(belt)가 보인다. 목성 오른쪽과 왼쪽 점은 위성인 이오와 가니메데.

우리 선조들은 금성을 그냥 밝은 별로 여겼을 것이다. 종일 굶은 개가 밭에서 돌아온 주인을 보고 밥 달라고 짖어대는데 개밥을 줄 때마다 서쪽에 밝은 별이 빛났을 것이다. “거참 희한하네. 서쪽에 밝은 별만 떠있으면 이놈의 개가 밥 달라고 난리여”라며 그 별의 이름을 개밥바라기로 지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아무튼 금성과 목성은 다른 별(항성)에 비해 유난히 밝아 UFO나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목성 관측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요즘, 관측 시기는 대략 한 달 정도 남아 있다. 각각의 공전주기에 따라 지구에서 보는 목성이 태양과 가까워지면 보기 힘들어지게 된다. 물론 금성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외행성(화성을 포함하여 더 멀리 있는 바깥 행성들)의 경우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과 거리가 가장 멀어질 때 오랫동안 관측이 가능하고 또한 가장 밝게 빛난다.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충’ 상태라고 부르며, 태양-지구-외행성의 순으로 직선이 되는 상태이다. 목성은 이미 충 상태를 벗어나 점점 태양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반면에 내행성인 수성과 금성은 충 상태가 성립될 수 없어 한밤중에 볼 수 없다. 즉, 어떤 경우라도 내행성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궤도를 돌기 때문에 지구 뒤쪽으로 갈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내행성과 외행성의 위치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으면, 목성이 왜 밤중에 보이고 금성은 초저녁 또는 새벽에만 보이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육안으로 쉽게 식별이 가능한 행성은 금성과 화성, 목성, 토성 정도이다. 나머지 행성 중 수성은 태양과 지나치게 가깝기 때문에, 반대로 천왕성과 해왕성은 너무 멀기 때문에 육안으로 관찰하기가 어렵다.

올봄에 화성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별자리로 설명하면 쉽다. 그러나 사람들이 별자리들을 모두 알고 있지 않아서 쉬운 설명이 오히려 더 어려운 주문이 될 수 있다. 화성의 특징은 매우 붉다는 점이다. 늦은 밤에 남동쪽에서 남서쪽 사이를 살펴보면 유난히 붉게 빛나는 천체가 화성이다. 목성이나 금성보다는 어둡긴 하지만 워낙 붉은 색이 강해서 정상 시력을 가진 분이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 토성은 지구에서 보았을 때 해마다 고리의 기울기가 변한다.

여기서 잠깐 목성과 금성의 천문학적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400여 년 전 일반 망원경을 거치기구에 고정한 뒤 밤하늘을 최초로 올려다 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목성과 그 주변을 돌고 있는 4개의 위성을 통해서 천동설의 허구를 밝혀냈고, 그 연구 결과에 쐐기를 박은 것이 바로 금성의 위상 변화였다. 금성은 내행성이므로 태양-금성-지구의 순서로 놓였을 때 금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며 그 크기 또한 커지는데 이때를 ‘내합’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금성-태양-지구의 위치가 되었을 때를 ‘외합’이라고 하며 지구에서 보는 금성은 가장 작게 보이게 된다. 금성은 망원경으로 확대하여 보았을 때 내합 전후의 가장 큰 모습과 외합 전후의 가장 작은 모습의 크기 차이는 서 너 배나 난다. 지구와 금성이 가까워질수록 금성은 초승달 모양을, 거리가 멀어질수록 보름달 모양을 하게 된다. 천동설처럼 현재 태양의 위치에 지구가 놓여있다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지동설(태양중심설)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멋진 행성이다. 누구에게나 친숙하고도 신비하게 보이는 뚜렷한 고리를 구체 바깥쪽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보았던 우주 그림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토성이며, 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시발점이 되어 주는 행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토성은 별도로 공부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여타 다른 별과 혼동하여 정확하게 찾기가 쉽지 않다. 금성이나 목성처럼 특별하게 더 밝지도 않고, 화성처럼 붉지 않기 때문이다. 토성은 4월을 기준으로 밤 12시 정도면 천칭자리에서 볼 수 있다. 그래도 1등급별의 밝기로 보이기 때문에 약간의 공부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눈에는 별로 보이는 토성이지만 천체망원경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선명한 고리를 볼 수 있다. 토성의 고리는 해마다 기울기가 바뀌는데 2014년의 토성은 토성 구체와 고리가 많이 벌어져서 더욱 확실한 토성만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 갈릴레이가 그린 금성의 위상 변화.

지난 3월 10일에 진주에 떨어진 운석을 두고 말들이 많다.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많은 언론들이 학술적 가치를 따지기 전에 경제적 가치에 대한 보도를 남발하는 바람에 천문학적 시각에서 보는 운석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운석은 어디에서 날아 온 것이냐에 따라 그 학술적 가치가 큰 차이를 보인다. 큰 운석이 충돌한 여파로 튕겨져 나온 화성 표면의 조각이 태양계를 떠돌다가 지구로 떨어지면 화성까지 가지 않고도 암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큰 가치를 가진다.

또한 태양계가 생성될 당시 행성에 흡수되지 않고 떠돌다가 지구로 떨어진 운석은 태양계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그런 운석 생성에 관한 분석은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해보면 알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운석은 지구 대기권에 돌입할 때 마찰로 타버리고 철 성분 위주로 남아 떨어진다. 그래서 철 성분 외에 섞여 있는 소량의 다른 물질을 분석해 운석 연구를 정밀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드문 경우이지만 철 성분이 적고 암석 위주의 성분으로 이루어진 석질운석도 있다. 또한 그 물질 구성 성분에 따라 경제적 가치도 차이가 생긴다. 그게 얼마든 대부분 금보다 비싸기 때문에 운석을 주운 사람은 우주에서 날아온 로또에 당첨됐다는 표현이 허언만은 아니다. 간단한 퀴즈다. 지구에서 운석을 발견할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인가? 바다, 사막, 북극, 남극, 논밭, 산악. 정답은 남극이다. 다른 지역은 땅속에 파묻히거나 다른 돌들과 구분하기 어렵지만 거대한 남극대륙의 설원에서 발견되는 돌은 대부분 운석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호섭 |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밤하늘의 매력에 빠져 별자리 공부를 시작했다. 현재 춘천의 강원도청소년수련관 별과 꿈 관측소(www.gystar.co.kr)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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