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스토리|룸비니 들판
포토 스토리|룸비니 들판
  • 글 사진 김홍성 시인 기자
  • 승인 2014.04.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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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의 농부들과 축생들

네팔 남부 지방의 농부들은 이모작을 한다. 우기가 시작되는 오뉴월에 벼를 심고, 건기가 시작되는 늦가을에 벼를 수확한 후 곧장 보리를 파종하고 밭을 갈아엎는다. 마을의 들판은 지평선으로 이어지면서 대평원을 이룬다.

▲ 풀잎에 맺힌 이슬이 발길에 차이는 밭두렁. 나락을 훔치러 나온 들쥐들. 달아나는 뱀. 아직 어린 새들이 사는 둥지. 그런 들판 가운데 보리수가 서있다.

동이 트면서 지평선이 그어진 광활한 무대 여기저기 서서히 등장하는 농부들과 축생들은 얼마나 의젓한가. 고된 노동을 바치며 묵묵히 영위하는 그들의 삶은 또 얼마나 경이로운가. 마침 늦가을 농번기였던 그때, 나는 룸비니 주변의 광활한 들판에 나가 사진을 찍다말고 허수아비처럼 서서 상념에 잠기곤 했다.

▲ 먼동이 트자 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오른다. 부스스한 얼굴로 끼룩 끼룩 배고픈 투정을 해대면서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 이 농부에 의하면, 이 들에서 일하는 농부들은 대부분 ‘자랑스러운 회교도’이다.

▲ 가난하면서도 큰 욕심내지 않고 오롯하게 사는 농부들. 세상은 세상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간다는 조상 대대로 이어받은 농본주의 철학에 입각하여 소를 몰고 밭을 간다.

▲ 해가 지평선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종종종 종종종 땀방울로 적시며 맨발로 다진 농로.

▲ 들에는 노래하며 씨 뿌리는 농부도 있다. 나직하게 반복해서 읊조리는 단조로운 노래였다. 그 노래는 씨로 하여금 새에게 먹히지 않게 흙 속에 잘 숨어서 기필코 발아하여 풍성한 열매를 맺으라는 주문이다.

▲ 말린 쇠똥을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 이어 나르는 여인들. 얼굴은 까무잡잡하지만 그 미소가 유난히 환한다.

▲ 해저수지 주변 야트막한 제방에는 소 먹이기 좋은 풀밭이 있다. 소가 먹고 간 풀밭에는 쇠똥이 쌓인다. 쇠똥은 거름도 되지만 짚을 섞어 잘 반죽하여 말리면 연료가 된다. 잘 마른 쇠똥에서는 중국 운남성의 특산품이라는 보이차 냄새가 난다.
▲ 말도로가 가까운 들에는 소가 끄는 커다란 수레를 세워놓고 딸들이 이고 오는 나락을 달구지에 올려 쌓는 농부도 있다. 그는 나를 보더니 키보다 훨씬 높게 쌓아 올린 나락 위에 우뚝 서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땀으로 일군 땅에서 얻은 소출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 해수를 끝낸 밭에는 소년들이 검은 물소나 염소들을 몰고 나와 꼴을 먹인다. 소년들은 검은 물소의 넓적한 등에 걸터앉는 것은 물론 등판 위에 팔베개를 하고 드러눕기도 한다.

▲ 암소를 데리고 나와 풀을 먹이며 이삭을 줍는 여인. 멀리 룸비니 국제 사원의 불탑이 보인다.

▲ 해는 지평선으로 뉘엿뉘엿 지고 있건만 들판에는 아직도 나락을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 치는 아낙네들의 행렬이 기나긴 농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 마을의 한 농가.

▲ 마을 장터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이 선다.

▲ 소달구지 바퀴 자국이 깊게 패인 신작로를 걸어서 마을로 돌아가는 남정네들.

▲ 장터에 왔다가는 부녀자들.

▲ 연못에 들어가 연꽃을 딴 소녀가 햇살 속에서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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