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아이에겐 캠핑…아이와 캠핑을 떠날 때 알아야 할 몇 가지
눈만 뜨면 팔다리에 에너지가 넘쳐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뛰어 놀 시간과 공간이지만, 부모가 주는 건 ‘뛰지 말라’는 잔소리다. 뛰지 마라는 말 대신, 조용히 하라는 말 대신 함께 신나게 뛰어놀고, 새소리에 함께 귀 기울이는 아빠와 엄마, 근사하지 않은가. 봄날의 캠핑이 아이와 부모에게 주는 선물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공간을 주면 된다. 아이들은 놀이의 재료를 스스로 찾고 놀이의 규칙을 알아서 만든다. 어른들의 몫은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손에 흙 안 묻히고, 옷도 더럽히지 않고, 다칠 염려도 전혀 없이, 할 수 있는 놀이는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챙길 필요도 없다. 캠핑장 전체가 장난감 천지다. 흙과 돌, 부러진 나뭇가지와 솔숲에 흔한 솔방울만으로도 아이들은 신나게 논다.
봄맞이 캠핑에 후배 가족을 초청했다. 세 살 솔빛 양을 위해 캠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솔빛이가 아직 뒤집기를 시도할 무렵 함께 놀았던 아홉 살 경원이도 데리고 갔다.
출발하기 전, 캠핑 경험이 많지 않은 아빠 정민우씨와 엄마 허착히씨는 빠진 준비물은 없는지 여러 번 확인했지만 도착해서도 걱정은 여전하다. 어린 아이가 있다면 캠핑을 떠나기 전에 꼼꼼히 준비하는 게 옳다. 그렇다고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캠핑 장비 외에 갖춰야 할 짐은 다른 일반적인 여행과 마찬가지다.
캠핑이기 때문에 달리 신경을 써야 한다면 바깥에서 놀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을 좀더 넉넉하게 챙길 것, 캠핑장의 날씨는 도심보다 추우니 두툼한 여벌의 옷을 챙길 것 정도다. 육아와 캠핑의 필수품 물티슈도 빠뜨리지 말 것. 솔빛이는 기저귀를 떼지 않았으니 기저귀를 챙겨야 하고, 이유식을 먹고 있다면 이유식 거리를 챙기면 된다. 그리고 잔 상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연고와 같은 약도 잘 챙겨둔다.
서해대교도 건너기 전에 두 녀석 다 잠들었지만, 도착했다는 한 마디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엄마 아빠한테 다짐을 받는다. “이제 진짜 뛰어 놀아도 되죠?” 물론. 그때부터 아이들은 스스로 놀 거리를 찾아 신나게 놀았다. 혹시나 싶어 챙긴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는 트렁크 안쪽 가방 안에 있지만 걱정할 것 없다. 곳곳에 부러진 나뭇가지와 흔하디 흔한 솔방울만으로도 두 녀석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지켜보는 엄마는 조금 속이 탈 수도 있다.
어린이와 함께 캠핑을 할 때는 평소보다 세팅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주의할 것이 불이다. 화롯대는 아이들도 알아서 조심하지만 가스 스토브나 가스랜턴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더구나 테이블과 의자는 주로 리빙쉘에 설치하지만 랜턴걸이와 키친 테이블은 야외에 설치해야 하기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놀이에 집중해 앞만 보고 달리는 녀석들에게 조심하라는 말은 ‘쇠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랜턴 스탠드와 키친 테이블의 다리에는 접지 부분에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다. 위치를 잡고 세팅을 한 후 펙 다운을 통해 고정을 시키란 뜻이다. 설령 아이들이 뛰어가다가 툭 건드려도 랜턴이 떨어지거나 가스 스토브 위에서 조리하던 코펠이 엎어질 염려는 없다.
세팅을 마치고 커피 한 잔 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배고파요”하며 달려든다.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 메뉴는 소시지 ? 파프리카 꼬치구이다. 소시지는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파프리카는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기 때문에. 볶아도 될 걸 굳이 꼬치로 꿰는 이유는 만드는 재미를 위해서다. 칼로 재료를 다듬는 일은 아빠의 몫, 꼬치에 소시지와 파프리카를 꿰는 건 아이들에게 맡긴다. 조금 엉성하고 비뚤어지진 모양이라 해도 엄마와 아빠에게는 마냥 맛있는 요리이고, 아이는 뭔가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할 것이다. 물론 두 그릇 뚝딱 비운 후에는 곧바로 뛰어나가겠지만.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니 큰 녀석이 잠시 잊고 있던 약속을 일깨운다. 사실 전날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으나 날이 흐리고 바람이 세서 미뤘다. 다행히 마지막 날은 날씨가 좋아 설거지도 미루고 소나무 숲 사이를 지나 바닷가를 향한다. 마침 물이 들어올 때여서 아이들은 코앞까지 다가온 바다를 보며 신나했다. 엄마랑 아빠가 만들어준 손그네도 타고, 예쁜 조개껍질도 줍고, 소라 껍데기에서 진짜 바닷소리보다 더 바다 같은 소리도 들으면서 한참을 놀았다. 경원이는 몇 번 바다를 보았지만, 솔빛이는 이 바다가 ‘첫 바다’다. 아빠는 아이를 안고 바다를 보며 속삭였을 것이다. “아가, 이게 바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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