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산8경 중 하나인 높이 30m의 직소폭포가 나타나자 몇몇은 고의적으로 물에 빠져 발을 담갔다.

내소사 일주문~관음봉삼거리~직소폭포~내변산탐방지원센터

능가산 내소사는 격포(채석강)지구, 변산지구와 함께 변산반도국립공원의 대표 탐방코스다. 내소사 입구 주차장에서 내소사 일주문을 지나 관음봉을 오른 후 직소폭포까지는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직소폭포에 이르니 한여름 더위가 무색했다. 며칠 전 내린 장맛비 덕분에 지역 주민들도 오랜만이라는 만수의 장관을 보여주었다.


버스가 내소사 주차장에 들어섰다. 이번 일정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19명. 강렬한 햇빛이 얼굴을 자극한다. 기온은 섭씨 30도, 무더운 날씨다. 썬크림을 바르고 수건을 두르고 단단히 무장했다.

전나무 숲길 지나면 천 년 고찰 내소사가 반겨

▲ 내소사 입구로 들어서자 600m 길이의 전나무 숲길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천 년을 훌쩍 넘기는 긴 역사를 가진 내소사. 산사 음악이 조용히 흐르는 입구로 들어서자 600m 길이의 전나무 숲길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국화꽃잎 무늬로 조각된 대웅전 문가에 다가서니 법당 안에서는 4대강 반대를 유서에 남기신 문수스님 추모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 하루 전국 사찰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법회다. 웬만해선 스님들 화 안내시는데 불자들이 뿔났다.

대웅전 앞에는 천 년이 넘은 고목이 금줄을 두르고 있다. 사람들이 나무 주위에 서서 무언가를 빌고 있다. 나도 잠시 스님의 명복을 빌어본다.

▲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내소사는 산행을 시작하기 전 차분히 돌아보기에 좋은 곳이다.

경내를 벗어나 산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20분쯤 올랐을까, 전날 마신 술 때문인지 일행 중 몇 명이 뒤쳐진다.

이마와 등에 비 오듯 땀을 흘리고 나서야 능선에 올라섰다. 눈앞에 내소사와 곰소만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확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니 산을 오를 때 투덜대던 이들의 얼굴도 금방 환하게 펴진다.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다가 관음봉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른 새벽에 집에서 나왔을 텐데도 참 준비들 잘 하셨다. 반찬이 화려하다. 무리 안에서 막걸리 몇 잔이 돌고 웃음꽃이 핀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늘 꿀맛이다.

식사를 마치면 다 같이 관음봉에 올라갔다 오자는 제안은 정상까지 풍광이 별로라는 말에 대표 선수가 오르는 것으로 대체됐다. 매번 그렇지만 우리 팀은 산행보다 먹는 음식에 주력하는 듯도 싶다. 참 매력적인 팀이다. 아이스커피까지 마시고 재백이 고개로 향했다.

한참 내리막길이다. 계속 바다와 곰소만 풍경이 보인다. 좋은 전망을 품은 길이다. 삼거리 표지판이 보이고 직소폭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물소리가 들린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계곡에는 물이 넘쳐난다. 나무 그늘과 그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계곡물과 어우러져 시원함을 더해준다. 바로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는 그늘진 숲길을 기분 좋게 걸었다.

▲ 내소사에서 30여 분 걸어 능선에 오르면 눈앞에 곰소만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직소폭포
물소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변산 8경 중 하나인 높이 30m의 직소폭포가 보인다. 부안 사시는 분들도 이렇게 폭포물이 많은 걸 보기 힘들다고 하니 오늘 운 좋다.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몇몇은 고의적인 실수로 물에 빠져 첨벙대며 장난친다.

직소폭포를 지나 데크로 연결된 길을 따라가니 넓은 호수가 나온다.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어 용소라고 한다. 호수 안에는 피라미가 바글거린다. 호수 중간에 호수와 관음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모두들 경치에 감탄하고 기분 좋아한다.

계곡을 빠져나오니 왼쪽에 실상사 터가 보이고 오른쪽에 달맞이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는 길이 나온다. 기분 좋고 즐거운 걷기다.

걷기는 장기의 활동증진을 가져와 몸에 쌓인 침전물과 독소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배변활동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성기능 저하와 조루현상도 어느 정도 해결해주고 생리불순 여성들의 생리현상도 재개시켜준다. 간 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어 간암으로 1개월 여생을 선고 받은 한 노인이 맨발 걷기를 통해 완벽하게 간을 재생시켰다고 들은 적도 있다.

▲ 관음봉 삼거리에서 내려오는 길, 바다와 곰소만의 아름다운 풍광이 계속 펼쳐져 있다.

그래서 자고로 술 많이 드시는 분들은 걸어야 된다. 정력제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그냥 걸어야 된다.
내변산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하산해서 버스를 타고 적벽강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물때가 안 맞아 바닷가는 못 걷고 잠시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후박나무가 늘어선 마실 길 초입에서 바로 식당으로 가자고 결정됐다. 산에서 좋은 풍광을 만족할 만큼 봤다는 것이다.

▲ 변산 8경중 하나인 높이 30m의 직소폭포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역시 먹을 것을 탐하는 매력적인 팀이다. 모든 일정의 마무리는 식당에서 결정된다. 곰소 항에 있는 ‘군산집’. 7000원 짜리 백반에 반찬이 20가지 이상이다. 각종 젓갈에 돼지불백, 굴비, 마지막 누룽지까지 모두들 감탄한다. 맛있는 걸 먹느냐 못 먹느냐로 코스를 잡은 사람을 칭찬하기도 하고 구박하기도 한다.

걷느라 힘들었던 팀원도 술잔이 재빨리 돌면서 얼굴에 화색이 돈다. 드디어 이번 코스 좋았다는 칭찬이 나온다. 마지막까지 매력적인 팀이다. 어떤 길을 갈지를 결정하는 것 이상으로 팀원의 화목을 중요시하는 이 팀이 좋다.

홍창욱 | SBS 드라마국 감독이다. <강남엄마 따라잡기>, <신의 저울>, <제중원> 등을 연출했다.

이원발 방송연기자 “우리 산을 모두 다니고 싶어요” 월금산악회 대장, 다수의 작품에 출연, 현재 드라마 <전우>에 출연 중. 지방 촬영 중에도 등산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촬영장 주변 산을 오를 정도의 등산 마니아. 백두대간 종주. 어릴 때부터 산을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산에 다닌 건 8년 전인가 담배를 끊고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서였어요. 혼자 땀 흘리며 산에 오르면 허전한 마음이 사라지곤 하니까요. 그렇게 서울근교 산에 다니다가 백두대간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마침 내가 존경하는 산 벗과 함께 다른 팀에 합류해 백두대간을 시작했는데 2년을 넘겨 완주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다섯 구간은 단독 종주로 완주했는데, 남한 구간 마지막 지점인 진부령에 도착했을 때 저를 마중 나왔던 아내가 안아주면서 “수고했어요. 여보” 말 해 주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진부령에서 북으로 뻗은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내 생전에 저 길을 이어 볼 수는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짬만 나면 산을 찾고 싶어요. 아직 가보지 못한 우리 산이 너무도 많으니까요.

변산 ‘내소사~직소폭포’ 코스 정보 내소사 일주문을 지나 전나무 숲을 통과해서 가다보면 너른 공터와 화장실이 있다. 공터를 지나면 등산로 안내 푯말이 나온다. 여기서 나무다리를 건너 가파른 사면길을 40분 정도 올라가면 관음봉 삼거리의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에서 직소폭포 가는 길과 원점 회귀 할 수 있는 길로 나뉜다. 내소사 반나절코스, 하루코스 등 다양한 탐방 코스가 있다. ▶코스 : 내소사 일주문~관음봉 삼거리~직소폭포~용소~실상사지~내변산탐방지원센터…7km 5시간 소요 ▶문의 : 063-582-7808 http://byeonsan.knps.or.kr (변산반도 국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