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보석’ 가평 별미 3선!
‘경기의 보석’ 가평 별미 3선!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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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가평 ④ 맛기행

고소하고 진한 국물 잣국수, 호박 속 국수 국수호박, 산자락 손두부요리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자리한 가평. 대학생들의 MT촌으로 사랑받는 강줄기를 비롯해 산꾼들의 사랑을 받는 수십 개의 산봉우리를 품은 곳. 경기도이면서 강원도와 닿아있는 덕분에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여행 기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가평. 먹을거리는 역시 지역의 특성을 따라가는 법. 축령산자락의 잣나무 군락에서 나는 가평 특산물 잣으로 만든 잣국수부터, 언제부턴가 가평 별미로 자리 잡은 국수호박, 그리고 산자락 별미인 손두부 요리가 가평 먹을거리로 꼽힌다.


맛 하나, 잣가루 갈아 넣은 고소한 국물이 일품 잣국수

‘가평 별미’ 하면 첫 손에 꼽히는 것이 잣국수다. 아마도 잣의 주산지로 유명하기 때문 일터다. 가평군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잣 생산량의 40%가 가평땅에서 나고 20%가 축령산에서 난다고 하니, 분명 잣으로 만든 별미가 있음직하고도 남을 조건을 갖춘 것이리라.

잣은 식용은 물론 약용으로도 쓰인다. 견과류인 잣은 특유의 알싸한 풍미와 더불어, 비타민 B가 풍부해 자양강장제로 많이 쓰인다. 호두나 땅콩에 비해 철분이 많이 들어있어 빈혈의 치료와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 또 기운이 없거나 입맛이 없을 때에도 좋다.

잣의 지방 함유량은 약 68%로서 높은 편이나, 잣에 들어있는 지방은 올레인산, 리놀레산, 리놀렌산 등의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으로 피부를 건강하게 하고 혈중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어 고혈압을 예방한다. 하지만 열량이 100g당 760㎉로 꽤 높은 편이므로 체중관리 중이라면 먹는 양에 신경을 쓰는 편이 좋다.

자, 이렇게 몸에 좋은 잣으로 만든 잣국수. 과연 어떤 음식일까? 면에 잣을 갈아 넣어 반죽을 한 것일까, 아니면 국물에 잣가루를 갈아 넣은 것일까? 답은 둘 다 맞다. 일반적으로 잣국수는 잣을 곱게 갈아 만든 잣국을 국수에 부어 먹는 음식. 콩국수의 사촌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콩국이 잣국으로 바뀌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처음으로 가평 잣국수를 만들어 낸 북면사무소 근처 명지쉼터가든의 김덕수 사장은 잣을 갈아 국물을 끓이고 잣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면을 뽑아내는 방식을 고수한다. 면에도 국물에도 잣이 들어가는 진한 잣국수이니 ‘더블 잣국수’라고 이름 붙이면 어떨까.

평범한 잣국수이건 더블 잣국수이건, 결국 잣국수는 여름별미 콩국수와 마찬가지로 더운 여름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냉국수다. 앞서 얘기했듯이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모로 콩국수와 비슷하지만 그 맛은 콩국수보다 고소하고 깨끗하다. 혹시 잣 특유의 향이 진해 느끼하다면, 매콤한 김치를 곁들이면 된다. 잣국수 고유의 향을 음미하고 싶다면 가늘게 채 썰어 고명으로 올린 오이의 아삭함으로 만족하면 될 터이다.

쫄깃한 면발에 고소하고 진한 국물에 은근하면서도 풍부한 잣향이 스며드는 잣국수. 북면사무소 근처의 명지쉼터가든(031-582-9462), 아침고요수목원 근처에 자리한 초가집(031-585-6597), 그리고 설악면의 종점가든(031-584-0716)이 유명하다. 잣국수는 보통 1인분에 6000~7000원 선, 잣묵밥은 1만원에 맛볼 수 있다.


맛 둘, 국수야 호박이야? 호박에서 국수가닥이 나오네?

국수호박 혹은 호박국수라고 불리는 가평의 또 다른 별미. 이름을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호라, 호박으로 만든 국수로구나” 하고 상상할 것이다. 뭐 딱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 딱 떨어지는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호박으로 국수를 만들었다기보다는 호박 자체가 국수가닥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국수호박이란 호박에서 국수가닥이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첫인상이 참외나 멜론과 비슷한 국수호박의 탄생에 관한 뒷이야기는 토종 호박의 변종으로 지난 1993년 경기도 가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설과, 일본에서 개량된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어찌되었거나 호박으로 국수로 만들어서 국수호박이 아니라 호박속이 마치 국수가닥처럼 되어 있어서 국수호박이라고 부르는 것임은 틀림이 없다.

국수호박에서 면발을 뽑아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국수호박을 반으로 쪼개 끓는 물에 12~14분 정도 삶아낸 뒤 찬물에 넣고 식힌다. 그 다음 살살 긁어내면 국수 면발처럼 호박속이 살살 풀어지는데, 처음 보는 광경에 남녀노소 모두 신기해서 자리를 뜰 줄 모른다고. 호박 가닥을 긁어낼 때 호박에서 나오는 진액은 위벽을 보호하는 데 으뜸이란다. 여름 한철이 제철이지만, 보관이 용이해져 7~8월부터 12월까지 맛볼 수 있다.

국수호박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우선 국수호박을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낸 뒤 물에 10분 정도 삶은 다음 손으로 살살 눌러가며 면을 뽑아낸다. 그 위에 채 썬 당근·오이·배·깻잎·삶은 계란 등을 올리고 비빔양념을 넣거나 육수를 부으면 완성이다. 국수호박의 면가닥에 물냉면이나 비빔냉면 양념을 하면 그게 바로 국수호박물냉면, 국수호박비빔냉면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맛은 어떨까. 후르륵. 냉면처럼 쫀득쫀득한 면발이 아니다. 하지만 시원하고 아삭아삭한 느낌이 괜찮다. 오이 냉채 같다. 가뿐하고 깔끔하다. 일반 호박보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이 훨씬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 다는데 맛에서부터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침고요수목원 근처에 국수호박을 전문으로 하는 시골마당(031-585-2309), 초가집(031-585-6597)이 유명하다. 국수호박은 보통 1인분에 6000~7000원 정도면 맛볼 수 있고, 국수호박 자체를 사는 것도 가능하다. 1kg에 4000원 선.


맛 셋, 저렴하고 푸짐한 산자락 최고의 음식, 두부 요리

잣국수와 국수호박을 빼고 나면 가평의 별미는 무엇이 있을까. 북한강 줄기를 끼고 있으니 민물매운탕이 있겠고, 또 축령산을 비롯해 석룡산·호명산·연인산 등 산줄기도 제법 품고 있어 산자락 먹을거리도 발달했을 터다. 무엇을 소개해도 좋겠지만, 경기도에 속해있으면서 또 강원도에 닿아있어 강원도 산골의 분위기를 흠씬 맛볼 수 있는 가평의 지리적 특성을 살펴 산자락 단골메뉴인 두부요리를 선택했다.

우선 가평에서 두부 하면, 운악산 자락을 첫손에 꼽는다. 현등사로 들어서는 하면 하판리는 ‘두부마을’ 이라고도 부르는데, 마을이름에서부터 감이 오기 시작한다. 운악산 초입을 따라 자리 잡은 식당들이 저마다 두부전골, 순두부, 콩비지 등의 두부요리를 선보이며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산자락에서는 너무나 흔하게 접하는 두부요리라지만 이게 또 여름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쉽게 쉬어버리는 두부의 특성상 여름철 두부요리는 전문점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로 고단백인 콩을 주원료로 만든 두부는 저렴하면서도 든든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어 (주머니 가벼운 산꾼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 산자락 대표메뉴로 자리 잡았다. 그런 만큼 운악산 뿐 아니라 가평의 수많은 산자락에서 두부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일 터다.
고소한 잣 막걸리에 곁들여 안주로도, 식사대용으로도 섭섭지 않은 기특한 두부는 방금 쪄낸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가 된다. 또 살짝 기름에 튀겨내면 고소함이 더해져 김치와 콤비를 이뤄 두부김치로, 갖가지 야채와 만두 등을 더해 얼큰하게 끓여내면 두부(만두)전골로 변신하기도 한다.

운악산 자락에서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할머니손두부(031-585-1219), 청평면에 자리한 수리재시골밥상(031-584-3240), 가평읍 대곡리의 인천집(031-581-5533), 상면 행현리의 가평잣손두부(031-584-5368) 등을 많이 찾는다. 모두 매일 새벽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손수 두부를 만드는 곳이다. 순두부와 손두부는 1인분에 6000~8000원 선, 두부전골은 6000~7000원 선에 맛볼 수 있다. 잣이 들어간 잣손두전골(1인분)과 잣손두부는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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