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넘쳐나는 대한민국 최대 잣숲
피톤치드 넘쳐나는 대한민국 최대 잣숲
  • 글·김경선 기자ㅣ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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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가평 ② 축령산 트레킹

▲ 축령산 임도 주변에는 잣나무 숲이 울창하다. 하늘과 맞닿을 듯 쭉쭉 뻗은 잣나무가 향긋한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었다.

행현1리 마을회관~잣창고~축령산~잣창고~행현1리 마을회관 원점회귀 코스…약 10.7km 6시간 소요

잣이 익어가는 계절, 향긋한 잣향기를 찾아 가평 축령산을 찾았다. 가평팔경인 축령백림이 자리한 축령산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잣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여름철 산행 코스로 좋다. 더군다나 잣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임도는 노약자나 어린이도 무난하게 걸을 수 있어 가족산행지로 추천할만하다. 
 

▲ 축령산 가평 들머리는 행현1리가 유일하다. 등산안내도가 있는 행현1리 마을회관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가평에서 생산되는 잣은 전국 생산량의 약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 중 축령산(886m)에서 나오는 잣은 전국 생산량의 약 20%. 잣나무가 유독 많은 가평의 산 중에서도 가장 울창하고 풍성한 잣숲이 축령산에 있는 것이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과 남양주시 수동면에 걸쳐 있는 축령산은 숲이 좋은 산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울뿐더러 등산로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산행 코스로 인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남양주시 축령산 자락에는 고즈넉한 축령산휴양림이 위치해 주말이면 산을 찾는 관광객과 산행객들은 더욱 많아진다.

축령산은 주능선을 경계로 서쪽 남양주와 동쪽 가평에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서쪽 남양주시에 위치한 축령산자연휴양림을 경유하는 코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는 가평 쪽에 비해 교통이 편리하고 코스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잣숲의 진면목을 만나고 싶다면 가평 코스가 제격이다. 주능선 동쪽에 가평팔경인 축령백림이 있어 고즈넉한 잣숲 트레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평군에서는 축령산 잣숲에 치유의 숲을 조성했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 18개 치유의 숲을 만드는데, 그 중 축령산 가평 자락에 ‘잣향기 푸른교실’을 조성중이다. ‘잣향기 푸른교실’은 현재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로 진입로의 도로공사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 수령 70년 이상인 잣나무가 축령산 자락에 가득했다.
축령산 임도 따라 이어지는 울창한 잣숲
취재진은 잣숲의 진면목을 만나기 위해 가평군 상면 행현리로 향했다. 가평에서 축령산으로 오르는 코스는 행현리가 유일하며, 행현1리 마을회관에서 시작해 축령산 임도를 따라 서리산과 축령산으로 오를 수 있다.

마을회관을 지나자 임도는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치유의 숲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대규모 펜션 단지도 공사의 주된 이유 같았다. 요즘은 숲이 좋고 계곡이 수려하면 어딜 가나 펜션이 마구잡이로 들어서니 자연이 본모습을 잃어가는 듯해 씁쓸하다. 축령산 초입도 예외는 아니었으니, 호젓한 임도를 예상했던 마음을 서둘러 접어야했다.

비포장도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졌다. 길은 넓었지만 공사로 훼손된 임도는 걷기가 좋지 않았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펜션 단지는 2km 가량 이어지더니 히든밸리 펜션을 마지막으로 호젓한 임도로 바뀌었다. 히든밸리에서 임도를 따라 15분 쯤 걸었을까. 임도 오른쪽에 여러 채의 한옥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가평축령산영농조합에서 짓고 있는 잣공장이다. 공사가 한창인 잣공장을 지나자 드디어 인적 없는 고요한 축령산 잣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울창한 잣숲은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수령이 70년 이상이라는 아름드리 잣나무들이 임도 주변에 빽빽하다. 향긋한 피톤치드가 왕성하게 분비되니 가만히 숨을 들이키기만 해도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숲의 향기에 취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어느새 ‘잣나무 푸른교실’에 도착했다.

‘잣나무 푸른교실’ 앞 갈림길에는 ‘← 2.8km 축령산 임도, 서리산 임도 3.9km→’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축령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잘 닦인 포장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걷자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나타났다. 산책로 주변으로 한옥집과 연못, 물레방아 등이 조성돼 있었는데, 막 공사가 마무리되었는지 깔끔한 모습이다.

산기슭에는 고소한 잣향기 가득

▲ 임도를 따르면 계곡을 수시로 건넌다. 맑고 투명한 계곡은 산행의 더위를 날려줄 만큼 시원했다.
치유의 숲을 벗어나자 임도는 더욱 한적해졌고 아름드리 잣나무는 하늘과 맞닿을 듯 쭉쭉 뻗어 늠름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치유의 숲에서 임도를 따른 지 30분, 임도가 끝나는 사거리다. 이정표에는 ‘←아침고요수목원(임도) 6.6km, ↑정상, 서리산 정상 2km→’라 적혀 있었다. 직진하자 우거진 수풀 사이로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날만한 오솔길이 이어졌고, 100여m를 올라서자 절고개다. 울창한 잣숲은 절고개 밑 임도에서 끝이 났다.

절고개에서 내려다 본 행현리는 빽빽하게 우거진 잣나무가 마치 검은숲처럼 울창했다. 이 잣나무숲에서 수확한 열매가 전국 방방곡곡에 전해져 사람들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울창한 잣숲을 뒤로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이정표를 보니 절고개에서 정상까지는 불과 680m. 하지만 지금껏 완만했던 임도가 산길로 바뀌면서 경사가 갑자기 가팔라졌다.

절고개를 지나자 우거진 숲에는 잣나무 대신 참나무가 가득했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못할 만큼 울창한 숲길을 30여 분 올랐을까. 드디어 축령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에 서자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펼쳐졌는데, 안타깝게도 시계가 좋지 않아 주변 산군이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다. 날씨가 맑을 때면 북쪽의 운악산(936m)·명지산(1267m), 북동쪽의 화악산(1468m), 동쪽의 청평호수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니 마음속으로 다음을 기약해본다.

축령산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 말 이성계가 축령산에 사냥을 나왔는데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으로 산신제를 지내야한다”는 신하의 말에 정상에서 제를 올린 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고사를 올린 산이라 하여 ‘축령산(祝靈山)’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이 외에도 짐승이 잘 잡히지 않아 용처럼 재빠른 동작으로 사냥을 해야 한 대서 비룡산(飛龍山), 제를 올린 후 멧돼지를 다섯 마리나 잡았다고 해서 오득산(五得山)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 등산로 초입의 펜션 단지를 지나면 한적한 임도길이 이어진다. 임도 옆으로 잣나무 숲이 우거져있다.

피톤치드로 몸과 마음을 정화
▲ 절고개에서 축령산 정상까지는 임도 대신 산길이 이어졌다.
정상에서 행현리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자 곧 갈림길을 만났다. 오른쪽은 남이바위를 거쳐 남양주로 이어지고, 왼쪽은 축령산 임도를 만나 행현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왼쪽으로 들어서 30여 분 정도 가파른 능선을 내려서자 축령산 임도 삼거리다. ‘행현리 마을회관’ 이정표를 따라 왼쪽 임도를 따랐다.

임도 주변에는 잣나무가 울창했다. 피톤치드가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는 오후 2시경. 향긋한 숲의 향기가 산행의 피로를 달래줬다. 사실 잣나무는 오염이 없는 깊은 산중에서 잘 자라는 수목이다. 그래서일까. 맑고 깨끗한 공기가 심장을 통해 온 몸 구석구석에 생기를 전달하는 듯했다.

▲ 정상 공터에는 돌탑과 정상 표지석이 서있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잣이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를 강화하며, 숙취제거와 원기회복에 좋다고 기록했다. 나무는 향긋한 피톤치드를 분비하고, 열매는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니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게 잣나무다.

축령산 정상을 거쳐 다시 만난 임도는 취재진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했다. 걷다 지치면 잣나무를 지붕삼아 쉬기도 하고, 갈증이 나면 맑디맑은 계곡물로 목도 축였다. 잣숲은 그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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