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타박타박 | 대청호반길
우리 산하 타박타박 | 대청호반길
  • 글 사진 채동우 기자
  • 승인 2014.03.25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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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전망 좋은 곳~자연생태관~황새바위~갈대숲
시리도록 맑은 호수에 마음 비춰 볼까

대청호반길은 청주지역 등산모임 ‘레저토피아 탐사대’가 2년 동안 발품을 팔아 개발한 걷기코스로 2013년 현재 6개 주요 코스, 14개 세부코스로 이뤄진 총 길이 59km의 길이다. 충청권 주민들의 상수원이며 2012년 유엔 인간주거계획이 주관한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한 대청호는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 대청호 주변을 따라 걷는 대청호반길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시원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대청호반길이 트레킹마니아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1980년 대청댐 건설 이후, 주변이 각종 개발규제지역에 포함돼 자연환경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로 양호하게 보존됐기 때문이다. 대청호는 호수 안의 여러 섬과 주변의 수려한 경치가 펼쳐져 ‘내륙의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급경사가 없어 산책하듯 편히 걸을 수 있는 대청호반길은 물이 빠지는 봄과 가을에 걷기 좋다.

거대한 호수가 보여주는 시원한 풍경
대청호는 대전광역시와 청원군 사이에 소재하고 있으며 소양호, 충주호와 더불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호수다. 비록 인공호이긴 하나 1980년부터 현재까지 사람의 손이 최소한으로 규제돼 이젠 어디를 둘러봐도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대청호반길은 기본적으로 대청호를 끼고 돌아 걷는다. 호수 크기가 크기인 만큼 한번에 전체 코스를 돌아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에 산하클럽(www.greenwm.com)과 함께한 길은 대전광역시 동구추동에서 출발해 흥진마을 갈대숲을 종착지점으로 했다. 대청호반길 전체 영역으로 보자면 6-1, 6-2, 4-1, 5-1코스 중 경관이 수려한 부분만 골라 걷는 셈이다.

▲ 시작지점에서 전망 좋은 곳으로 가는 길. 데크로 이어진 길 위에서 수변풍경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 대청호 자연생태관 내부. 자녀와 함께 찾기 좋다.

산하클럽 강은규 가이드는 “시작지점인 추동의 옛 이름은 가래울”이라며 “가래나무의 한자 표기가 추(楸)자 인데 마을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 오류가 있었는지 가을 추(秋)로 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동 인근은 예전부터 가래나무가 많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추동에서 출발해 ‘전망 좋은 곳’으로 향하는 길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데크 위를 걸으며 아래로 내려다보는 대청호는 색다른 느낌이다. 전망 좋은 곳에 서면 시리도록 푸른색의 대청호와 수변 풍경이 시야에 펼쳐진다. 한때는 어느 산의 작은 봉우리였을 곳이 자그마한 섬이 되어 떠 있는데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풍경에 방점이 되어 시선을 고정시킨다.

▲ 수변의 우거진 수풀 위를 걸는 느낌도 색다르다.

▲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본 풍경. 모두 휴대폰을 꺼내 사진찍기 바쁘다.

이후 전망 좋은 곳을 끼고 돌아 최초 시작지점을 통과한 다음 대청호 자연생태관을 들른다. 총 3층으로 이뤄진 자연생태관은 영상관, 이벤트홀, 향토관, 생태관, 환경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종 체험행사도 준비되어 있으니 자녀와 함께 길을 걷게 된다면 한 번쯤 들러봐도 좋겠다. 시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nature.donggu.go.kr)를 참고하면 된다.

이후 이어지는 길은 호수변과 나지막한 숲을 이리저리 오간다. 행여 물가 풍경에 트레킹이 지루해질까 봐 배려한 듯한 모습이다. 취재를 떠난 2월 중순은 아직 겨울의 풍경이 남아 있었지만 3월이 되면 풋풋한 연두색으로 물들어 감탄을 자아낼법한 풍경이다.

▲ 황새바위 옆에 설치된 데크. 시원하게 펼쳐진 공간이라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 대청호반길은 호숫가 뿐 아니라 야트막한 산길도 지난다.

가을 모습을 간직한 시간이 멈춘 길
대청호반길은 자칫 길을 헤매거나 잃어버릴 수 있다. 일단은 이정표를 확실히 보고 따라 움직이도록 한다. 만약 길을 잃었다면 일단은 호수변을 끼고 움직이면 된다. 강은규 가이드는 “대청호의 담수량에 따라 코스상에 표기된 길이 없어질 수도 있다”며 “그럴 때에는 무리해서 원래 코스를 고집하지 말고 그 윗길로 해서 움직이면 길을 잃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 길을 걷다 잠시 멈춰서 풍경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 곳곳에 설치된 이정표를 확인하고 걷도록 한다.

▲ 일반적인 호수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대청호반길 6-2코스의 백미는 황새바위 일대다. 황새바위는 그 모양이 새의 날개를 닮았다 하여 지금과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황새바위 자체는 크게 감흥이 없을지 모르나 주변에 설치된 데크에서 바라보는 대청호 풍경은 시원함 그 자체다. 시린듯 파란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호숫가에는 무심히 던져진 듯한 바위가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저수지나 호수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수변에서 시선을 조금만 위로 틀면 대청호를 아담하게 둘러싼 백골산도 볼 수 있다. 이곳은 전체 여정의 대략 반 정도를 지나온 지점이다. 데크 근처 정자에 배낭을 내리고 시원한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쉬었다 가도 좋겠다.

이후 만나는 이정표는 연꽃마을을 가리키고 있다. 이 길이 여름에도 꽤나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는 것을 예고한다. 연꽃마을에는 어라연, 가시연, 홍련, 백련, 빅토리아연 등 각종 연꽃을 구경할 수 있으니 여름철에는 꼭 들러보자.

길게 펼쳐진 제방을 따라 걸으면 전체 코스 중 가장 낭만적인 길이 시작된다. 제방은 대청호가 머금고 있는 푸른 물을 따라 일직선으로 이어지고 제방이 끝나면 반짝이는 모랫길을 따라 걷는다. 그리고 길은 곧장 갈대숲으로 연결된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도 끝난 봄의 초입인데도 이 길은 여전히 가을의 절정처럼 보인다. 길옆은 키보다 높은 갈대와 억새가 촘촘히 늘어서 있고 급격한 경사 없이 차분히 이어진다.

▲ 푸른 봄의 기운이 넘실거리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대청호반길.

▲ 코스의 마지막인 흥진마을 일대 갈대밭은 꼭 들러보자.

가을이었다면 머리숱 많은 갈대가 반겼겠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낭만을 느끼며 걷기엔 모자람이 없다. 갈대숲길을 마지막으로 걷기는 마무리된다. 트레킹에 참가한 김수연씨는 “생각보다 걷기코스가 길어 마지막 구간을 그냥 지나칠까 생각했지만 그랬다면 너무 아쉬웠을 것”이라며 “흥진마을 일대의 갈대숲길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꼭 다시 들러서 걷고 싶다”고 말했다.

▲ 대청호반길 안내

대청호반길 안내
대청호반길은 2012년 이전과 이후에 설정한 코스가 다르다. 엄밀히 말하자면 2012년 이전은 대청호반길, 2012년 이후는 대청호오백리길이다. 각각의 코스는 비슷하나 서로 명명하는 코스제목이 달라 방문객이 헷갈리기 십상이다.

기사에서 소개한 코스는 2012년 이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지의 이정표나 안내표지가 2012년 이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대전시에서 제공하고 있는 공식 소개자료도 2012년 이전 기반이다. 방문객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서라도 한가지로 명확하게 통합해 공식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산하클럽(www.greenwm.com)과 함께 진행한 이번 트레킹 코스는 약 11km 정도이며 대청호반길의 아름다운 구간만 골라 걸을 수 있고 가이드가 함께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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