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이 살았던 땅에서 즐기는 별과 햇살의 풍요로움
홍길동이 살았던 땅에서 즐기는 별과 햇살의 풍요로움
  • 이철규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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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와 수세식 화장실, 대형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테크까지 갖춰

▲ 홍길동에 관한 역사적 기록과 그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홍길동전시관.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이젠 완연한 봄이다. 땅속 깊이 숨어 있던 새순들도 제법 기지개를 펴며 웃는다. 3월 중순의 따스한 햇살을 따라 코란도C를 몰고 장성 홍길동테마파크를 찾았다. 널찍한 테마파크에는 야영장과 활쏘기 체험장, 생가, 한옥 펜션까지 갖춰져 있으며 사시사철 뜨거운 온수와 전기 시설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캠퍼들에게는 봄철 남도의 또 다른 휴식처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차 이름인 코란도는 1990년대 이 땅의 SUV를 대표하는 명차로 쌍용의 명성을 이어주었다. 이 코란도가 올 3월 완전한 업그레이드를 거쳐 코란도C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등장했다. 1박 2일 캠핑 장비를 싣고 장성으로 캠핑 여행을 떠나기 위해 차문을 열자 널찍한 1열과 2열의 구조가 마음에 든다. 게다가 기존의 슈퍼렉스턴과 달리 버튼 식 스타트는 여성운전자나 젊은이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부분이다.

▲ 리미엄 SUV를 강조하며 183마력의 엔진에 6단 자동 변속기(수동 제외)를 장착한 코란도C.

트렁크를 열고 맨 바닥에 테이블과 의자, 키친테이블 등 부피가 큰 평평한 장비들을 깔고 그 위에 텐트와 매트리스, 버너 등을 올렸다. 침낭을 트렁크 양쪽 구석에 끼워 넣고 나니 아주 가득 찬다. 하지만 스포티지R에 비해서는 다소 공간이 넓지 않나싶다.

버튼을 누르니 웅장한 소리에 맞춰 황소가 앞으로 나아가듯 차가 서서히 전진한다. 183마력의 엔진은 무거운 짐에도 변함이 없다. 기존 슈퍼 렉스턴 차량이 지닌 정지 후 출발 시 굼뜨던 현상도 없다. 아마도 이것은 프레임 타입과 달리 모노코크 타입이라는 점과 183마력의 엔진이 주는 특징이 아닐까 싶다. 고속도로의 경사진 오르막에도 150km까지는 쉽게 내달린다.

당진을 지나고 서천을 지나면서 남도의 땅으로 들어서자 푸릇푸릇 돋아난 보리 순의 푸르름이 완연한 봄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따스한 봄 햇살이 고창의 들판을 쪽빛으로 물들이며 봄의 찬가를 들려주는 듯하다. 고창~담양간 고속도로에서 장성물류IC로 빠져나와 서삼면을 지나 장성읍으로 접어들었다.

▲ 홍길동테마파크에 마련된 한옥 펜션. 올 봄부터 문을 열 예정으로 캠핑이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홍길동테마파크를 찾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성읍에서 군청직원의 도움을 받아 황룡면 아곡리 인근에 자리한 홍길동테마파크를 찾았다. 야영장과 더불어 홍길동 생가, 한옥 펜션, 활쏘기 체험장 등이 자리한 테마파크는 아직까지 모든 공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들어서 있다. 테마파크에 자리한 야영장은 화장실과 취사장, 야영 데크 등의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관리사무실 위쪽에 자리를 잡고 코베아의 ‘아웃백’ 텐트를 펼쳤다. 최근 거실형 텐트가 늘어나면서 전국의 야영장과 휴양림에 일기 시작한 가장 큰 변화는 텐트의 크기에 맞춰 그만큼 데크의 넓이도 넓어졌다는 점이다.

어떤 곳은 기존 3×3m의 데크를 세 개 연결했는가 하면 아예 데크 네 개를 연결해 거실형 텐트를 올릴 수 있도록 만든 곳도 있다. ‘아웃백’의 구조가 둥근 공의 반을 뚝 잘라 높은 듯한 모양이다 보니 길이는 맞았지만 양쪽의 폭이 모자란다. 결국 맨땅에 텐트를 치고 단조펙을 박아 강한 바람에도 버틸 수 있도록 했다. 

▲ 홍길동테마파크에는 야영장과 홍길동 생가, 전시관, 활쏘기 체험장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들과 찾기 좋다.

데크에 가져온 장비와 테이블을 꺼내 놓고 바람의 방향을 피해 출입구를 정한 뒤, 차를 돌려 방풍막으로 삼았다. 사계절 야영장을 개방하는 홍길동테마파크는 야영장의 데크 넓이도 장점이지만 사계절 온수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때문에 세면장 한쪽에 마련된 샤워장에는 이전 캠퍼들의 남기고 간 샴푸와 로션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집안 싱크대를 연상시키는 취사장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놓는 통과 작은 도마 등이 배치돼 있었다. 더치 오븐에 넣을 목살에 양념을 하고 꼬치에 꽂을 양파와 버섯, 피망 등을 씻어 고기와 함께 꼬치에 꽂아 저녁 찬거리를 만들었다.

바람이 불긴 했지만 서울의 밤하늘에 비해 홍길동테마파크의 밤은 수놓아진 별들과 저녁밥을 짓는 민가의 따스한 불빛으로 더욱 포근하다. 텐트 앞에 테이블과 의자를 펼치고 삼각대에 더치 오븐을 건 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로즈마리와 소금으로 시즈닝한 목살을 넣었다.

에코로그의 강한 불길이 이내 더치 오븐을 감싸 안는다. 직화구이가 아닌 간접구이 방식의 요리는 고기가 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오븐의 위아래에서 열을 가하는 더치 오븐 요리는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1시간여를 기다려 오븐을 열자 향긋한 냄새와 함께 잘 익은 목살이 입맛을 당긴다. 야영장의 바람을 피해 텐트로 들어가 잘 익은 목살을 안주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낮과 달리 밤의 바람은 제법 매섭다. 이 때문인지 낮 기온에 익숙해진 몸은 겨울이 아님에도 춥다. 평일 조용한 캠프장에 홀로 쳐진 텐트지만 그나마 주변에 몇 채의 민가가 있어 외로움이 덜 느껴진다. 밤이면 찬 대지에 웅크리고 소록소록 잠을 청하는 복수초처럼 텐트를 흔드는 바람을 피해 두터운 매트리스와 다운 침낭에 의지해 잠을 청했다.

▲ 스멀스멀 해가 넘어가자 산자락 아래 위치한 야영장은 냉기가 엄습했다. 화로에 불을 피워 몸을 녹이는 캠퍼.

하늘과 별, 바람을 품은 분지 속의 최신 캠프장

아침의 햇살은 지난밤의 바람과 달리 너무나 포근하다. 살금살금 새순을 피워내는 봄바람에 이끌려 텐트 밖으로 나와 화로 위에 어제 준비한 꼬치를 구웠다. 고기가 익으며 풍기는 향긋한 향에 새와 고양이까지 끼어든다. 낮부터 고기를 먹기는 어색하다고 하지만 숯불에 기름기가 빠진 꼬치구이는 아이들의 입맛을 돋우기에도 좋다.

아침식사에 꼬치구이까지 해치우고 나니 두둑한 포만감에 여유로움이 밀려온다. 포만감이 주는 여유로움에 느릿느릿 장비들을 접고 나니 11시가 다 됐다. 중천에 오른 햇살을 따라 인근 홍길동 생가를 찾았다. 허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의적 홍길동이 허구가 아닌 실존인물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생가에는 연산군과 중종 때의 기록에 남아 있는 홍길동의 흔적과 일본까지 진출했다는 그의 기록이 소개돼 있다. 생가 외에도 전시관 건물과 각종 체험장 등이 있어 아이들과 반나절은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이다.

▲ 집을 떠나는 홍길동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홍길동 생가
복원된 한옥집의 대문을 통과하자 집을 떠나는 홍길동의 모습을 재현한 인형과 동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자와 마구간까지 재현해 놓은 데다 바로 옆에 전시관이 자리해 옛집에 대한 관찰은 물론이고 제법 볼거리가 쏠쏠하다. 특히 홍길동이 감옥을 탈출해 일본으로 건너가 의적활동을 계속했다는 이야기는 약간의 의구심은 가지만 이 땅을 벗어나서라도 세상을 바꾸려했던 그의 생각을 가늠하게 한다.

생가와 전시관을 둘러본 후 생가 주변에 자리한 산채를 거쳐 다시금 야영장으로 돌아왔다. 홍길동테마파크의 야영장을 빠져나와 찾아간 곳은 국내 최대의 편백나무 숲을 자랑한다는 축령산자연휴양림이다. 일본이 원산인 편백나무는 노송나무라고도 불린다. 약용으로 이용되는 편백나무는 삼림욕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토피나 항암치료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봄에 가지 위에 작은 꽃이 피는 편백나무는 10월이면 녹색이던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다.

임종국 선생에 의해 조성된 축령산자연휴양림의 편백나무 숲은 아마도 국내 대표적인 군락지일 것이다. 축령산자연휴양림의 이정표를 따라 임도로 들어서자 이내 차량의 출입을 금하는 차단막이 나타났다. 길가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의 발레 파킹(?)을 통해서도 이 숲의 인기를 알고도 남았다. 길가 빈 곳을 찾아 차를 세운 후 차단막 너머로 이어진 비포장 길을 따라 때 아닌 트레킹에 나섰다. 1km는 걸었을까 고개 위에 오르자 임종국 선생을 기리는 기념비와 함께 안내판이 눈에 띈다.

축령산자연휴양림의 편백나무 숲길은 크게 세 곳으로 괴정마을에서 시작해 삼거리주차장 임종국 선생 기념비에서 헬기장을 거쳐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 후, 임도를 따라 삼거리주차장에서 금곡마을로 내려오는 8.8㎞ 코스와 금곡마을에서 시작해 정상에서 해인사를 거쳐 괴정마을로 내려오는 6.5㎞ 코스, 괴정마을에서 삼거리주차장~헬기장~우물터~모암 갈림길~통나무집~산림욕장~우물터를 지나 다시 괴정마을로 돌아오는 5.5㎞ 코스다.

이중 삼거리주차장에서 금곡마을로 내려오다 하늘길이라고 표시된 숲길을 따랐다. 2.7km의 이 길은 편백나무 숲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 온종일 삼림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펴듯 곧게 뻗은 편백나무의 위용에 감탄하며 은은한 편백 향에 취해 걷는다. 때론 나무도 부둥켜안아 보고 하늘을 향해 소리도 질러본다. 숲에는 인간을 가르치는 삶이 있다.

나무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으며 가지를 뻗어 성장하지만 때론 자신의 일부분을 자연의 일부로 돌려보낼 줄 알고, 이웃의 나무와 경쟁을 하면서도 때론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혼인목이 되기도 한다. 경쟁과 다툼만이 전부라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나무는 훨씬 이전부터 삶의 본질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리고 궁극에 가서는 고목이 썩어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돌려놓을 줄 도 안다. 때문에 혼인목 중 하나가 죽으면 따라서 그 옆의 나무도 힘을 잃고 죽어간다.

▲ 복원된 홍길동 생가 바로 위쪽에 자리한 생가 터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편백나무 숲에서 즐기는 삼림욕
숲길을 한참이나 걷다 다리가 뻐근해질 쯤 다시 고개로 돌아왔다. 차가 추암리에 있다 보니 임도를 따라 금곡마을로 내려서면 다시 차를 가져가기 위해 한참을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비포장 길에는 봄기운에 대지를 뚫고 나온 민들레와 복수초, 쇠별꽃이 얼굴을 내밀었는가 하면 나무에는 먹이를 찾아낸 딱따구리가 연신 구멍을 뚫고 있었다.

추암리 임도 입구에 세워 놓은 코란도C를 몰고 이번에는 하서 김인후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기산리에 세운 필암서원을 찾았다. 코란도C는 차체가 높아 도로에 설치한 과속방지턱의 충격에 제법 덜컹거린다. 또한 급한 커브 길에서 속도를 낼 경우 좌우로 다소 쏠림현상이 있지만 이는 차체제어시스템 등이 이탈이나 전복을 방지해준다.

필암서원은 공부하는 장소인 청절당을 앞쪽에,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뒤쪽에 배치한 특이한 곳으로 출입구의 기풍 있는 누각이 일품이다. 출입구인 확연루로 들어서니 힘 있는 현판이 일행을 압도한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글씨체다 싶어 연고를 찾아보니 바로 우암 송시열의 글씨다. 옛 선조들은 자신의 글씨에 힘과 혼을 실었다. 사육신으로 사라진 이개나 박팽년 같은 분들의 글씨는 자신의 강직한 성품을 나타내듯 강하고 호탕하다.

이곳 필암서원은 장성의 8경 중 하나로 전시관은 물론이고, 연목, 누각 등을 새로 지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원은 지방의 유생들에게는 학문을 공부하는 장소였지만 때론 당파의 문제를 야기하는 붕당의 원인을 제공한 면도 있다. 때문에 서원철폐령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필암서원을 뒤로 하고 장성읍으로 나와 서울로 가는 길에 금곡영화마을을 찾았다. 마을입구의 당산나무인 5백년 된 느티나무를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멀찍이 바라본 마을은 개발과 뒤떨어진 동네 풍경이다.

▲ 코란도C의 운전석은 운전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에코크루즈 기능은 물론이고 다양한 시스템을 조정하기 쉽도록 돼 있다.

영화 ‘태백산맥’과 ‘내 마음의 풍금’의 촬영지였던 이 마을은 1960년대 옛 시골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밭에서 나온 돌로 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 그리고 낡은 자전거가 지난 시간의 모습들을 연상하게 한다. 여기에 새로 지은 초가집 사이로 양철지붕에 돌담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낮은 돌담을 뚫고 집 앞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여 남의 집 숟가락 수까지 꿰뚫고 살았다던 시골사람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위아래로 자리한 집들은 층간의 소음으로 소송도 불사하는 우리의 아파트와 달리 이웃이며 친척일 뿐이다. 다정한 오후 햇살이 마을에 깃들며 집과 논은 물론이고 마을 전체가 금으로 변해버렸다. 금곡(金谷)이란 이름처럼 작은 마을은 어느 곳보다 풍족한 금이 가득한 땅이 되어버렸다. 부라는 것은 꼭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보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금빛 물결이 이곳의 진정한 재산인 셈이다.

장비협찬 비젼코베아 | 차량협조 쌍용자동차(www.smotor.com)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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