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 진안 ② 산길
Korea Travel | 진안 ② 산길
  • 글 채동우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2.1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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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장산·마이산 트레킹…집념이 쌓아올린 돌탑과 개국의 꿈

마이산, 호수가 꺼지고 땅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봉우리
누가 봐도 신기할 수밖에 없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산의 지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내리꽂았거나 땅에서 솟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모습이다. 실제로 마이산은 솟아올라 만들어진 산이다. 원래는 호수나 강이었으나 백악기 즈음 지각변동으로 물 아래 있던 지층이 땅 위로 올라온 것.

▲ 마이산 탑사 전경. 현실과 동떨어진 묘한 분위기다.

마이산은 암봉과 수봉으로 나뉜다. 그 중 수봉은 영산으로 여겨 오르는 것을 금하고 있다. 암봉은 등산로가 있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나 지난 2004년부터 10년간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가 올해 10월이 되어야 개방된다. 따라서 현재는 남부주차장에서 금당사를 지나 탑사와 은수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즐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마이산 탑사에서는 풍화작용으로 구멍이 난 타포니 현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 탑사를 향해 가는 길가에 있는 돌탑 쌓기 체험장.

▲ 은수사 전경. 절 뒤로 솟아 있는 마이산 수봉이 코끼리를 닮았다.

▲ 은수사 태극전에는 이성계의 꿈 이야기를 그린 몽금척도가 걸려있다.
매표소를 지나 처음 만나는 곳은 금당사다. 근래에 재건축된 금당사 사찰이 고풍스러운 느낌은 적다고 실망해선 안 된다. 진짜 보물은 안쪽에 숨겨져 있다. 금당사 괘불이 바로 그 주인공. 방문객이 관람할 수 있는 궤불은 1/2로 축소한 복사본이다. 실제 금당사 괘불은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한 적이 있는데 약 8m 높이의 괘불을 걸기 위해 3층 높이까지 특별 전시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길은 탑영제를 지나 탑사로 향한다. 탑사에는 총 80여 기의 돌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탑을 쌓은 이는 이갑룡 처사로 알려져 있다. 탑사 내의 탑군은 천지탑, 오방탑, 약사탑, 월광탑, 일광탑, 중앙탑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진안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용미 문화관광해설사는 “탑사가 사찰의 형태를 갖춘 건 오래된 일이 아니다”며 “수십년 전에는 빨간 양철 지붕 건물이었고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왔을 때에는 초가집이었다”고 설명했다.



▲ 탑사에는 이갑룡 처사가 쌓은 약 80여 기의 돌탑이 있다.

▲ 탑사에는 천연기념물 제380호로 지정된 줄사철나무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탑사를 지나면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여러 전설을 품고 있는 은수사가 나온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래된 청실배나무다. 이성계가 마이산을 찾아와 기도를 마친 뒤 증표로 씨앗을 심었는데 그 씨앗이 싹이 터 자랐다고 전해진다. 수령이 600년가량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다. 또한 이 절의 태극전에는 이성계의 꿈 이야기를 그린 몽금척도가 걸려있다. 이 그림은 금으로 된 자를 천신에게 하사받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 해설사는 “금으로 만들어진 자를 지니는 것은 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도 선거철이 되면 태극전에서 하룻밤 묵을 수 없느냐는 문의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 금당사에 걸려있는 1/2 축소 괘불.

운장산, 기암괴석 절경과 조망이 훌륭해
운장산(1126m)은 진안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운장산의 매력은 높은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꼽혔을 만큼 능선에서 감상하는 기암괴석과 탁 트인 조망은 훌륭하다. 1000m가 넘는 산이라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욕심내지 않으면 짧은 시간 동안 만족스러운 산행을 즐기고 하산할 수 있다.

▲ 능선에서 바라본 풍경. 오른쪽 끝이 칠성대다.

특히 운장산 휴게소를 들머리로 잡고 운장산에서 가장 조망이 좋다고 알려진 칠성대(1120m)를 찍고 돌아오는 원점회기 코스의 경우 누구나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시작지점인 운장산 휴게소는 진안과 완주의 접경지역에 있다. 내비게이션으로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더이상 휴게소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 동상주천로 864’로 주소를 검색해 이동하면 된다.

▲ 산행 중간중간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겨울철에는 항상 눈이 쌓여 있으므로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도록 한다.

▲ 운장산의 조릿대는 사람 키만큼 자라있다. 흰눈과 녹색잎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느린마을 양조장 완주양원 건물 옆으로 등산 안내도가 있으니 미리 등산로를 숙지하고 이동한다. 산행 시작점이 해발 540m 정도로 높은 편이라 등산로 시작부터 눈이 쌓여있다.

따라서 아이젠과 스틱을 반드시 챙기도록 한다. 칠성대까지 이어지는 산행코스는 대부분 오르막길이다. 그러나 마지막 주능선에 도달하기 직전을 제외하면 경사도가 심한 편은 아니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잘 마련돼 있고 코스가 여러 갈래로 나뉘지 않아 길을 잃을 염려는 적다.

로프를 잡고 오르는 길이 있으나 어렵지 않으며 오히려 지루할 수 있는 산행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작은 바위 고개를 하나 넘어 내려간 이후에 나오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면 주능선에 도달한다. 능선에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칠성대다.
 
이곳에서는 동쪽으로는 운장산의 주봉인 운장대와 동봉이, 서쪽으로는 연석산 등이 눈에 들어온다. 산행을 함께한 정수빈씨는 “눈 쌓인 겨울 산은 처음인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며 “눈과 나무, 바위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칠성대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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