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카누 만들기 ① 도면 작업~스트립 조립
나만의 카누 만들기 ① 도면 작업~스트립 조립
  • 글 권민혁 기자 | 사진 배지은 인턴기자
  • 승인 2014.02.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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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물레길 카누제작학교…하루 6시간씩 열흘 4인용 기준 350만원

카누 묘미는 타는 것보단 제작부터
카누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아웃도어 활동 중 하나다. 값비싼 장비도 그렇지만 카누 기술을 가르쳐주거나 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지난 2011년 춘천시와 사단법인 물레길이 협력해 북한강 일대에 카누를 띄우기 시작했다.

▲ 물레길 따라 카누를 즐기다 보면 빼어난 자연경관에 넋을 잃을 때도 있다.

물레길 한 관계자는 “물레길은 단순 물길관광에서 벗어나 생태체험장과 캠핑, 테마여행 등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가솔린 엔진 같은 인공적인 동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운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카누가 물레길의 주요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물레길에 띄우는 카누는 전통 북아메리카 방식으로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캐나디언 카누다. 오직 적목나무(잎갈나무)만을 이용해 만드는 캐나디언 카누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함께 가볍고 조종이 쉬운 것이 특징. 보통 길이 5m, 무게 25kg의 크기로 성인 한 명이 들고 이동해도 큰 부담이 없을 정도다. 또한 무거운 캠핑 장비를 싣고도 물 위에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할 만큼 안정적이다.

▲ 매서운 한파가 찾아왔지만 공방 안은 작업의 열기로 추위를 잊었다.

▲ 최근 새로운 공방으로 자리를 옮긴 물레길 카누제작학교.

▲ 카누 제작 전 장비점검은 필수다.
물레길 장목순 이사장은 “카누제작학교를 개설해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클래식 카누 제작법을 전수하고 있다”며 “제작의 즐거움과 성취감, 자신만의 개성 있는 카누를 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만든 카누 위에서 패들링을 하며 고요히 물살을 가르면 어느새 여유로움과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다. 아직까지 카누 제작은 타려고 하는 사람보다 목공예가 좋아서 시작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장 이사장은 “카누를 만드는 사람은 만들기만 하고 끝이고, 타려는 사람은 타기만 한다”며 “내가 직접 만들고 타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누의 공정 과정은 하루 6시간씩 열흘에 거쳐 완성된다. 최대 250kg의 짐을 실을 수 있는 4인용 기준(어른 2명, 아이 2명)으로 제작되는 카누는 재료비를 포함해 350만원 상당의 비용이 소요된다. 블루클로버가 운영하는 춘천 물레길 카누제작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강원도 춘천시 송암동 644-23. 전화 070-4150-8463. 앞으로 3회에 걸쳐 나만의 카누 만들기를 연재한다.

카누 제작 공정

도면 작업

카누를 제작하기 전 기본적인 도면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도면은 cm단위 보다는 ft단위를 주로 사용한다. 1ft는 30.48cm로 환산한다. 이곳 카누공방에서는 2인승은 13.7ft. 4인승은 17ft의 규모로 설계된 기본 도면이 준비되어 있다. 도면에 따라 필요한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스트롱백과 몰드 설치
스트롱백은 카누를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프레임이다. 신체 구조에 비유하면 등뼈와 같은 곳인데, 여기에 1ft 간격으로 판재를 덧댄 몰드를 세워준다. 판재는 작업 후반기 몰드를 때어낼 때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몰드는 카누의 외형을 잡아주는 거푸집 역할을 하며 카누의 길이에 따라 크기도 달라진다.

내부 스템 제작 및 사선깎기
카누의 선수와 선미 곡선에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주는 내부 스템을 제작해야 한다. 내부 스템은 따로 제작된 틀에 스트립을 덧대어 만든다. 만들어진 내부 스템은 나사와 못으로 스템 몰드에 고정시킨다. 이때 내부 스템이 스템 몰드에 잘 부착될 수 있도록 사선깎기 작업을 해준다.

스트립 조립
뼈대에 해당하는 몰드와 스템 작업을 마무리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살붙임 작업이 시작된다. 배열된 몰드를 따라 타카를 이용해 스트립을 고정시킨다. 타카는 산업용 스테이플러를 말한다. 스트립은 한쪽 면으로 홈이 파여 있어 조립하듯 층을 쌓는다. 고정이 되면 그 위에 나무본드를 발라 접착력을 높인다.

INTERVIEW 장목순 사단법인 물레길 이사장
“입소문을 타고 문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카누는 오로지 자연 그대로의 소재와 인간의 순수한 힘만으로 만들어내는 하나의 작품이다. 그런데 이런 카누를 만드는 최고의 장인이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라면 참으로 기막힌 우연이 아닐까. 사단법인 물레길 장목순 이사장은 공학박사와 카누 장인 두 가지 명함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0여 년 전 캐나다에서 화성 탐사선 로봇 팔을 연구하던 그는 카누 마니아였던 지도교수의 소개로 순식간에 카누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이후 단순히 카누를 즐기는 것을 넘어 손수 제작하기로 마음먹고 세계적인 카누장인 테드 무어에게 직접 제작법을 익혔다.

카누를 처음 접한 것은 언제인가.
2006년 공학연구를 위해 캐나다에 머물면서 처음 카누를 알게 되었다. 당시 지도를 맡았던 교수와 친분을 쌓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카누를 타는 법을 익히게 됐다.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지도교수와 함께 주변 호수로 1박2일간 카누캠핑을 즐기곤 했다.

캐나다에서 직접 카누 제작법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캐나다는 지형 특성상 호수와 숲이 많아 예전부터 주요 교통수단으로 카누를 선호해왔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교통수단으로서 기능은 줄었지만 아웃도어 레저 활동으로 캐나다인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는 카누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다양한 공법과 장인들이 곳곳에 있다. 지금도 꾸준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때로는 현지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카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목재를 구입해 조각을 깎고 이어 붙인 뒤 방수를 위해 에폭시 처리를 하고 유리섬유를 입히는 과정이 하루 6시간, 열흘에 걸쳐 이루어진다. 이때 쓰이는 목재는 캐나다산 적목나무이다. 수축과 팽창력이 작고 내구성이 뛰어난 목재다. 공정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이 같은 과정을 혼자 익히고 작업하기에는 무척 어렵기 때문에 카누제작학교에서 체계적인 공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카누 제작에는 재료비를 포함해 대략 35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간다.

카누제작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처음에는 카누에 대한 인식과 홍보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입소문을 타고 카누 제작을 문의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넓은 공간과 쾌적한 작업 환경을 갖춘 곳으로 카누공방을 이전했다. 경북 상주시와 협약을 맺어 제2의 카누학교를 설립할 예정이다. 앞으로 카누와 더불어 캠핑까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중학생 대상으로 카누캠핑을 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인근 호수와 연계한 물레길 투어와 새로운 물레길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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