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 한계사지 |
▲ 합천 대동사지 |
석탑 한 알이 익어가는 날,
진흙덩이 발걸음을 멈추고
눈 쌓인 나뭇가지
아래서 얇은 지갑을 연다
지난 늦봄 보리밭에서
나비를 접어 날려 보낸 지폐 몇 장
단풍 몇 잎으로 환불된다
문을 두드리자 자작나무 껍질로
석등을 밝히는 고모
둥글게 석탑을 깎아 내게 내민다
오늘밤 네 허기를 채울 순 없지만
이 어둠은 달콤한 과육이란다
아픈 데만 골라 꿀심이 박혀 있다
나는 석탑 한 조각을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린다, 입술에 묻은 과즙
오래된 궁기가 흐르는 불빛이 핥는다
고모 눈썹 끝에 매달린
석탑 한 방울
이끼 낀 바람에 흔들린다
▲ 익산 미륵사지 석탑 |
▲ 서산 보원사지 |
▲ 합천 대동사지 석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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