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 LIFE |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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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사진 박찬일 기자
  • 승인 2014.01.22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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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도 다르고 고깃결도 다르지만 맛있어

원래 갈비란 그런 부위
그러나 사람들은 갈비구이라는 일관성 있는 부위를 먹는다. 이게 가능해진 게 바로 우리의 지혜(?)였다. 갈비뼈에 다른 부위나 여러 부위를 섞어 붙이면서 통일된 갈비라는 부위가 나온 것이다. 갈빗집에서 갈비 뼈 안준다고 타박하면 안되는 게 바로 갈비의 특수성 때문이다.

▲ 갈비는 매우 까다로운 부위다. 그래서 뼈에 여러 가지 살을 붙여야 하는 숙명을 띤다. 고급집에서는 정작 갈빗살보다 비싼 등심과 안창살 등을 붙인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대법원에서 다른 부위의 고기라도 어느 정도 갈비에 살점이 있는 상태서(접착제 등으로) 붙여도 갈비가 된다고 인정한 판례가 있다. 그 판사는 아주 현명한 분이다. 갈비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한 분인 것이다.

이른바 식용본드(접착제)는 인체에 무해하다. 전분이기 때문이다. 전혀 걱정할 게 못 된다. 속이는 것도 아니다. 아예 다른 부위만으로 갈비뼈에 붙인다면 모르겠으나, 갈비란 놈이 생겨먹길 원래 그런 걸 어쩌나. 옛 갈비 장인들을 만나보니, 식용 본드가 나오기 전에는 안창살(갈매기살)의 근막을 걷어내어 실처럼 자른 후 바늘에 꿰어 진짜 고기를 꿰맸다고 한다. 뼈에 붙어 있는 소량의 고기에 다른 데서 때어낸 부위를 일일이 꿰매 붙였다는 얘기다.

▲ 요즘처럼 갈빗집으로 애초부터 시작한 경우는 빨라야 60년대 이후, 대개 70년대에 본격적으로 가능했다.

요즘 제대로 된 갈빗집에서는 다른 부위라 해도 좋은 부위를 쓴다. 채끝등심, 등심, 안창살 등이다. 모두 비싼 부위다. 너도나도 뼈 붙은 갈비만 찾다보니 생긴 일이기도 하다. 이런 얘기를 외국에서 들으면 웃는다. 갈비는 질기고, 살점이 고르지 않은 까닭이다. 외국에선 갈비가 정육의 3분의1 선에 팔린다. 앞서 이대현 옹의 증언과 너무 똑같다. 원래 갈비란 그런 부위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고급 부위이니, 그저 맛있게 먹는 수밖에 없긴 하다.

박찬일 | 소설을 쓰다가 이탈리아에 가서 요리학교 ICIF, 로마 소믈리에 코스와 SlowFood 로마지부 와인과정을 공부했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한국에 돌아와 이탈리아 레스토랑 ‘뚜또베네’ ‘트라토리아 논나’ 등을 성공리에 론칭시켰다. 지은 책으로 <박찬일의 와인 컬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보통날의 파스타> 등이 있다. 최근 서울 이태원에 이탈리아 전문식당 ‘인스턴트펑크’를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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