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가 보GO놀GO | 별사진
김기자가 보GO놀GO | 별사진
  • 글 김정화 기자 | 사진 박경섭 프리랜서|협찬 폴라텍
  • 승인 2013.12.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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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 삼각봉 비박…미속촬영으로 찍은 밤하늘
별빛은 쨍쨍 콧물은 훌쩍

깜깜한 밤이 아름다운 건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과 달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달에게 소원을 빌고 북극성 덕분에 밤에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또 하염없이 바라보며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 명성산 삼각봉에서 담은 별 궤적. 북쪽 지역이라 별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돈다. 사진 박정원.

겨울의 밤은 유독 빨리 찾아온다. 겨울밤이 깊어질수록 짙어지는 것은 입김과 별빛이 아닐까. 억새 품에서 마지막 가을밤을 보내려고 명성산을 찾았다. 반전으로 억세게 추운 밤이 기다리고 있었고 콧물을 훌쩍이며 우주 빛에 취하고 왔다.

타임랩스 기법으로 별사진 찍어
별을 봐야겠다는 계획은 영화 <그래비티>에서 시작했다. ‘이번 달엔 뭘 해야 재밌을까?’라는 고민이 산을 넘어 우주까지 간 것이다. 별빛과 달빛을 보고 남기기 위해 박정원 작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취재에 함께해준 박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타임랩스 기법으로 담고 있으며 네이버 블로그 ‘에이프릴가든(blog.aprilgarden.com)’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4K 타임랩스 프로젝트로 아이슬란드를 다녀왔으며 현재는 우리나라의 사계를 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취재에 동행한 박정원 작가. 촬영을 위해 혼자 백팩킹을 종종 떠난다고.

타임랩스는 촬영 기법 중 하나로 일정 간격으로 한 컷씩 촬영한 사진을 이어 붙여 정상 속도로 영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미속 촬영이라고도 한다. 다큐멘터리 등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이나 별의 이동 등의 영상을 생각하면 된다. 박 씨는 “국내 여러 곳을 다녀보니 아름다운 곳이 많아 기록하고 싶었다”며 “타임랩스 기법을 이용하면 변화하는 모습을 역동적이면서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종 백팩킹을 겸한 촬영을 떠난다는 그는 “촬영 장비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최대한 가볍게 준비 한다”며 “그래도 25~30kg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안 쓰던 등산스틱도 최근에는 무릎 보호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 산 속의 밤은 빨리 찾아오고 유독 더 춥다. 바람을 막기 위해 타프를 쳤는데도 오들오들 떨렸다.

▲ 억새 사이로 바라본 별빛.

그는 취재지로 명성산을 추천했다. 삼각봉 헬기포트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궁예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운해도 장관이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오후 3시부터 늦은 산행을 시작했다. 하산하는 분이 “이제 출발하면 언제 내려오냐?”고 묻다가 취재진이 짊어진 배낭을 보고 “이 추위에 야영해?” 라고 걱정했다. 취재는 전국이 막대과자 열풍이 분 날 시작했는데 명성산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 촬영 준비를 하는 박 작가. 두 삼각대 사이에 있는 장비는 전동 슬라이드로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여 역동적인 영상을 담을 수 있다.

▲ 오후 3시부터 산행을 시작했더니 금세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해지는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바쁜 마음에 억새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해가 지는 만큼 기온도 뚝뚝 떨어지면서 땀에 젖은 머리가 얼기 시작했다. 취재진은 도착하자마자 집짓기에 바쁠 수밖에 없었다.

조리개 개방은 최대, ISO는 800~3200
터를 잡은 뒤 간단히 식사를 했더니 달이 밝게 떠올랐다. 취재 전날 비가 내려 날씨는 코끝이 시큰해질 만큼 추웠지만 하늘은 쾌청했다. 박정원씨는 “날이 추워질수록 별빛이 선명하다”며 “오늘은 반달이라 달빛이 많이 강하다”고 말했다. 달이 크면 빛이 강해 주변의 별을 잘 볼 수 없는데 도심에서 별을 보기 힘든 이유는 하늘이 탁한 것도 있지만 가로등, 간판 등 광해(光害)가 많기 때문이다.

▲ 지리산 세석에서 촬영한 은하수. 사진 박정원.

그는 “선명하게 담기 위해서는 해발 1000m 이상 올라가야 한다”며 “태백산과 지리산, 설악산 등지에서는 은하수도 담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 이어 “별 사진만 담는 것 보다 나무 같은 다양한 자연물을 함께 찍는 것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 박 작가는 “등산 스틱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무릎 보호를 위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별은 시간당 15도씩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며 지역에 따라 별 움직이는 궤도가 달라진다. 북쪽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이동하고 동쪽이나 서쪽은 사선방향으로 이동한다. 어떤 움직임을 담고 싶은지에 따라 지역 선택이 달라진다. 그는 “별자리의 위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찾는다”며 “스타차트와 구글 스카이맵을 사용한다”고 했다.

별 촬영은 20~30초간 장노출을 이용하기 때문에 삼각대가 중요하다. 조금만 흔들려도 사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튼튼해야 하며 셔터 누를 때도 조심해야하니 셔터 릴리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리개는 최대 개방부터 F4가 적당하며 ISO는 800~3200 이내로 설정하는데 테스트 촬영을 하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담으면 된다. 또 오랜 촬영을 위해서는 배터리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름철 습기나 겨울철 서리 방지를 위해서는 렌즈에 핫팩이나 열선을 감아주는 것이 좋다.

장비를 설치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셔터 한 번 누르고 수 초 동안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억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저절로 제자리를 뛰게 만들었고 연신 훌쩍이기 바빴다. 한 컷 한 컷을 담는 작업은 추위 때문에 더디게만 느껴졌다. 그는 “여름에는 모기 같은 날벌레가, 겨울에는 추위가 가장 괴롭다”고 했다.

이튿날 일출을 보기 위해 눈을 떴다. 사실 밤새 너무 추워서 무사히 눈 뜰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래서인가 어느 때 보다 일출이 감동적이었다. 문득 영화 <그래비티>에서 스톤 박사가 지구로 귀환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겨울밤은 아름다웠지만 너무 추웠다. 우주처럼.

▲ 해와 별, 달이 뜨고 지는 걸 봤더니 아침에 본 해돋이는 어느 날보다도 더 경이로웠다.

▲ 물이 얼까봐 텐트 속에 넣고 잤지만 그래도 얼었다.
▲ 코펠 위에 물을 흘렸더니 순식간에 얼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밤을 버티게 해준 장비들

<듀얼 75 에어매트>
측면에 밸브를 열면 공기가 자동으로 주입되는 에어매트다. TPU 내장폼을 사용했으며 바닥으로부터 냉기와 습기를 차단해 보온효과를 더해준다. 밀착력이 우수한 논슬립바닥으로 미끄러짐을 방지했다. 16만원. 스노우라인.
<이누잇 1200>
오토캠핑용 사각 침낭으로 핫팩이나 보온장비 사용시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공간이 넉넉해 움직임이 자유롭다. 영하 7도부터 영상 8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사이드 지퍼는 통풍과 온도조절에 용이하다. 10만4000원. 스노우라인.
<티타늄 캠핑 포트 세트>
티타늄으로 제작해 가벼우면서도 강도 역시 뛰어난 코펠 세트. 1.2ℓ, 800㎖, 400㎖로 구성됐으며 총 무게는 323g이다. 19만5000원. 스노우라인.
<듀오랜턴>
랜턴과 플래시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랜턴. AA 건전지 4개를 사용하며 90루멘의 밝기를 지원한다. 다이머 기능이 있어 광량을 조절할 수 있으며 생활방수 IPX7를 보장해 우천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 무게는 배터리 포함 270g. 5만원. 스노우라인.
<알파인 컴팩트 폴딩 체어>
듀랄루민으로 제작해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의자. 시트는 600D 나일론과 고강도 메쉬로 내구성과 통기성이 뛰어나다. 수납과 보관이 간편하며 무게는 319g. 3만5000원. 스노우라인.
<뉴 알파인 라이트 1-2>
펙을 제외한 무게가 1.7kg인 초경량 1~2인용 텐트. 듀랄미듐 재질의 폴로 강도를 높였고 설치 역시 간편하다. 아웃텐트 전면 전실은 취사 및 용품 등을 거치할 수 있게 설계했다. 35만원. 스노우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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