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저씨의 별별이야기 | 가을밤의 진객 카시오페아
별아저씨의 별별이야기 | 가을밤의 진객 카시오페아
  • 글 사진 김호섭 기자
  • 승인 2013.11.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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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몇 개쯤 아는 당신은 최고의 아빠

내취미는 낚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열심히 꽝을 치고 있던 중 무심히 올려다본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면서 감탄도 잠시, 그 별들 사이에 서로 엮여 있을 별자리가 궁금해졌다. 별쟁이가 될 팔자였는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서점에 가서 별자리 책을 잔뜩 샀다. 낚시 갈 때마다 한두 권씩 들고 다니며 꽝치는 날은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 신기하게도 낚시보다 별 찾아보는 것을 점점 더 재미있어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처음엔 생소했으나 곧 익숙해졌다. 나중에는 낚싯대는 팽개쳐 두고 별만 보기 위해 물가보다는 주로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

▲ 카시오페아 자리.

별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은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본격화되었다. 낚시용 보트를 살 돈으로 천체망원경을 사게 되었고, 초기에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별세계에 빠져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보러 다녔다. 아무 인적도 없는 물가보다는 숲속이 더 무섭다. 동물이 무서운 게 아니라 낯선 사람을 만날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운이 좋았는지 그런 곳에서 또 다른 별쟁이들을 만났다. 경계심은 일시에 허물어지고 마치 십년지기 만난 듯 친해져 4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새로운 별친구들을 사귀는 기쁨까지 누렸다.

한번은 화천으로 별을 찍으러 갔다. 근처에 캠핑장이 있어서 커피 한 잔 구걸하러 갔다가 레이저로 별자리 몇 개를 설명해 주었더니 그 일대의 캠핑가족이 다 몰려드는 바람에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온 경험이 있다. 그 가족들도 같은 별을 보았을 텐데 그냥 무심히 바라볼 때와 설명을 들으며 볼 때의 느낌이 많은 차이가 났던 모양이다. 결국 커피 한 잔의 구걸은 고기 한 점이 되고 나중엔 술 한 병으로 바뀌었다. 그냥 바라보는 별밤의 하늘은 감성의 한 조각이지만 별자리 몇 개를 안다면 그 맛은 완전히 다르다. 

▲ 안드로메다 자리.

가을이 깊어지는 11월부터 몇 달 간의 밤하늘은 1년 중 밝은 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기다. 10년 전만 해도 별지시기라는 레이저빔을 쏘는 도구가 없어서 손가락으로 별자리를 가리켰다. 이 손가락 지시는 옆 사람이 보면 엉뚱한 별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여 애가 탄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정확하게 별을 가리키는 레이저 지시기가 나와서 한결 수월해졌다.

가을 밤하늘은 우리에게 친숙하고도 유명한 카시오페아 자리가 있다. 알파벳으로 W자와 비슷한 카시오페아 자리의 별들이 2등성 위주로 되어 있고 모양이 분명하기 때문에 비교적 눈에 잘 띈다. 요즘 스마트폰의 나침반 앱을 사용하면 쉽게 북쪽을 찾을 수 있다. 북쪽 방향을 찾았으면 가을 기준으로 동북에서 북쪽 사이를 올려다보면 카시오페아 별 다섯 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페르세우스 자리는 카시오페아 자리 바로 아래에 있으며, 안드로메다 자리는 페르세우스 자리 오른쪽으로 한 뼘 안에 길쭉하게 누워 있다.

▲ 페르세우스 자리.

신화에 따르면 카시오페아는 허영심이 매우 많은 왕비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너무 과시한 나머지 바다 요정들에게 미움을 사게 된다. 그 결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 괴물 크라켄(케투스)에게 딸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운명을 맞는다. 그녀의 딸 안드로메다 공주는 메두사의 목을 베고 귀환하던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구출된다. 그 후 카시오페아는 포세이돈에 의해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는데, 허영심에 대한 벌로 하루의 반을 의자에 앉은 채 거꾸로 매달려 있게 된다. 이런 신화의 한 대목을 잘 기억했다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적어도 텐트 잘 치고, 고기 잘 굽는 아빠보다도 더 멋져 보이지 않을까.

캠핑을 자주 다니고 밤에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보았다면 계절마다 중요한 별자리 몇 개쯤 공부해두자. 동행인이나 아이들에게는 감흥을, 아빠에게는 뿌듯함이 보너스로 주어지는 특별한 경험이 될 테니까. 진정한 힐링을 위해 집을 나섰다면 야영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불을 잠시 끄고 멋진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아이들과 별 여행을 떠난다면 그만한 힐링도 없을 것이다.

김호섭 |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밤하늘의 매력에 빠져 별자리 공부를 시작했다. 현재 춘천의 강원도청소년수련관 별과 꿈 관측소(www.gystar.co.kr)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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