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 | 요르단 레이스
트레일러닝 | 요르단 레이스
  • 글 사진 유지성 본지 아웃도어 자문위원·오지레이서
  • 승인 2013.11.15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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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사막을 달려보자…와디럼~페트라까지 250km 달려

최근 너무나 아쉬운 뉴스가 흘러나왔다. 바로 사하라 레이스 대회 지역의 변경이었다. 사하라 레이스는 2005년부터 꾸준히 아프리카 이집트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이집트의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대회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주최측에서는 장고를 거듭한 끝에 임시로 장소를 변경하기에 이른 것. 하지만 사하라 사막이 있는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는 대부분 치안상태가 그리 썩 좋은편은 아니다.

▲ 혹독한 환경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낼 때 큰 쾌감을 얻는다.

결국 대회는 요르단에서 열리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한국 에이전트인 필자의 모든 상황이 급하게 바뀌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요르단이란 결정에 안도감이 들었다. 작년 요르단 레이스의 아름다웠던 사막의 풍경과 추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요르단 레이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한다.

▲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장대한 풍경이 이어진다.

첫날부터 더위와의 싸움으로 시작해
요르단은 이스라엘과는 사해를 국경으로 두고 있는 나라다. 면적도 그리 크지 않고 인구도 대략 500만명 정도로 전형적인 지중해성 날씨를 나타내는데, 여름은 건조하고 더우며 겨울은 가끔 눈이 내릴 정도로 춥다. 우리는 와디럼에서 출발해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더불어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이자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 3탄·마지막 성전>의 촬영 장소로 유명한 페트라(Petra) 앞에 골인한다.

대회는 스테이지 레이스로 1주일간 250km를 가야 한다. 매일 제한 시간 10~12시간 안에 40km 정도를 달려야 하는데 롱데이라해서 28시간 안에 100km를 가야 하는 구간도 있다. 코스 환경은 전형적인 사막의 모래밭과 바위구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산악구간은 달리기 좋은 비포장길과 흙길이 많았다.

▲ 캠프에 모인 참가자와 행사진행요원.

▲ 대자연과 하나 되어 달리는 참가자들.
▲ 골인 지점 패트라.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배경이 된 곳이다.

요르단 레이스는 한마디로 무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와디럼 사막은 평균 해발이 1000미터를 넘는 고산지대다. 그래서인지 기온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건조했다. 첫날은 와디럼 입구에서 트럭을 타고 들어와 만들어진 캠프에서 느긋하게 쉬다가 다음날 출발하는데 경치가 워낙 좋아서 참가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었는데 수시로 불어오는 열기를 가득 머금은 모래 바람과 오전 11시만 되어도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건조한 더위는 참가자들의 진을 빼놓았다.

역시나 두 번째 체크 포인트(10~15km 간격으로 설치된 물을 공급해주는 텐트)에서 더위를 못 견딘 한국 여성참가자 쓰러졌다. 포기까지 할 정도로 최악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떨어진 기력과 자신감을 찾아줄 필요가 있었다. 서둘러 주변의 한국 참가자와 함께 일단 신발을 벗기고 물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물과 보충제를 먹이며 부채질을 했다. 얼마후 다행히 정신을 차린 여성 참가자는 다시금 길을 갈 수 있었다. 대자연 속에서 레이스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자신감이다. ‘난 할수 있다’라는 자신감이야말로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말도 안 되는 초능력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 골인 지점을 향해 달리는 참가자들. 매일 40km 정도를 달려야 한다.

▲ 좁은 협곡을 지나야 하는 코스도 있다.

독특하고 생경한 풍경이 이어져
와디럼의 지형은 특이했다. 바닥은 모래요 모래위는 바위란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온통 모래와 기암괴석들 천지다. 모래는 나미비아에 있는 나미브 사막 같은 붉은색의 낭만을 뿜어내고 사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는 바람이 만든 조각상같이 독특했다. 대회 4일째, 2개의 체크 포인트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오른쪽 발목에 통증이 찾아 왔다. 뛰는 건 둘째치고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오른쪽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속도가 떨어졌고 한낮의 태양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야만 했다.

▲ 목마를 타고 골인지점으로 향하는 한국 참가자들.
역시나 사막의 더위는 무시할 수 없었다. 내가 더위를 먹었다. 명색이 사막의 아들이라 칭하는 내가 더위를 먹고 휘청거린 것이다. 스스로 더위를 먹은 게 느껴진다면 주저 없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내 몸이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순간, 물을 상체에 집중적으로 뿌렸다. 그리고 전해질 캔디를 입에 넣고 눈을 감았다. 일단 고비를 넘기니 다시금 시야가 맑아졌다.

사막의 모래폭풍은 자고 일어나면 지형이 바뀌어 있다 할 정도로 무척이나 거칠다. 이번 대회에서 2002년 이후 10년 만에 제대로 센 놈을 만났다. 대회 4일째 저녁을 먹고 있는 우리에게 모래폭풍이 덮쳤다. 순식간에 불어 닥친 모래폭풍은 사방을 온통 누런 황토색으로 만들어 버렸다. 전 참가자들이 기둥을 붙잡고 모래폭풍에 버티며 오랜 시간 사투를 벌였다. 결국 온전한 몇몇의 텐트에 모여 닭장 같은 분위기로 잠을 청했다. 신기했던건 그 폭풍 치는 난리 속에서도 잠은 잘잤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래폭풍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열렸다.

요르단 레이스 롱데이는 계곡을 돌고 산을 넘고 광야를 헤치며 모래언덕을 넘고 넘는 극악무도한 코스였다. 베테랑 레이서들도 혀를 내밀 정도로 역대 최고의 난이도였다. 최악의 롱데이를 마친 참가자들에게 마지막 날은 잔치와도 같았다. 최종 골인 지점은 그 유명한 페트라였기 때문. 마치 인디아나 존스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미로 같은 사원의 계곡 길을 거쳐 멋들어진 골인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 바람이 만든 절묘한 조각 같은 풍경도 지난다.

▲ 골인 지점에서 함성을 지르는 필자.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아침 공기를 가르며 페트라를 향해 달리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래서 내년 2월, 30명이 넘는 한국인 참가자들과 함께 소리 지르며 페트라를 향해 진격의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흥분이 된다.

▲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낙타.

▲ 몇 걸음만 더 가면 골인이다.

▲ 골인의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는 한국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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