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면(cotton)은 착용감은 좋지만, 땀이나 물을 잘 흡수해서 쉽게 젖거나 축축해집니다. 그로 인해 체온을 빼앗기기 때문에 활동적인 아웃도어와는 상극(?)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거칠게 직조된 캔버스(canvas, 광목)나 폴리에스테르 소재가 적절히 혼방된 폴리 코튼(poly cotton) 소재는 면 특유의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한 기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소재입니다.

또한 화학 섬유가 무조건 우월할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한 발짝 물러서 본다면, 우수한 속건성과 방취 기능을 가진 천연 메리노 울이나 가볍고 얇으면서도 뛰어난 보온성을 지닌 실크 소재 같은 전통적인 천연 소재들이 주는 자연적인 기능성을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능성 섬유의 경우 테플론 등 화학 수지를 사용하여 발수 기능을 구현하지만, 폴리 코튼 이나 두툼한 덕 캔버스 같은 경우,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왁싱 작업을 해주면 화학 섬유 못지않은 좋은 발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왁싱을 통해 발수 기능이 구현된 캔버스 재질의 카누백.

왁스로 발수 기능을 추가합니다
발수란 물이 닿았을 때 구슬처럼 튕기게 해 직물로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입니다. 화학 기능성 소재라 할지라도 발수가 영구적이지는 않습니다. 초기에는 비교적 잘 유지되지만 세탁 등을 통해 기능이 점점 상실되고 나면 별도의 복원작업이 필요합니다.

천연 섬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캔버스나 폴리코튼의 경우에는 왁스를 이용하여 이러한 발수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 수준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왁싱을 반복하여 도포하면 발수 성능은 좋아지지만, 통기성은 약해집니다. 물론 60도 이상의 온수로 세탁을 해주면 자연스레 왁스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적인(?) 발수 기능은 기능성 소재들에 비해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 물이 많이 닫는 후드 부분 등에는 두 번 정도 반복해 주면 좋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폴리 코튼이나 캔버스 의류는 우수한 방풍 기능과 함께 고어텍스 등 기능성 소재가 주지 못하는 보온성과 편안한 착용감을 더해 주기 때문이죠. 여기에 발수 기능을 선택적으로 추가하게 되면, 코튼 특유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아웃도어에서 악천후를 만나도 충분한 기능성을 발휘하게 됩니다.

▲ 왁싱이 골고루 되지 않을 경우 얼룩이 남을 수 있으니, 균일하게 묻히는 것이 중요하다.

고체 왁스 사용 방법
발수작업을 위해서는 고체왁스가 적합합니다. 폴리코튼 의류 및 배낭 메이커인 피엘라벤사에서 오래 전에 아웃도어용 왁스를 출시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마치 비누처럼 생겼는데, 바닥 쪽이 라운딩되어, 왁스칠 하기 편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용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옷이나 배낭을 펼쳐 놓고, 발수 기능이 필요한 부분에 왁스를 골고루 문질러 바른 후 핸드 드라이어나 다리미로, 아웃도어에서는 가스 스토브로 열을 가해 녹여주면 됩니다.

왁스를 바르고 나면 마치 하얀 분필 가루나 촛농이 묻은 것처럼 하얗게 되는데, 여기에 열을 가하면 패브릭 안으로 잘 스며들면서 사라집니다. 왁싱 후 재질은 이전에 비해 약간 빳빳해집니다. 만약 발수 기능을 더욱 강하게 하고 싶다면, 비가 올 때 물이 많이 닿는 후드, 어깨 및 팔 부위, 바지의 경우 물이 많이 튀는 밑단 쪽에 두 번 정도 반복해 주면 좋습니다.  

▲ 발수 기능을 위한 고체왁스.

왁싱 후 착용해 보면, 이전보다는 좀 뻣뻣해진 감이 없지 않지만, 패들링이나 우천 시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왁싱을 해서 판매하는 캔버스 제품(waxed canvas)이 기본 제품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되곤 하니 손수 왁싱을 해 쓴다면 좀 더 경제적입니다. 폴리코튼 의류나 캔버스 제품 쓰시는 분들은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의할 점
천 바닥이 고르지 않으면 왁스칠을 수직으로 할 경우 왁스 줄이 가거나 과하게 칠해집니다. 가급적 천 안쪽을 손바닥으로 대고 빙빙 돌려가면서 칠해야 고르게 왁싱이 됩니다. 왁스가 과하게 묻거나 균일하게 칠해지지 않으면, 열을 가해 녹일 때 얼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의류 등은 주의하여 왁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