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뛰다 걷다 놀면서 가야 진정한 힐링
트레일러닝|뛰다 걷다 놀면서 가야 진정한 힐링
  • 글 유지성 아웃도어 자문위원|사진 이병곤 작가
  • 승인 2013.10.18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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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엑스런 트레힐런 캠프 ‘아이~부럽지’ 경주행사

트레일런+힐링을 조합한 ‘트레힐런’
올 5월 내가 운영하는 트레일 오지레이스 최대 커뮤니티인 런엑스런(www.runxrun.com)에서 ‘트레힐런’ 행사를 제주도에서 첫 번째로 시험 삼아 열었다. 트레힐런은 Trail run+ Healing= traheal run의 조합어로 일상 탈출의 새로운 대안이 되기를 희망하며 만든 새로운 합성어다. 놀고먹고 마시고 생각나면 뛰고 걷고, 힘들면 차도 타는 아주 건강하지만 뭔가 괴팍한, 하지만 너무나 즐거워 팔짝 뛰게 만드는 행사, 우리는 이를 런엑스런 트레힐런 캠프 ‘아이~부럽지' 라 부르기로 했다.

▲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 런엑스런 트레힐런 캠프 ‘아이~부럽지’ 경주캠프.

그런데 반응이 너무나 좋았다. 아니 사람들이 미쳐버렸다. 참가자들은 총 길이 60km의 제주 올레길 4~7번 코스를 걷고 달리며 낭만적인 제주의 바다와 하늘, 한라산을 두루 경험했다. 상당히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행사였는데 참가자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떠한 방법을 이용하든지 상관없이 정해진 코스를 완주하면 된다. 달려도 되고 걸어도 되며 심지어는 자전거, 차를 타고 이동해도 상관없다. 독특한 이벤트답게 런엑스런 회원을 대상으로만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몇 시간 만에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첫 번째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그래서 무조건 3개월 후에 두 번째 행사를 만들기로 하고 공지를 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두 번째 행사 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3개월. 한 번에 대한민국 전체를 답사할 수 없어 몇 군데를 콕 찍었다. 그리고 발견한 곳이 경주였다. 직접 두 발로 구석구석 만나본 경주는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놀라움이 살아 있었다. 그래서 경주의 참 모습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면 모두에게 신선한 감동으로 전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 행사 첫날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체크인을 하고 있다.

▲ 50km 트레힐런을 출발하는 참가자들.

이번에도 런엑스런 회원을 대상으로 참가를 받았다. 그리고 역시나 처음 참가 인원 30명은 3시간 만에 마감됐다. 인원을 늘려 달라는 요청과 압력에 결국 총 51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회비를 받은 국민은행 계좌가 해킹당해 진행비까지 한순간에 공중으로 사라졌다.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는데, 무책임한 은행에 배신감을 느꼈다. 책임을 회피하는 은행측의 태도에서 스태프들이 약이 올랐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끼리 잘 준비해서 행사를 성공시키자며 하나로 뭉쳤다.

▲ 참가자 한 그룹이 벼가 익어가는 들판을 지나고 있다.

경주 천년 역사 두루 만나는 코스 개발
그동안 알고 있는,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경주의 길들을 재해석해서 만든 코스, 우리는 이것을 힐링패스(healing path)라고 새롭게 부르기로 했다. 경주는 유적지다보니 개발 제한에 걸려 높은 건물이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 없다.

푸르른 자연이 공존하는, 그것도 무척이나 진한 녹색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도시다. 그런 아름다운 경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걷고 땀을 흘리며 여유와 낭만을 찾고 스스로 힐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한적한 논길, 숲, 시골 마을, 남산, 왕릉, 번화가 등 경주의 과거와 근대, 현대를 모두 만날 수 있도록 코스를 설계했다. 런엑스런 트레힐런 캠프 ‘아이~부럽지’는 총 3일간 열렸다. 첫날은 참가자 등록과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은 자체 50km 트레힐런과 파티, 마지막 날은 오전 브런치 모임을 가졌다.

▲ 고분 앞을 지나는 참가자들이 재미있는 포즈를 취했다.

▲ 남산에 오른 참가자들. 코스는 경주 천년 역사를 두루 만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번 경주캠프는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했다. 특별히 이번 경주캠프는 르까프가 메인 협찬을 했다. 전체 참가자 및 스태프들의 의류와 장비, 경품, 이벤트 등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덕분에 초반에 벌어졌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었다. 더불어 그동안 비밀리에 개발 중인 트레일러닝화 시제품을 선보였는데, 직접 착용했던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 자리를 통해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글로벌 IT회사인 에버노트(Evernote)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의 스마트 캠프를 만들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행사 전부터 에버노트를 통해 행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서도 수시로 업데이트된 정보들은 에버노트를 통해 각 참가자들에게 전달되고 서로 공유됐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된 스마트한 캠프와 레이스였다.

▲ 남산에 오른 참가자들. 코스는 경주 천년 역사를 두루 만날 수 있게 설계됐다.

50km를 달리는 트레힐런 당일,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의 영향으로 전날 밤에 폭우가 내렸다. 새벽녘까지 이어진 비 때문에 출발 시간을 약간 조정했다. 하지만 낮부터 맑아진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참가자들은 경주를 달리며 온몸으로 자연을 받아들였다. 오전 하늘은 흐렸지만 싱그러운 농촌 풍경은 선선한 날씨와 더불어 낭만으로 찾아왔다. 남산을 오를 때 활짝 갠 날씨 속에서 서라벌의 정취를 발견했으며, 경주시내 곳곳을 돌아다닐 때의 무더움은 2013년 여름의 진한 추억으로 남게 됐다.

▲ 경주캠프 참가자와 스태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도심과 시골로 이어지는 50km 힐링패스
트레힐런 거리는 50km, 제한 시간은 11시간. 지난 제주행사 참가자들이 많이 온 탓인지 처음부터 놀고먹고 달리는 근본 취지가 제대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전체 참가자의 30%는 운동하고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하지만 다른 대회와 달리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함께하는 달리기다. 힘들면 서로서로 도와가며 놀면서 가는 것이다. 초보자에게 혼자서 50km를 가라고 하면 엄두가 안 난다.

하지만 함께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기록에 목숨 거는 이기심이 충만한 대회보다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함께 어울려 함께 하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1등보다는 꼴찌에게 더욱 큰 박수와 칭찬을 날려주는, 모두가 함께 대접 받는 그런 멋진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제일 큰 경품인 30만 원짜리 선글라스는 전 구간을 완주한 1등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60대 재일교포 아저씨의 11시간에 걸친 불꽃 투혼은 순위를 떠나 모두에게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너도나도 경품의 주인공으로 추대한 것이다.

▲ 경주 트레힐런 거리는 50km, 제한 시간은 11시간이다.

▲ 참가자들이 호젓한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욕심을 버리면 전쟁도 없을 테고 싸움도 없을 테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도 없을 것 이다. 무엇인가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없으면 큰일 날 것 같고 손해 볼 것 같아 양보는 커녕 도움도 주지 않는다. 속도를 버리면 세상이 보인다. 우리가 추구하는 런엑스런 트레힐런 캠프는 버리는 연습을 하는 곳이다. 행복은, 힐링은 천천히 가며 자신을 만나는 솔직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통해 진실한 자신을 만나고 또 다른 행복의 방정식을 찾을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이유와 성공의 개념도 조금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제주에 이어서 이번 경주 참가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표정이 없고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어쩌면 저도 지금껏 그들과 같은 무표정한 인생을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부터는 정말 즐거운 인생을 살자는 다짐을 했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참가자들이 협찬사인 르카프 매장 앞에서 익살스런 포즈를 연출했다.

▲ 트레힐런 도중 공중부양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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