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가 자Go타Go | 카누캠핑
김기자가 자Go타Go | 카누캠핑
  • 글 김정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협찬 폴라텍
  • 승인 2013.10.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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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다 텐트 칠게요, 느낌 아니까”
충주 남한강…목계나루터~비내섬 9km 투어

물과 바람, 시간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흐르고 맘처럼 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소유할 수 없다면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한다. 지나가는 순간을 기억하려면 그 속에서 온 감각을 동원해 직접 느끼는 게 제격.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을 오롯이 느끼고 새겨두는데 카누캠핑만한 게 있을까. 낮에는 물길을 가르고 밤에는 풀벌레 소릴 들었다. 강변이라 금세 습기로 가득 찼지만 그만큼 촉촉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 출항을 준비하는 한영수 강사(앞)와 이지호 대표(뒤). 카누 무게는 약 25~30kg이며 최대 300kg의 짐까지 실을 수 있다.

다시 물결이 출렁이는 목계나루터
카누캠핑을 체험하기 위해 떠난 곳은 충주시 남한강 목계나루터. 한 때 이곳은 온갖 물자가 드나들고 사람이 북적였던 상업의 중심지였다. 배가 하던 일을 기차와 자동차가 대신하면서 점차 쇠퇴해 번성했다는 이야기만 남고 나루터는 고요해졌다. 그 물결을 다시 일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목계카누학교 이지호 대표와 한영수 강사다. 이들은 카누와 카약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은 물론 직접 카누를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두 명이 카누를 탔을 때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숙련자가 동승해야한다.

▲ 물 위에서 바라본 충주 풍경.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었다.

이 대표는 “춘천 물레길을 포함해 카누나 카약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많다”며 “그 중에서도 목계나루터는 끊어진 뱃길을 다시 잇는다는데 의미가 있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학교는 등산을 제대로 하려는 사람을 위한 학교인 만큼 우리도 카누를 한두 번 체험하는 게 아니라 카누를 직접 다루며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카누이스트를 양성하고자 한다”며 “아웃도어 활동은 누가 도와주는 것 보다 직접 해보고 느끼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에 실린 카누를 들고 물가로 내려왔다. 25~30kg로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막상 앞에서 들어보니 팔이 연신 후들거렸다. 카누 들다가 힘이 빠져 노를 저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요령을 알면 편안하게 패들링 할 수 있다. 패들링을 할 때 그립은 가볍게 감싸고 다른 한 손은 패들 샤프트 길이에서 아래로 1/3 지점을 잡는 것이 좋다. 이 대표는 “팔로만 젓는 것이 아니라 상체를 자연스럽게 돌리면서 패들링해야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남한강 목계나루터에서 시작한 노젓기는 여우섬을 거쳐 비내섬까지 약 9km 정도 이어졌고 열심히 물길을 갈랐다.

▲ 목계카누학교에서는 직접 카누를 제작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카누는 ‘만든다’라는 표현보다도 집처럼 짓는다는 표현을 쓴다.


물에 빠지고 싶지 않다면 노 젓는 것만큼 균형 잡는 것도 중요하다. 기자와 한 배를 탄 이 대표는 “카누가 출렁거려도 놀라지 말고 무게 중심을 배 안쪽에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면서 연신 배를 흔들었다. 긴장감을 풀고 적응하기 위함이었지만 혹시나 빠질까 당황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기자에게 카누는 유유히 즐기는 북미스타일 신선놀음 이미지가 강했다. 한 강사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북미나 유럽에서는 카누도 급류를 탄다”며 “강원도 급류에서도 이 카누를 썼다”고 소개했다. 해외에서는 카누에 짐을 싣고 떠나는 장거리 투어링도 인기라고 한다. 최소한의 짐만 허용되는 카약과 달리 카누에는 최대 300kg의 짐을 실을 수 있기 때문.

▲ 목계나루터에서 즐긴 카누캠핑. 단출한 장비였지만 뒤집어 놓은 카누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테이블로 보였다.

패들링이 익숙해지자 이 대표는 “천천히 저으면서 패들 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어보라”고 추천했다. 또르르 물방울이 강물에 퍼지는 소리가 색다르게 들려왔다. 잠자고 있던 감성세포가 새록새록 깨어나고 물 위에서만 들을 수 있는 다채로운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 패들링은 한 손은 윗부분을 편안히 감싸고 다른 손은 샤프트 길이에서 아래로 1/3 지점을 잡고 상체를 돌려가며 젓는 것이 포인트다.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목계교 아래를 지나자 주변 풍광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같은 풍경이라도 산 위에서 내려다 볼 때와 평지에서 바라보는 것, 수면 위에서 보는 것과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날씨가 좋아 물에 반영된 풍경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다. 섬과 강가에 뿌리 내린 수풀이 아마존 밀림을 헤치는 듯한 분위기를 더한다. 게다가 그 밑으로 새들이 날아드니 자연다큐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강변을 쉬이 떠날 수 없을 것 같아 캠핑을 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카누를 타고 섬으로 가 사이트를 구축해야 하지만 여건상 목계나루 근방에 터를 잡았다. 준비해온 텐트를 치고 카누를 뒤집어 테이블 삼고, 패들을 엮어 간이 화로대를 만들어 꽤나 분위기 있는 사이트가 꾸며졌다. 충주 예성여중 교사 김영식(대한산악연맹 청소년이사)씨가 취재진의 사이트를 찾았다.

▲ 한영수 강사가 직접 만든 카누와 그의 사인.

▲ 노를 저으며 듣는 물 떨어지는 소리와 물을 밀어내는 촉감은 가을과 제법 잘 어울린다.

그는 “강가에 있으니 가을이 오긴 온 것 같다”며 “요즘 카약 배우는 재미에 빠졌는데 이런 식으로 한번 캠핑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 강사는 “카누·카약 캠핑의 진짜 매력은 아무런 발길이 안 닿은 곳을 찾아 가는 것”이라며 “불빛 하나 없는데서 별을 보고 자연을 느껴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목계카누학교

카누 교육 프로그램은 카누잉의 기초적인 기술과 원리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면서 카누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세워졌다. 단기 체험보다는 카누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카누이스트를 양성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과정은 1-스타, 2-스타 과정이 있으며 1-스타 과정은 1일 6~7시간이 소요되며 비용은 20만원이다. 2-스타 과정은 12~14시간으로 2일간 진행된다. 교육비용은 40만원이다.

Infor.
위치 : 충북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111.
홈페이지 : cafe.daum.net/canoecenter
연락처 : 070-7763-0920

목계나루에 터 잡고 있다 보니 신경림 시인의 ‘목계 장터’가 떠오른다. 시에서 왜 하늘은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바람이 되라 했는지 짐작이 간다. 시인 역시 이 풍경과 계절을 느꼈으리라. 그 중에서도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가 맴돌았다. 딱 이 구절이 카누캠핑을 즐기는 이들을 표현하는 듯하다.

강에서 즐기는 카누는 봄부터 물이 얼어붙는 한겨울 전까지 즐길 수 있다. 카누 한 척을 부지런히 지으면 2개월 반에서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겨울 내내 카누를 만들고 봄부터 강으로 떠난다면 멋진 카누이스트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 해가 저물수록 운치는 깊어진다. 수풀 속 풀벌레 소리가 오케스트라 뺨친다.
▲ 앞·뒤로 나눠 카누를 들었다. 생각보다 무거워 힘들었다.

▲ 캠핑에서 화려하게 한 상 차려먹는 것도 좋지만 소박한 소시지 직화구이도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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