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 미국 애리조나주 하바수시
ANDREW'S TRAVEL NOTE | 미국 애리조나주 하바수시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3.09.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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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다리가 대륙으로 건너간 까닭은

▲ 청동 주물로 된 가로등 받침에는 가로등 제작소 상호 ‘T. Potter & Sons’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세월을 무색게 한다.

햇살이 무척이나 강렬한 애리조나주의 여름은 견디기 힘들다. 이런 기후를 참아가며 로스엔젤레스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 정도 달리면 하바수시(Havasu City)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하바수시는 아름다운 호반 도시로 유명한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영국 템스강의 유서 깊은 런던 다리 때문이다. ‘런던 다리가 무너진다네’의 구전 동요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런던 다리가 어떻게 정든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떨어진 이곳 애리조나주까지 오게 됐을까?

▲ 템스강 위에 세워진 런던 다리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미국의 하바수시를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80년 전, 템스강 위에 세워진 런던 다리는 오랜 세월 동안 런던의 명물이자 수많은 애환을 간직한 다리로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런던 시내에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차가 지나다녔던 다리는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주춧돌이 침몰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긴급회의를 연 시의회는 결국 런던 다리를 해체하고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리고 건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967년 런던 다리를 경매시장에 내놓게 됐다.

그러나 길이 300m에 폭이 4차선인 거대한 골동품 다리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해체도 쉽지 않고 그 경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작은 베팅만 하며 엎치락뒤치락하던 와중 미국 미주리주의 기업가 로버트 맥컬럭이 나타나 열기를 더했다. 120만 달러로 시작한 경매는 결국 246만 달러를 외친 로버트 맥컬럭이 최종 승자가 됐다.

미국으로 돌아와 다리를 복원할 최적의 장소를 찾아다닌 로버트의 눈에 띈 것이 바로 애리조나주의 하바수 지역이었다. 그는 호수와 호수 사이에 1.6km의 긴 운하공사 작업을 통해 그 사이에 런던 브리지를 복원시키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무모한 짓이라고 말렸으나 로버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 재산을 처분해 가며 일에 매달렸다.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런던 다리의 화강암 벽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기고 템스강에서부터 대서양을 거쳐 캘리포니아 롱비치 항에 도착하는 무려 16,000km의 길고 긴 항해를 시작했다. 10,276개의 화강암 바위에 무게만 해도 13만 톤으로, 이는 8톤 덤프트럭 약 16,000대 해당하는 양이었다.

▲ 아름다운 호반 도시로 유명한 하바수시는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다.
그렇게 미국에 도착한 벽돌들은 300km 이상의 사막길을 달려 하바수 호수로 옮겨졌다. 이 공수작전에 들어간 경비만 해도 처음 경매 낙찰가보다 3배가 더 들어갔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이전공사였다. 당시만 해도 그를 정신이상자로 손가락질하는 분위기였지만,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을 실은 차들이 그 다리 위를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를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모하게만 보였던 일이 후손들에게 남긴 혜택을 보면 사람의 꿈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다리 위의 청동 주물로 된 가로등 받침에는 런던의 가로등 제작소 상호 ‘T. Potter & Sons’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세월을 무색게 한다. 템스강 시절부터 이 가로등 불빛 아래서 얼마나 많은 연인이 서로 바라보며 사랑을 노래했을까? 타국으로 이주해 온 런던 다리의 푸른 청동 가로등은 하바나 호수 위에 비치는 자신의 자화상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없이 옛 시절의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는 것 같기도 하다.


앤드류 김(Andrew Kim) | (주)코코비아 대표로 에빠니(epanie) 포장기계 및 차를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와 차 전문 쇼핑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전문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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