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 미국 유타주 브라이스 캐니언
ANDREW'S TRAVEL NOTE | 미국 유타주 브라이스 캐니언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3.07.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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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6천만년 동안 깎은 조각품

▲ 원초적 붉은색을 뿜어내는 후두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은 브라이스 캐니언 뿐이다.

마치 지구의 기원을 보여주는 듯한 유타 주 브라이스 캐니언의 신비한 풍광을 접하면 누구나 할 말을 잃게 된다. 현란한 자세로 원초적 붉은색을 도도히 뿜어내는 브라이스 캐니언의 돌기둥들은 지질학적 용어로 후두(hoodoo)라고 한다. 작은 것은 1.5m부터 시작하지만 제일 큰 것은 빌딩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45m까지 솟아있어 거대한 위엄을 자랑한다.

미국 서부를 여행하다 보면 '캐니언'이란 이름이 붙은 수많은 협곡을 만나게 되는데, 이 지역을 통틀어 콜로라도 고원지대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그랜드 캐니언이나 자이언트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등은 이름과 위치만 다를 뿐이지 우리나라 남북한 면적의 1.5배 정도 되는 거대한 콜로라도 고원지대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신비한 붉은 후두들이 집단적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은 이곳 브라이스 캐니언 뿐이다. 후두 사이로 펼쳐진 미로 같은 트레킹 코스 또한 방문객을 사로잡는다. 그 옛날 해저에 토사들이 쌓여 형성된 암석들이 바다 밖으로 융기된 이후 비와 바람에 의해 침식작용을 거쳐 지금의 브라이스 캐니언이 만들어지기까지 6천만년이 걸렸다.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운 조각품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수밖에 없다.

▲ 후두 사이로 나있는 미로 같은 트레킹 코스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그랜드 캐니언이나 브라이스 캐니언이 위치한 남쪽 지역은 북쪽에 위치한 자이언트 캐니언에 비해 더 융기가 됐다. 남쪽 그랜드 캐니언의 최정상 지질층은 북쪽 자이언 캐니언의 바닥 지질층과 같고, 자이언트 캐니언의 최정상 지질층은 브라이스 캐니언의 바닥 지질층과 같다. 결국 콜로라도 고원이 어머니라면 각 주의 캐니언들은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들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지역에는 여기저기 공룡화석 뿐만 아니라 바다 생물의 화석들도 많이 발견되어 화석 파는 가게들도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끈다. 네바다 주 죽음의 계곡에 가면 끝없는 소금사막도 펼쳐져 있다.

오래 전 인디언들이 처음으로 브라이스 캐니언을 발견했지만 본격적으로 사람이 이주해서 살기 시작하게 된 건 150년 전부터다. 이곳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살며 탐험가들이나 지질 연구 공무원들을 안내했던 목수 에베네저 브라이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성을 따서 붙인 브라이스 캐니언은 지금도 비바람 몰아치는 태풍에도 아랑곳없이 변함없는 자세로 세상을 내려다본다.

해발 2400m 높이의 고지대에 위치한 신의 조각품 같은 브라이스 캐니언의 후두들은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자연 앞에 겸허해야 하는지, 무엇이 예술인지 오늘도 말없이 보여 준다.

앤드류 김(Andrew Kim) | (주)코코비아 대표로 에빠니(epanie) 포장기계 및 차를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와 차 전문 쇼핑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전문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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