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기자가 찍고찍Go | 빛을 이용하기
채기자가 찍고찍Go | 빛을 이용하기
  • 글 사진 채동우 기자
  • 승인 2013.07.08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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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는 맞서고 어둠은 거둬라
역광사진·그림자 사진 찍기

Photograph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Photo(빛)와 Graphos(그림)의 합성어로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다. 인류 최초의 사진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내다본 조망(1826)’을 촬영한 사진술인 Heliography도 마찬가지다. Helios(태양)와 Graphos(그림)를 합친 단어로 태양의 그림이라는 뜻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카메라의 어원은 카메라옵스큐라(cameraobscura)라는 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사진의 근본은 빛과 어둠 모두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빛이 쨍한 날 막상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서면 이 빛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해진다. 이번호에서는 역광에서는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야외에서 빛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림자는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알아본다.

▲ 정오대의 시간보다는 오전이나 오후 4시 이후의 빛이 사진 찍기에 좋다.

▲ 강물에 반짝이는 햇빛을 정면에 두고 찍은 사진. 극단적인 노출 상황에서는 흑백으로 표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화이트홀이 생기지 않게 노출보정 해야
많은 사람들이 자연광만큼 훌륭한 조명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카메라 렌즈로 들이닥치는 강렬한 태양빛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면 원하는 사진을 얻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조명을 쓸 수 없는 역광상황에서는 과감하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출 보정을 이용해 카메라 앞에 있는 피사체에 노출을 맞추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이 경우 피사체 외의 배경이 노출 오버가 되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인물 등의 피사체를 실루엣으로 처리하는 방법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 두 번째 방법이 오히려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으니 잘 선택해서 촬영에 임하자.

Tip

디지털카메라는 노출이 오버된 부분의 경우 색정보가 없어져 후보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역광상황에서는 사진의 정보가 많이 남는 RAW파일로 촬영하는 것이 낫다. 또한 역광상태의 피사체에 딱 맞게 노출 보정을 하기보다는 그보다 한 스톱 정도 낮춰 노출보정을 하는 것이 추후에 포토샵 등으로 사진을 만지기 좋으니 참고하자.

▲ 역광에서 피사체에 노출을 맞추지 않고 실루엣만 살린 사진. 노출보정을 하지 않아도 피사체를 제대로 부각시킬 수 있다.
▲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앞으로 가로등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둘의 모습이 닮았다.

좋은 빛은 기다리는 것
우리가 멋지다고 말하는 사진 중에는 우연히 찍은 것 보다는 원하는 상황이 오기를 기다린 사진이 더 많다. 빛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시간에 맞춰 촬영을 하는 것이 좋다. 빛이 너무 강한 정오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오후 3~4시 이후부터의 빛이 사진 찍기에 좋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으니 잘 선택해서 촬영에 임하자.

Tip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바로 골든아워와 블루아워. 골든아워는 일몰 직전과 일출 직후 세상이 노랗게 물든 시간이며 입체적이고 포근한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블루아워는 일몰 직후와 일출 직전의 푸르스름한 시간대를 일컫는데 완전히 어둡지도 밝지도 않아 오묘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야경 사진에도 자주 이용된다. 다만 이 두 시간대는 매우 짧으므로 원하는 장소에 미리 찾아가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 좌측상단에서 해가 비치고 있는 상황. 카메라가 지시하는 노출값보다 오버해서 촬영해 계단위의 아이와 기타 풍경들이 어둡게 찍히지 않았다.

▲ 빛이 내려쬐고 있는 공간으로 달리는 소녀에 노출이 맞도록 촬영한 사진. 카메라가 지시하는 노출값보다 언더로 촬영했다.

그림자는 불청객이 아닌 훌륭한 피사체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사진을 찍는다면 그림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따라 붙는 존재다. 그러니 그림자를 불청객으로 생각하지 말자. 프레임 속에 그림자가 들어온다면 피하려하지 말고 과감히 사진을 구성하는 피사체로 끌어안는 것도 좋다. 예컨대 특정 방향으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림자가 보인다고 해서 거추장스럽게 생각하거나 사진 찍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약간의 위트나 시선의 비틂을 더해 훨씬 나은 사진으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는 말의 또 다른 의미는 태초에 그림자가 있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Tip

피사체와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지면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다. 혼자 있는 사람을 찍을 때 그의 그림자가 함께 있다면 또 다른 분위를 연출할 수 있고 시선에 따라 그림자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피사체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평소 바닥이나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그냥 지나치지 말고 카메라를 들어 프레이밍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 프레임 상단 중앙으로 강한 빛이 내려쬐던 순간. 카메라의 노출값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2/3스톱 정도 오버로 촬영했다. 그림자가 있어 더욱 강렬한 느낌의 사진으로 남았다.

▲ 계단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는 아이의 사진.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작은 아이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시간에는 그림자를 주요 피사체로 촬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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