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양평 ④ 루킹
KOREA TRAVEL|양평 ④ 루킹
  •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7.0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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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신기루가 바로 눈앞에 있네
이색마을…구둔리&명달리

▲ 구둔역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이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취미사진가들의 출사지로 인기가 많다.

양평에는 자랑꺼리 없는 마을이 없다.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이다보니 대부분의 마을이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고 가족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두 군데 마을이 유독 눈에 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카피로 유명한 <건축학개론>의 촬영지 구둔마을과 70년이 넘은 잣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있는 ‘아토피 안심마을’ 명달리가 바로 그곳이다.

▲ 명달리 잣나무숲. 60년이 넘은 수령의 나무가 즐비하다.
▲ 소원나무에 촘촘히 매달린 소원들. 각양각색의 소원들을 훔쳐보는 것도 재미있다.

수지와 이제훈의 첫 데이트 장소 구둔역
평소 기차역이나 등록문화재 답사에 관심이 많다면 구둔리는 꼭 들러보자. ‘구둔’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이 지역 높은 산에 9개의 진지를 구축한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2리로 편입되어 사실상 구둔리라는 이름은 없어졌지만 1940년 개통된 구둔역의 존재 덕분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을 일대를 구둔리라 부르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지평면 주민뿐만 아니라 여주군 사람들도 구둔역을 자주 이용했다고 하니 지난 시간 구둔역의 번잡함이 절로 상상이 된다.

구둔역은 2006년 12월 4일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296호)으로 지정됐고 문화재 원형보존을 위해 노후한 역사를 개보수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낡은 역사에 70년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대합실 출입구의 박공지붕은 정면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철로쪽 대합실 출입구의 차양은 입체감과 함께 그늘을 제공하는 기능적 역할도 하고 있어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다.

▲ 역사 앞으로는 철거되지 않은 철길이 남아있다.
▲ 명달리의 잣나무.
 

▲ 명달리 산자락 곳곳에 흐르는 계곡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마셔도 될 정도로 물이 깨끗하다.

그래서일까, 영화 <건축학개론>의 주인공 수지와 이제훈이 첫 데이트를 한 장소도 바로 이곳 구둔역이다. 실제로 이곳을 와 보면 누구나 경험했던 풋풋한 첫사랑의 첫 데이트 장소, 첫 여행지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말 그대로 지나간 첫사랑의 신기루가 눈앞에 실제하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역사와 선로 사이에 있는 향나무는 이제 소원나무가 돼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색종이에 여러 필체의 소원이 적혀 하늘거린다. 소원 하나를 적어 달아놓고 오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의 소원을 슬쩍 훔쳐보는 일도 재미있다.

구둔역 주소는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1336-9로 작년 8월에 이전한 신역사 위치와 헷갈릴 수 있으니 사전에 미리 확인하고 찾아가야 한다. 구둔마을은 2006년경부터 영화체험마을을 운영했으나 마을 현지 사정으로 2011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체험학습이 진행되지 않으니 여행에 참고하자.

구둔마을 여행을 마치고 나오면 꼭 들러봐야 할 곳도 있다. 바로 지평주조장. 1925년부터 막걸리를 빚어온 이 건물은 한국전쟁 당시 인근에서 잔존한 유일한 건물로 UN군 사령부로 사용된 사연도 가지고 있다. 유서 깊은 건물인 만큼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지평막걸리는 일단 맛을 보면 왜 막걸리 애호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지 알게 된다. 이 지역을 떠나면 만나기 힘든 술이니 넉넉하게 사서 돌아와 지인들에게 한 병씩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

“우리 마을 오면 아토피는 싹 나아”
양평은 물이 좋은 만큼 산도 좋은 고장이다. 명달리 일대의 숲은 한국전쟁 당시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소나무보다 훨씬 많은 피톤치드를 내뿜는 잣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양평 내에서도 공기 좋기로 손에 꼽히는 마을이다.

명달리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고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곳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모든 농작물을 재배하며 양봉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산에서 직접 토종꿀을 생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와 돼지, 말 등의 가축은 전혀 키우지 않는다.

▲ 150m 우물에서 길어 올린 물로 빚는 지평막걸리는 100여 년 동안 변치 않는 맛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아토피 안심마을 전경. 매년 3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간다.

▲ 아토피 안심마을 캠프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제공 명달리 아토피안심마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된 마을이다 보니 눈만 돌리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절경들이 펼쳐진다. 특히 약 6km의 명달리 계곡을 따라 오르는 오솔길은 결코 빼먹지 말아야 할 코스다. 자연보호를 위해 캠핑 및 취사가 금지되고 있으니 반드시 참고하고 짐을 꾸리자. 유명현 명달리 이장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됐을 만큼 주민 모두가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마을 방문은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대대로 아끼며 보존해온 자연환경을 훼손치 말고 아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몇몇 몰지각한 캠퍼들이 비박지에 각종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명달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토피 안심마을’도 눈여겨볼만하다. 기존 명달리 숲속학교를 리모델링한 이곳은 아토피 치료에 특성화된 내용으로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3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가고 있다. 유명현 이장의 말에 의하면 서울 등 대도시에서 아토피로 고생하던 아이들이 명달리 생활을 하면서 병세가 호전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체험 캠프는 보통 1박2일로 진행되며 참가비용은 3만5000원 선이다. 아토피 안심마을 체험 캠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ypatopy.com)를 참고하거나 전화(031-773-6264)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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