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톡톡 | 장재순 써미트 대표
브랜드 톡톡 | 장재순 써미트 대표
  • 글 박소라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7.03 14: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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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료가 멘다는 생각으로 배낭을 만듭니다”

▲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써미트 장재순 대표. 써미트는 유명 수입 배낭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토종 배낭 브랜드다.

배낭은 단지 짐을 넣는 가방이 아니다. 배낭 속에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과 설렘이 담겨 있다. 그래서 배낭은 꿈이다. 써미트 장재순 대표는 그 꿈을 위해 30년째 배낭만 만들어온 인물이다.

그는 산악인 엄홍길씨와 같은 거봉산악회 출신인 정통 산꾼이다. “산을 다니기 때문에 산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았다”는 그는 배낭공장에서 기술을 배워 1983년 단칸방에 재봉틀 2대를 놓고 배낭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직접 만들고 필드 테스트를 거쳐 탄생한 써미트 배낭은 1980~90년대 산꾼들의 입소문과 검증을 거치며 날개달린 듯이 팔려 나갔다. “북한산 아래 우이동에 앉아 있으면 식당마다 산꾼들이 세워놓는 배낭 10개중 6~7개는 써미트”였고 “장비점을 개업할 때 써미트 배낭을 내걸어야 장사가 되던 시절”이었다.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산악인 엄홍길, 고 박영석, 한왕용 등 고산 등반가들도 써미트를 애용했다. 특히 산악회 후배인 엄홍길씨는 공식 후원업체가 있어도 써미트 배낭을 자청해서 썼다고 한다.

“지금은 내수 배낭공장들이 다 없어졌지만 80년대만 해도 많이 있었어요. 제가 원단을 들고 다니면 그걸 어디에 쓰느냐, 잘 팔리기나 하겠느냐 물어보곤 했죠. 그 사람들은 잘 팔리는 배낭이 있으면 그대로 베껴 만들기만 했지 배낭끈을 왜 그렇게 달아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산을 다니지 않았으니까.”

“산을 다녀야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그는 지금도 틈날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디자인을 스케치한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로버30은 에어 벤틸레이션 시스템과 성형몰드 등판으로 통기성과 우수성을 높였는데, 이는 기존 메쉬 등판의 단점을 느낀 그가 개발해낸 기술이다. 어택형 메간55+15는 전면부 포켓 사이에 손잡이로도 활용 가능한 스틱케이스 주머니가 내장돼 있는데 이 역시 장 대표의 아이디어다.


“배낭만 소신껏 열심히 만들고 싶다”
배낭 하나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써미트도 요즘은 고전 중이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지만 대기업 브랜드가 의류뿐 아니라 용품까지 라인을 확장하고 단독 브랜드숍 체제로 바꾸면서 수요가 부쩍 줄은 탓이다. 수입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목적인 신뢰도 컸다.

“제가 부끄럽고 듣기 싫은 소리가 써미트는 왜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처럼 못 만드냐는 겁니다. 저도 해외에 진출하고 싶지만 지금은 한 모델에 투자한 금액도 회수하기 어려워요. 배낭 하나를 만드는데 70조각 이상이 필요하니까요. 게다가 이제는 아무리 좋은 모델도 리바이벌이 안 돼요. 배낭도 의류랑 똑같이 되면서 새로운 걸 계속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스타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배낭 하나만 잘 만들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자 자존심이다.

“원래 산 다니는 사람들이 퍼줄 줄은 알아도 비즈니스는 잘 못해요. 돈은 산에 안 다니는 사람들이 잘 벌지. 그래도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아요.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메뉴가 많은 식당은 맛이 별로 없어요. 설렁탕집을 봐도 설렁탕 하나만 해야 국물이 잘 나오잖아요. 하지만 그거 하나 갖곤 먹고 살 수 없으니 육개장도 팔고 자장면도 파는 거죠. 반면에 메뉴 하나로 줄서는 집도 있어요. 그처럼 나도 배낭 하나만 소신껏 열심히 만들고 싶어요. 식당 사람들도 내 자식이, 내 가족이 먹을 거라 생각하면 좋은 음식을 만들잖아요? 저도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내 동료들이 멘다는 생각으로 배낭을 만듭니다. 지금 당장 망해도 ‘옛날에 써미트 배낭이 좋았는데’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요. 해외시장 진출도 계속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 국내와 해외에서 써미트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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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2022-06-11 09:56:03
진짜 멋지십니다
써미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