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 | 태안 해변길 ③ 캠핑하기
백패킹 | 태안 해변길 ③ 캠핑하기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3.07.0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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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산포오토캠핑장…소나무는 우뚝, 별은 총총

▲ 소나무 사이로 어둠이 내려앉으면 본격적인 캠핑이 시작된다.

몽산포오토캠핑장은 캠퍼들에게 필수코스 같은 곳이다. 소나무 숲 사이로 펼쳐진 너른 캠핑장은 한 번쯤 꼭 겪어야 할 캠핑의 풍경이란 뜻이기도 하고, 한 번쯤은 매섭고 거센 몽산포의 바람을 맞아봐야 본격적인 캠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소나무는 여전히 우뚝했고, 바람은 잠잠했으며, 밤하늘의 별은 총총했다.

몽산포오토캠핑장에 도착하니 오후 6시. 해가 길어진 덕에 하늘에는 아직 붉은 기운이 없었다. 솔모랫길은 13km, 도시에 사는 사람이 서너 시간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경치가 좋아 지칠 정도는 아니다. 더 걷고 싶은 마음과 빨리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반반이다. 당연히, 선택은 캠핑.

▲ 텐트, 그까이꺼 치는 데 10분.

▲ 캠핑장은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우리도 그랬다.

‘뚝딱 세팅’으로 즐기는 캠핑의 여유
이번에 백패킹에 동원한 장비는 테라노바다. 초경량 2인용 텐트 두 동, 처음 보는 텐트였지만 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텐트의 모양과 폴의 길이를 보면 직관적으로 구조를 알 수 있다. 텐트를 치고 캠핑 모드로 세팅하는 데 20분. 말하자면 ‘뚝딱 세팅’. 사실 세팅이랄 것도 없다. 미니 테이블과 미니 의자 꺼내서 자리 잡고 버너와 코펠만 꺼내면 끝. 안락한 의자와 널찍한 리빙쉘은 없었지만 느낄 수 있는 모든 공간이 우리 차지였고, 몽산포의 밤을 대낮처럼 밝혀줄 등은 없었지만 깊어가는 밤 따라 우리의 이야기도 깊어졌다.

바람은 불지 않았다. 아직 여름이 되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할 정도의 바람만 일었을 뿐, 텐트를 흔들지는 않았다. 각자 자신의 텐트로 들어간 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잠시 들리다 끊겼다. 빼곡한 솔숲에서 하늘을 보니 솔밭 사이로 별이 보였다. 그날의 앤딩씬이었다. 텐트 안의 매트리스와 침낭을 꺼내 소나무 밑에 깔았다.

▲ 20분 만에 마련한 4명의 캠핑 사이트.
▲ 눅눅한 이불도 말리고.




















이튿날 아침. 간단히 아침을 먹고 사이트를 정리하는데, 걷을 때는 칠 때보다 시간이 나름대로 오래 걸렸다. 이유는 몽산포의 고운 모래. 어지간한 모래는 손으로 툭툭 털면 떨어지련만, 몽산포의 모래는 곱디 고와서 모래 바탕에 손이 쓸고 간 자국만 남았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작은 빗자루다. 침낭은 밖에 말려두고 텐트를 걷어 차에 정리하니, 우리가 머물던 자리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 4명이 머물던 장비는 30분 만에 접히고 접혀 배낭 2개 속으로 들어갔다. 백패킹 캠핑의 매력 중 하나다.

간단한 세팅 덕에 우리에게는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는 각자 취향에 따라 한량처럼 몽산포를 떠돌았다. 나는 우뚝한 소나무 사이를 거닐며 다른 캠퍼들의 일상을 구경하다 인사도 하고, 꼬맹이 캠퍼들과 놀기도 했다. 잠시 시나리오를 잊고 있던 작가는 오후에 있을 화재 감식반 형사의 강연회 일정을 살폈고, 촬영을 하루 앞둔 배우는 시나리오를 보며 여백에 자잘한 글씨를 채워갔다.

몽산포에는 얼추 다섯 번 정도 온 듯하다. 그때마다 몽산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첫 몽산포의 바람은 매서웠지만, 이번 몽산포는 한없이 다정했다. 어쨌거나, 다음 표정이 기대되는 캠핑의 명소인 건 분명하다.

▲ 초경량 텐트의 미덕, 통째로 들어서 탈탈 털 수 있다.

▲ 캠핑의 아침은 차 한 잔으로 시작된다.

몽산포오토캠핑장 TIP - 네 계절 아름다운 태안의 품
몽산포오토캠핑장은 태안해안국립공원 안에 있다. 넓디넓은 소나무밭 곳곳에 차를 대고 텐트와 타프를 칠 수 있어 많은 캠퍼들이 이곳을 찾는다. 전기도 곳곳에 배전반이 있어 전기를 이용하는 데도 큰 불편함은 없다.

조심해야 할 것은 바람이다. 몽산포에서 텐트를 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폴을 연결할 때 모든 마디를 끝까지 체결해야 한다. 물론 이는 언제 어디서 어떤 텐트를 치더라도 지켜야 하지만, 특히나 몽산포에서는 잊지 않아야 한다. 몽산포의 바람은 생각보다 거세서 타프는 물론 팩 다운 해둔 텐트도 휘청거리게 만든다. 텐트가 버티는 건 폴대의 힘인데, 폴대가 완전하게 체결되지 않으면 부러지는 건 순간이다.

세팅만 튼튼하게 했다면 나머지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캠핑장 안에 매점도 있고, 차로 5분 거리에 몽산포항도 있다. 손삽 하나면 갯벌에서 조개도 캘 수 있다.
이용요금 텐트 1동 기준 2만원, 타프는 포함 스크린 타프는 별도. 캠핑카·카라반·트레일러 1대 2만5천원. 전기 이용요금 포함 가격

▲ 캠핑의 아침은 차 한 잔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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