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편지 | 섬진강 재첩잡이
섬진강 편지 | 섬진강 재첩잡이
  • 글 사진 김인호 기자
  • 승인 2013.06.19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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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는 논농사 강에는 거랭이질

매화 산수유 벚꽃 피어 상춘객으로 들끓던 섬진강 길이 오월이 되니 나뭇잎들이 푸르러져 시원한 그늘터널이 만들어지고 하동공원길에는 봉숭아 물 들인 새끼손톱 같은 매실들이 꼬물꼬물 자란다.

올 봄, 두서없던 날씨 탓에 매실 작황이 좋질 않아 하동군에서는 자연재해로 인정해달라고 건의를 했다고 한다. 매실농사로 손꼽히는 하동, 광양땅이지만 지구온난화로 머지않아 매실농사도 더 북쪽지방으로 옮겨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월의 강마을 들판은 농사 준비로 바빠진다. 논을 가는 트랙터 곁에 먹이를 찾는 왜가리들이 종종걸음 치는, 강마을의 오월은 논농사만 바쁜 게 아나다. 강농사인 재첩잡이도 시작된다.

재첩은 섬진강 오 백리 끝자락인 하동의 자랑인 특산식품. 재첩잡이는 5월부터 10월까지인데, 재첩은 섬진강의 민물과 남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 사는 조개이기 때문에 물때가 맞아야 한다. 재첩을 잡으려면 간만의 차가 큰 날을 고르는데, 한 달에 두 번인 물때에 맞춰 일주일 정도만 채취가 가능하다. 물때에 맞춰 강마을 사람들은 아침 일찍 강으로 나간다. 긴 나무 막대 손잡이가 달린 ‘거랭이’와 쇠로 만든 굵은 체인 ‘아미’ 그리고 플라스틱 소쿠리가 농사도구다. 허리까지 잠기는 강물 속에 들어가 거랭이로 바닥을 긁어 모래와 함께 재첩을 건져 물에 띄워놓은 소쿠리에 담는다. 조리로 쌀을 이루듯 소쿠리로 강물을 일어서 모래는 버리고 재첩만 남긴다.

언젠가 나도 호기심에 재첩작업을 해보았는데, 두어 번 거랭이질을 하고는 나자빠지고 말았다. 보기는 쉬워 보이는데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요령이 생기면 좀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재첩잡이의 고된 노동을 알고 나니 재첩국 한 그릇도 새삼스러웠다.

오늘도 출근길에 잠시 강가에 내려 강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재첩은 산란기인 5, 6월에 향이 짙고 좋다니 지금이 딱 제철이다. 재첩국 핑계 삼아서라도 섬진강에 한 번 다녀가시기를.


김인호 | 시인·시집 <섬진강 편지> <꽃 앞에 무릎을 꿇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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