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양평 ② Hiking
KOREA TRAVEL|양평 ② Hiking
  •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6.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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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길&남한강 자전거길
한 발짝 한 발짝 발이 홀짝이는 맛난 물

▲ 물소리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네 시골 풍경.

자극적인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며 허겁지겁 입속으로 밀어넣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 자다 말고 일어나 가장 먼저 찾는 것은 결국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물이다. 시원한 찬물을 대접에 찰랑찰랑 넘칠 정도로 받아서는 숨도 쉬지 않고 벌컥이곤 ‘물 참 맛나다!’는 말을 탄성과 함께 내뱉는다. 결국 물 한 사발로 인해 간 밤에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던 음식이 죄다 거짓이었음이 탄로난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캡사이신으로 맛을 낸 매운 짬뽕 국물 같은 직장생활 속에서 허덕이고 MSG로 범벅이 된 원조 아구찜 같은 일상에서 뒹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냉수 한 사발 같은 휴식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여기 양평에 물을 꼭 빼닮은 거짓 없고 꾸밈 없는 길이 있다.

▲ 물소리길 즉위단 손기용씨(사진 맨 왼쪽)가 정찬손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스 곳곳마다 들릴만한 명소가 많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움직이자.

▲ 나즈막한 동산과 논밭이 펼쳐지는 풍경은 여행객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양수역~국수역~양평전통시장까지 총 20km

걷기 열풍 덕에 전국 방방곡곡에 새로운 길들이 태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길들은 어딘지 모르게 가식적이다. 원래 있던 곳에 이름을 새로 붙인 경우도 있지만 일부러 꾸민 길도 많고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도 있다. 하지만 물소리길은 조금 다르다. 마을과 마을을 오가던 길을 잇고 주민들이 사용하던 지름길을 연결시킨,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길이다.

물소리길은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 팀원들이 지난해 석달 동안 양평군에 상주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개발한 코스다. 길의 명칭은 남한강과 북한강을 끼고 있는 양평의 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여타 걷기 코스와 차별점이 있다면 길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인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갈림길의 경우 스탠드의 안내를 통해 코스를 진행하면 된다.

▲ 물소리길에는 나즈막한 높이의 힘들지 않은 산행코스도 포함되어 있다. 산길 초입에 구간 정보가 담긴 마운틴 가이드가 있으니 참고하자.

코스 개발에 함께 참여했던 물소리길 즉위단 손기용씨(한강지키기운동본부 양평지역본부 대표)는 “기존의 두물머리 물래길은 강 주변을 산책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물소리길은 시골의 모습 그대로를 살린 길이다”며 “물소리길이 거쳐가는 14개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만큼 고향의 정취를 느끼기에 이만한 길도 없다”고 소개했다.

현재 물소리길은 총 2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1코스는 양수역과 국수역을 잇는 13.8km의 길로 5~6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2코스는 국수역에서 시작해 양평전통시장에서 마무리되는 16.4km, 6~7시간이 소요되는 길이다. 이름과 달리 1코스에만 남한강변을 따라 걷는 구간이 준비돼 있으므로 강이 흐르는 탁 트인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2코스 보다는 1코스를 걷는 게 낫다.

▲ 코스의 중간 중간 안내 리본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 물소리길은 아직 휴게소가 마련돼 있지 않아 적당한 곳에서 쉬어가면 된다.

기본적으로 안내판과 리본을 따라 걸으면 되고 갈림길의 경우 바닥의 화살표 표시와 스탠드의 안내를 통해 코스를 진행하면 된다. 또한 지형이 급격히 변하는 산악지형 지점 등에는 구간 정보가 담긴 마운틴 가이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두물머리, 정창손묘, 몽양 여운형 생가 기념관, 들꽃수목원, 양평전통시장 등 양평을 대표하는 공간들을 속속들이 들를 수 있도록 개발돼 전체 소요 시간을 넉넉히 예상하고 걷는 것이 좋다.

▲ 갈림길이 흙길이 아니라면 바닥에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물소리길 초입에 위치한 용담2리의 최영호 이장은 “전 구간에 공장이 단 한 군데도 없고 높은 건물도 거의 없어 실제 농촌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눈에 담아갈 수 있는 걷기 코스다”며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옛 추억에 잠기며 힐링받을 수 있고 어린이들은 농촌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가족단위 걷기 코스로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2코스까지 개발돼 운영중이지만 차츰 코스를 늘여 물소리길이 양평 전체의 시골 마을을 잇는 길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개통한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길이라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일단 대부분의 구간이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물소리길 주변에는 팬션 등의 숙박장소가 없다. 그리고 여행자를 위한 쉼터가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쉬기 위한 적당한 장소를 직접 찾아봐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물소리길은 말 그대로 물처럼 담백한 길이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양평의 농사꾼을 닮기도 했고 산속을 뛰어다니는 노루를 닮기도 했다. 유유히 흘러 서울 시민의 젖줄이 되는 넉넉한 남한강을 닮기도 했고 오랜시간 한 자리를 지키며 마을을 내려다 보는 듬직한 당산나무를 닮기도 했다. 억지로 꾸며낸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길, 물소리길. 자연스러운 삶을 동경하고 있다면 이 길 위에서 도시 생활에 찌든 근심 걱정을 깨끗히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 물소리길 초입의 용담2리로 들어가는 다리.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물소리길이 시작된다.

▲ 물소리길의 1코스에는 남한강변을 걷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다.


달리는 재미가 있는 남한강 자전거길

4대강 정비 사업이 자연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지만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자전거길을 선사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양평을 끼고 흐르는 남한강 일대를 지나는 코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풍경도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양수역 주변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많아 굳이 자전거를 전철에 싣고오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아쉽게도 양평군에서 운영하던 무료 자전거 대여소가 문을 닫고 올 3월부터 민간 위탁으로 바뀌어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위탁 자전거 대여소는 양수역 주차장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분증을 맡겨야만 대여가 가능하다.

▲ 논과 밭 바로 옆으로 길이 이어지기도해 아이들에게 현장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대여해 짧은 시간 동안 라이딩을 즐기는 경우 북한강철교에서 아신역까지 간 다음 원점회귀 하는 코스를 이용한다. 이 구간에는 중앙선 기차가 다니던 460m 길이의 북한강 철교를 달리며 두물머리를 조망할 수 있고 5~6개의 길고 짧은 터널을 통과하는 등 지루할 틈이 없는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여유가 된다면 단아한 세미원에서 산책을 해도 좋고, 국내외 각지에 서식하는 곤충의 생태를 볼 수 있는 양평곤충박물관을 들러 봐도 좋다. 15~30분 간격으로 쉼터나 카페가 있으므로 자전거 타기가 힘들땐 무리하지 말고 쉬어 가자.

▲ 이젠 기차가 달리지 않은 철길 옆으로 자전거들이 달리고 있다.
▲ 북한강 철교의 예상 철거비용은 162억원에 달했지만 그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 자전거길로 탈바꿈했고 지금은 수많은 라이더들이 찾고있는 명소가 됐다.

참고로 양평군은 최근 양평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캐비닛형 자전거 보관소 ‘Bike-Tel’을 양평시장 주차장내에 시범 설치했다. 또한 군은 시가지 도로 및 이면도로변에 자전거 블루 라인을 만들어 국토종주 자전거길과 연결시켜 자전거 이용에 불편함을 없앴고 시내 주요 도로 교차로내 암적색의 연결 라인을 설치해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떠나오면 만나게 되는 양평. 대한민국 최대 도시 지척에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각박한 일상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정답은 언제나 지척에 있음을 명심하자.

▲ 남한강 자전거길은 완만한 코스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자전거길 곳곳에 위치한 터널들. 더운 날씨에도 이곳에 들어서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 상쾌한 기분으로 달릴 수 있다.
▲ 15분~30분 간격으로 쉼터나 카페가 잘 조성되어 있으니 쉬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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