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ㅣ미국 애리조나주 앤텔로프 캐니언
ANDREW’S TRAVEL NOTEㅣ미국 애리조나주 앤텔로프 캐니언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3.06.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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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줄기 따라 변하는 신비한 협곡

▲ 협곡에 들어서면 바위에 새겨진 무늬가 빛을 받아 더욱 신비롭다.
지구에는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작은 협곡이 많이 있다. 그 중 제일 아름다운 곳이 있다면 유타주와 애리조나주 경계의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있는 앤텔로프 캐니언이 아닐까 싶다.

이런 곳에 협곡이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황량한 사막을 10여 분 달리면 신비의 협곡이 나타난다. 컴컴한 협곡 속을 안내해 주는 것은 내리쬐는 햇빛뿐이다. 협곡답게 천장은 매우 높고 어떤 통로는 겨우 한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좁으며 다른 곳은 여럿이 서 있을 정도로 넓다.
이곳은 상류 협곡과 하류 협곡으로 나뉘는데 상류는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나바호족 인디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 반면 하류는 출입구부터 힘들게 들어갈 정도로 협곡이 좁다.

협곡 입구에 들어서면 경이로운 자연의 창작품 앞에 할 말을 잊게 된다. 형용할 수 없는 인체의 근육조직 같은 섬세한 무늬가 바위 전체를 휘감고 다닌다. 길게 펼쳐진 무늬들은 몇 백만 년 동안 폭우가 바위를 휘감아 깎아 낸 것으로 지금까지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곳은 1년 내내 건조한 기후지만 때때로 많은 비가 내린다. 폭우가 내리면 천장 곳곳에 뚫려있는 틈새를 통해 빗물이 쏟아진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간직한 보물 같은 협곡에 수마가 들이닥치는 것이다. 실제로 15년 전 평온한 날씨에 갑작스런 폭우가 내려 이곳의 관광객들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후 개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나바호족 인디언이 직접 관리·감독하고 먼 곳에도 빗물 감지기를 설치해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물이 흘러가며 깎아낸 기하학적인 무늬가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진 협곡 사이로 걷다보면 지구의 깊은 곳까지 들어온 기분이 든다.
▲ 천장 틈새에서 들어오는 빛은 양과 각도에 따라 색과 질감을 다르게 표현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앤텔로프 캐니언은 해가 긴 여름철에는 천장 틈새에서 협곡 바닥으로 떨어지는 강렬한 빛줄기를 볼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상류 협곡 안을 보면 재미있는 형상을 한 바위들이 많이 있어 관람의 재미를 더해준다.

시시각각 천장의 틈새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색과 질감이 달라 보인다. 빛을 받은 바위의 곡선은 마치 삼바 춤을 추다 탱고로 바뀌고 우아한 왈츠로 바뀌는 듯해 보는 이의 넋을 빼앗기 충분하다.
빛줄기와 어우러져 도도한 색과 곡선의 질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위대한 창작품은 한 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 세상에 어떤 예술가가 찬란한 빛과 협곡의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앤드류 김(Andrew Kim) | (주)코코비아 대표로 에빠니(epanie) 포장기계 및 차를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와 차 전문 쇼핑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전문 사진작가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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