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옆 박물관ㅣ전곡리선사유적지·박물관&한탄강오토캠핑장
캠핑장 옆 박물관ㅣ전곡리선사유적지·박물관&한탄강오토캠핑장
  • 글 사진 서승범 기자
  • 승인 2013.05.31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하는 인간 혹은 캠핑하는 인간

▲ “형아, 이거 진짜야?” 선사시대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아이들.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좋아해서 학교를 다닐 때에도 국사나 세계사는 무척 좋아했다. 이야기란 대개 원인과 결과로 이어지고 결과는 다시 원인으로 연결된다. 개인의 이야기든, 나라의 이야기든, 시대의 흐름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역사학을 전공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도무지 재미를 찾을 수 없는 때가 있다. 선사시대다. 선사시대는 기록으로 남지 않은 ‘역사 이전 시대’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가 여기에 속한다. 그나마 청동기와 철기에는 벌써 권력이 등장하고 왕국이 나온다. 졸업을 할 때까지 끝내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건 석기시대다.

▲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구석기시대를 테마로 한 대형 놀이터나 다름없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기 더없이 좋다.

기록의 공백을 메우는 상상력
교과서에는 어느 지역에서 구석기 혹은 신석기시대의 유물이 발굴되었고,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았다는 이야기만 나와 있었고, 시험에는 그 지역을 섞어놓고 구석기냐 신석기냐를 묻는 문제들이 나왔다. 가본 적도 없는 지역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차의 번호를 외우는 것만큼이나 하염없는 것이었다. 박물관에 가 봐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돌조각들만 귀하게 모셔져 있고, 안내판에는 교과서와 같은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 이런 재미없는 석기시대 같으니라고.

아마도 나이와 캠핑의 영향이 반반씩 있는 것 같다. 기록의 공백을 메우는 건 상상력이라는 걸 이해하게 된 것 말이다.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 팩을 박는 망치 따위는 없었다. 모두가 주변에 흔한 돌을 집어 쾅쾅 팩을 박았다. 줄을 묶을 곳이 마땅치 않으면 더 큰 돌에 묶기도 했다. 심지어 넓적한 돌은 깨끗하게 씻어 스토브 위에 올리고 고기를 굽기도 했다. 젓가락도 없으면 나뭇가지 끊어서 껍질을 벗겨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지간한 필요는 현장에서 충족시켰다.

▲ 맘모스 뼈와 뿔로 지은 석기시대 거주지. 캠퍼라면 리빙쉘을 떠올릴 만하다.

▲ 맘모스와 석기시대인.

그러다 취재 차 찾은 박물관. 여전히 선사시대관에는 돌로 만든 이런저런 것들과 흙으로 빚었다는 그릇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걸 구석기와 신석기로 나눌 재간이 내겐 없었다. 그러다 어느 주먹도끼를 보면서 혼자 생각했다. 저 정도면 고기도 자를 수 있겠다. 어!? 그 당시 사람들도 결국엔 필요한 걸 자연에서 해결하려 들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이 의식주를 아웃도어에서 해결하는 것이듯, 선사시대 사람들은 자연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었을 것이다. 70만 년 전 사람이든, 3,000년 전 사람이든 마찬가지다. 이 점을 이해하면 당신의 상상력은 선사시대가 가진 기록의 공백을 메울 상상력을 발휘할 준비가 되었다. 전곡리 선사박물관으로 입장할 시간이다.

▲ 전형적인 아슐리안 주먹도끼. 끝이 뾰족하고 밑은 둥그스름하며 날이 두 개다.
▲ 전시관 안에 만든 동굴 벽화. ‘오늘 이런 동물 잡았어’ 자랑하거나 ‘내일은 이런 거 한 마리 잡자’는 기원용이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도 떠올랐다. 예전엔 구석기를 ‘뗀석기 시대’ , 신석기를 ‘간석기 시대’라고 불렀다. 돌을 깨서 연장을 만들었으면 구석기, 나아가 돌을 갈아 그 정교함을 더했다면 신석기라는 얘기다. 구석기 시대의 유적지가 시험문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보기는 연천군 전곡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곡리 유적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시대 유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전곡리에서 발견된 유적의 대표작은 주먹도끼다. 돌을 깨뜨려 날을 날카롭게 만든, 손에 딱 쥐기 좋을 정도 크기의 주먹도끼.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먹도끼도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는 모양이다. 하긴 구석기시대가 70만 년 동안 이어졌으니 어찌 안 그러겠는가? 그 중 전곡리에서 발견된 유물 중에는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많다고 한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프랑스 생따슐(St. Acheul, 세인트 아슐) 지방에서 처음 확인된 유물이다. 이 주먹도끼는 약 140만 년 전에 등장해 약 10만 년 전쯤 사라진 것으로 본다. 그러니까 130만 년 동안 사용된 도구다.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많이 발견되었다는 건, 당연히 그 시대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뜻이다. 참고로 전곡리 유적이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슐리아 주먹도끼는 서양에만 있었다(모비우스 교수)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던 모양이다. 전곡리 유적은 동아시아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처음 발굴된 구석기 유적이다.

▲ 전곡리 선사유적지 끝에 있는 전곡선사박물관. 조형물이 재미나다.

상상해보자. 사냥을 할 때 단순히 돌을 던지기만 했는데, 어느 날 깨진 돌을 던지니 멧돼지를 조금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너나 나나 돌을 깨서 함께 사냥에 나서니 성공률이 높아졌다. 깨진 돌로 사냥을 하던 구석기인들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돌을 더 날카롭게 깰 수 있을까? 몇 십만 년 동안 몇 백만 가지 방법이 시도되었을 것이고, 그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이 앞이 뾰족하고 날이 2개인 아슐리안 주먹도끼였을 것이다.

석기시대의 ‘맥가이버 칼’, 주먹도끼
그런데 질문 하나. 돌을 던져 깨뜨리는 것만으로 주먹도끼 같은 모양이 쉽게 나왔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100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주먹도끼는 날이 2개이고 지금 보아도 제법 날카로운 선예도를 자랑한다. 게다가 자세히 보면 날이 지그재그로 되어 있다. 답은 박물관 안에 있다. 돌을 깨 날카로운 면이 생기면 양날이 되도록 망칫돌을 이용해 가공을 하고, 작은 망칫돌로 날을 지그재그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 주먹도끼를 가지고 나무를 자르거나 다듬기도 하고, 사냥을 해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발라냈을 것이다. 여러 주먹도끼들을 보면 크기가 조금씩 다른데, 원 돌의 크기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전반적으로 작은 크기의 주먹도끼가 후대에 만들어졌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작은 돌이 가공하기에 더 어렵기 때문이다.

▲ 그늘은 별로 없지만 강을 끼고 있어 시야가 시원한 한탄강 오토캠핑장.

▲ 한탄강 오토캠핑장의 고정식 캠핑 트레일러. 4인용과 6인용이 있다. 트레일러와 트레일러 사이가 넓은 편이다.

여기에 어렵게 외웠던 이름 두 개를 더해보자. 호모 에렉투스. 서서 걷는 인간이란 뜻이다. 두 발로 걸으니 두 손이 자유로웠고, 그 두 손은 도구를 만든다.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이를테면 ‘어떻게 하면 돌을 더 날카롭게 깰 수 있을까?’와 같은. 아주 더디지만, 역사는 그렇게 발전했다.

이제 주먹도끼 이야기 하나 끝냈다. 주먹도끼는 선사박물관에서 보고 상상하며 즐길 수 있는 여러 테마 중 하나일 뿐이다. 재미를 찾아내는 데는 상상력이 가장 필요하다. 참, 지금 우리는 학명으로 따지면 모두 ‘호모 사피엔스’다.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에는 상상력도 포함된다. 주먹도끼를 만들기 위해서는 돌 속의 도끼를 상상해야 하듯.

▲ 한탄강 오토캠핑장 가는 길에 설치된 조형물. 전곡은 구석기의 고장이다.



한탄강 오토캠핑장
한탄강 오토캠핑장은 경기 북부 주민뿐 아니라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성지 같은 곳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거나 울창한 숲을 지니진 않았지만 널찍한 캠핑공간과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추었고, 무엇보다 관리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굽어 흐르는 한탄강의 물줄기가 주는 풍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캠핑장 전체적으로 그늘이 적은 편이라 6월부터는 타프를 갖추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

캠핑 트레일러는 22대(6인승 15대, 4인승 7대)가 있고, 자동차 야영장은 86번까지 있다. 캐빈하우스는 6인승만 15대 갖추고 있다. 매달 1일에 익월 사용분을 예약할 수 있다. 오전 10시에 예약이 시작되면 주말 사용분은 수 분 안에 ‘게임 끝’이다. 이런 수요를 감안해 최근 도로변에 언덕 야영장을 오픈했다. 아직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 당일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6월부터는 언덕 야영장 역시 인터넷 예약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선사로
문의 031-833-0030
가격 자동차 야영장 2만 원, 카라반 이용 시 소형 6만 원, 중형 8만 원.


전곡리구석기축제 & ‘선사시대의 기술-사냥’ 특별전시
선사유적지는 구석기 문화를 테마로 꾸민 커다란 공원이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놀기 딱 좋다. 매년 구석기 축제를 여는데 올해는 5월 3~5일까지다. 쉽게 말하자면 구석기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하고 관객들 스스로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축제이니만큼, 먹거리를 비롯해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마련된다. 이름이 낯설 수도 있으나 올해로 제21회를 맞는, 오래된 축제다. 입장료 성인 기준 1천원.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전곡선사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시는 ‘선사시대의 기술-사냥’전이다. 사냥은 선사시대의 모든 것이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적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해야 했던, 사냥이다. 선사시대 문명은 사냥을 통해 발전했다. 이 특별전을 보면 선사시대를 상상하는 일이 한층 쉽고 즐거울 것이다. 4월 25일 부터 9월 1일까지. 입장료 성인 기준 4천원. 경기도민 50% 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