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안성 ③Trekking
KOREA TRAVEL|안성 ③Trekking
  • 글 박소라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5.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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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산행으로 부담 없는 산책 코스
서운산 트레킹…청룡사~탕흉대~정상~청룡사

▲ 서운산 정상 전망대에 서면 안성시가지와 공도읍은 물론 멀리 평택까지 내려다보인다.

산을 보면 그 지역의 특색이 보인다. 안성의 진산 서운산(547.4m)에 올라보면 왜 안성(安城)이 편안한 고장이라 이름 지어졌는지 알 수 있다. 산세가 부드럽고 산길이 완만한 서운산은 푸근한 느낌을 선사한다. 산행코스는 보통 청룡사나 석남사를 기점으로 삼는데, 어떤 코스를 선택해도 넉넉잡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취재팀은 주차장이 마련된 청룡사를 들머리로 한 원점회귀 코스를 택했다. 산 서남쪽에 자리한 청룡사는 안성에 왔다면 꼭 들러봐야 할 명소다. 1265년 대장암이란 이름으로 창건된 이 절은 고려 공민왕 때 불도를 일으킬 절도를 찾아다니던 나옹화상이 이곳에서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청룡을 보았다고 해서 청룡사, 산 이름을 서운산(瑞雲山)이라 고쳐 부르게 됐다. 실제로 절 마당에서 보면 대웅전 뒤 서운산의 구불구불한 능선이 꼭 청룡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 건물 자체가 보물로 지정된 청룡사 대웅전.

▲ 청룡사에 대해 설명 중인 유연옥 안성시 문화관광해설사.

유연옥 안성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청룡사는 작은 절이지만 보물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보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탱화 2점, 명부전 안에 모셔진 동종, 토불로 된 소조석가여래삼존상, 그리고 대웅전까지 5개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청룡사의 백미는 건물 자체가 보물인 대웅전이다. 주춧돌부터 기둥까지 나무와 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용해 자연미가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유 해설사는 “굵기도 저마다 다르고 휘어진 나무의 생김새 그대로 기둥을 세운 독특한 공법으로 미술가나 사진가, 건축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청룡사 대웅전 추녀 끝에 그려진 금강역사.

▲ 일반 사찰과 달리 누각이나 사천왕상이 없는 청룡사 입구. 액자 속에 있는 것처럼 대웅전이 보인다.
▲ 청룡사 대웅전은 주춧돌부터 기둥까지 모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용해 자연미가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웅전 추녀 끝에는 칼을 든 금강역사가 그려져 있다. 절 입구에 사천왕상이 없는 대신 양쪽 추녀에서 절을 수호하고 있는 셈이다. 지붕 정중앙에는 이제 딱 한 장만 남은 청기와가 얹어 있다. 조선시대 왕실의 권위를 나타냈던 청기와를 사용했다는 것에서 옛 청룡사의 규모와 영화가 짐작된다.

청룡사는 안성남사당의 발생지이자 놀이패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 절에서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면 마을로 내려와 안성장터는 물론 전국을 떠돌며 공연을 펼쳤다. 안성남사당패는 15세에 최초의 여성 꼭두쇠로 추대된 바우덕이가 이끌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흥선대원군은 그에게 정3품 벼슬에 해당하는 옥관자를 수여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안성남사당패는 바우덕이로 불리며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바우덕이는 병에 걸려 청룡사에서 요양을 하다 2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게 된다. 현재 그의 묘는 청룡사로 들어오는 입구에, 바우덕이사당은 그가 살았던 불당골에 마련돼 있다.

▲ 서운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산길이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탕흉대 조망 가장 뛰어나
청룡사에서 좌성사로 이어지는 길은 군데군데 아스팔트가 깔린 평탄한 비포장도로길이다. 이 길은 좌성사와 은적암으로 갈라지는데, 은적암 방향을 따르면 곧장 정상으로 치고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서운산에서는 정상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좌성사로 방향을 잡고 30분 정도 쉬엄쉬엄 걷다보면 작은 암자가 나타난다. 이곳이 좌성사로, 등산로는 건물 왼쪽으로 이어진다.

북산리 석조여래입상과 팔각정을 거쳐 능선에 오르면 탕흉대와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서운산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히는 탕흉대는 0.9km. ‘湯胸臺(탕흉대)’라고 새겨진 바위 절벽에 서면 정말로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안내판에는 탕흉대의 이름 유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이에 따르면 역사적 어원을 살펴볼 때 <한서>의 교사지나 <장자>의 전자방편에서 ‘앞이 확 트인 넓고 높은 곳에 서니 모든 희노애락이 가슴 속에서 속 시원하게 아득히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을 표현한 글귀의 내용으로 추측된다. 반면 풍수지리학에서 논하는 탕흉대는 혈의 위치에서 볼 때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하나로 모였다가 앞으로 곧게 빠져 나가는 물을 가리킨다고 한다.

▲ 정상 부근에 세워진 정자. 서운산은 곳곳에 쉼터가 잘 마련돼 있다.

▲ 서운산 정상 전망대에 설치된 경관 안내판.

탕흉대에서 정상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능선길에는 진달래·철쭉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래서 4월 말부터 5월까지는 성대한 꽃잔치가 벌어진다. 정상 부근에는 쉬어가기 좋은 정자와 평상,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도시락만 준비해오면 소풍 같은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서운산 정상 전망대에 서면 안성시가지와 공도읍, 멀리 평택시까지 내려다보인다. 경관 안내판 바로 옆에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안성 땅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다시 청룡사로 원점회귀 하는 것보다 석남사로 내려서는 것을 추천한다. 석남사 코스는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이 일품이다. 산행이 짧아 아쉽다면 산 아래 청룡호수나 마둔호수와 연계해 봄나들이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 정상 부근에는 테이블과 벤치 등이 마련돼 있어 도시락만 준비해오면 소풍 같은 산행을 즐길 수 있다.

▲ 정상 전망대에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안성 땅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다.
▲ 바위 위에 새겨진 ‘湯胸臺(탕흉대)’.

▲ 서운산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히는 탕흉대에 서면 이름처럼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 탕흉대로 오르는 길에 만나게 되는 석조여래입상. 주변에 서운산성의 흔적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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