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주작산의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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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작산 휴양림은 주말에는 가득 차지만 평일에는 한가한 편이다. 다음날 비가 온다고 해 예약이 취소돼 텐트 10동을 칠 수 있는 자리가 모두 우리 차지였다. |
산 어귀에서 소쩍새가 울었다. 소리가 구슬프다. 솥이 적어 운다는 일화를 몰라도 소리만으로도 징하다. 서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다. 저 어둠 속 산 어디에 새 한 마리가 무어라 울부짖고 있는 것일까. 밤을 뚫고 새가 운다. 무지막지한 고즈넘함을 뚫고. 텐트 속에서 그 울음은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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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깊다. 비가 온다고 해 주작산 흔들바위와 전망대를 보러갈 수 있을지 걱정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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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달무리가 내일의 비를 예고하고 있다. 조용하게 달만 바라보고 앉아있었던 게 얼마만인가. |
빗소리에 눈을 떴다. 텐트 위로 빗방울이 툭툭 부딪는다. 어제의 달무리에서 비의 예보를 보긴 했지만, 텐트 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훨씬 생생하다. 물방울이 곧 닿을 것 같아 눈을 뜨고 소리를 듣다 여린 빗줄기를 뚫고 밖으로 나갔다. 멀리 보이던 바다는 안개에 휩싸여 보이지 않는다. 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조차 맑게 느껴져 걸음을 옮기다 동백과 마주쳤다. 동백이 피를 토한 듯 붉게 제 몸을 떨궈 두고 있다. 어느 시인은 붉은 절이라 이름하였던 동백이 밤새 뒤척여 소쩍새 울고 비 내렸다. 봄이 지나느라 부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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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작산 진달래 구경을 접게 만든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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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지 않은 비가 내리는데도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텐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귀의 호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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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 준비 중. 텐트를 설치하고 접는 게 쉬워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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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이 피라도 흘린 듯 붉게 떨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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