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트레일러 캠핑
도전! 트레일러 캠핑
  • 글 서승범 여행작가 s.bum@hanmail.net|
  • 승인 2013.04.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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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가득 화사한 햇살과 봄바람
펜트 사피로 560…SUV나 중형차 이상이면 견인

▲ 평택호에 도착한 사피로 560. 꼭 레인지로버만 끌 수 있는 건 아니다.

캠핑 트레일러만 있다면 차를 세운 바로 그 곳이 카페가 될 수 있고, 식당으로 변신할 수도 있으며 안락한 집 노릇도 할 수 있다. 스노우라인의 트레일러 펜트 사피로 560을 타고 평택호 관광지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실내에서도 이 봄의 볕과 바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캠핑 트레일러를 가지고 있다는 건 무척 번거로운 일인 동시에 아주 설레는 일이다. 아파트가 대다수의 주거공간이고, 주차장 인심이 넉넉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트레일러를 보유한다는 건, 트레일러를 둘 곳을 물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곳이 내가 사는 곳과 멀 경우, 혹시나 소중한 트레일러에 못된 짓 하는 녀석은 없을지 노심초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심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캠핑 트레일러를 마련했다면, 본전은 물론 그 이자까지 뽑아낼 수 있도록 만끽해야 마땅하다. 멀지 않은 곳을 향하는 나들이에 트레일러를 대동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일일 수 있으나, 그 ‘본전’ 생각하며 링크를 채웠고, 나들이는 아주 흡족했다.

▲ 트레일러는 텐트와 거실, 타프까지 올인원으로 구성되었다.
▲ 캠핑 트레일러로 나선 나들이.


떠나기 전 확인 사항 3가지

캠핑 트레일러는 그 자체로 동력원이 없기 때문에 차로 끌어야 한다. 차의 견인고리와 트레일러의 견인장치를 연결하는 것을 링크라고 한다. 차와 트레일러의 링크만 제대로 되었다면 일단 떠날 준비는 되었다.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3가지가 있다.

트레일러 견인장치의 전원을 견인하는 차의 단자함에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 트레일러가 차보다 덩치가 더 크기 때문에 뒤에 오는 차가 견인차의 정지등이나 방향지시등을 볼 수 없다. 트레일러의 전원을 연결하면 트레일러의 정지등과 방향 지시등은 물론 차폭등과 미등이 켜지기 때문에 안전운전을 할 수 있다.

▲ 트레일러의 전원 선을 견인차에 연결해야 후미등과 방향지시등이 켜진다.

▲ 트레일러에는 동력이 없지만, 톱니바퀴로 트레일러를 움직인다. 전진, 후진, 회전도 가능하다.

다음, 보조바퀴를 반드시 접어야 한다. 트레일러와 견인차를 연결하면 보조바퀴는 쓸 일이 없다. 그래서 바퀴를 들어 올려 잠그는 것을 깜빡하고 그냥 출발하는 경우가 있다. 평탄한 길을 느린 속도로 다닐 때야 상관없겠지만, 고속으로 달리거나 요철이 많은 도로에서는 바퀴가 망가지기 쉽다. 두툼한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통과하면 부서지기도 한다.

마지막은 브레이크를 푸는 것. 주차 후 움직이지 않도록 혹은 링크를 걸거나 해제하는 작업 중에 이동하지 않도록 트레일러에는 주차브레이크가 달려 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출발하기 전에 주차브레이크를 풀어야 움직임이 부드럽다.

▲ 링크가 완료되었으면 앞 보조바퀴는 반드시 접는다. (왼쪽) 트레일러 바깥 단자함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있다. 사소하지만 편리한, 그래서 부러운 트레일러의 기능.(가운데 ) 캠핑장에 단자함이 있다면 트레일러와 연결해야 전기를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다.(오른쪽)

3가지 작업을 마치고 평택호로 향한다. 오늘 나들이에 체험할 트레일러는 독일 펜트(FENDT)사의 사피르(SAPHIR) 560 모델이다. 스노우라인에서 수입하는 이 모델은 5~6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트레일러는 크게 3칸으로 나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중앙에 5~6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보이고, 문 옆으로 주방이 있다. 일종의 ‘거실’인 셈인데, 이 거실을 중심으로 오른쪽(견인차 쪽)으로 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성인 2명이 잘 수 있는 침대다. 거실 왼쪽(후미)으로는 샤워실을 겸한 화장실과 아이들이 잘 수 있는 2층 침대가 준비되어 있다. 이 3개의 공간은 접이식 커튼으로 분리시킬 수 있다.

트레일러를 타고 소풍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별로 부러워하지 않았다. 이 좋은 날씨에 왜 굳이 답답한 차 안에서 있겠다는 것이냐, 이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뭘 모르시는 말씀, 정도로 정리하고 떠난 길이었는데, 그들의 걱정은 완전한 기우였다.

펜트 사피로 560에는 모두 8개의 창문이 있다. 정면에 큰 창이 있고, 출입문 쪽으로 출입문과 침실, 주방에 창문이 있다. 그리고 반대쪽에 4개의 창문이 더 있다. 모든 창문에는 잠금장치와 모기장, 차양막이 달려 있다. 제품설명서에는 플라이 스크린과 블라인드 스크린이라고 돼 있다. 게다가 천장에도 3개의 환기구가 있다. 여기도 플라이 스크린과 블라인드 스크린이 달려 있다. 모두 11개에 달하는 창과 환기구를 활짝 열면 화사한 봄 햇살과 신선한 봄바람이 순식간에 트레일러를 가득 채운다. 날씨가 좋아 바깥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고 오렌지를 까먹으며 수다를 떨었지만 트레일러 안에서도 봄을 만끽하기에 전혀 아쉬움이 없다.

▲ 펜트 사피로 560은 침실과 화장실을 트레일러 양 끝에 배치하고 거실을 가운데 두었다.

트레일러 가득한 봄기운

야외 생활을 할 때 가장 아쉬운 것이 전기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 사피로 560에는 차의 바깥에 전원 단자함이 있어서 손쉽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수도와 가스 역시 바깥에서 연결할 수 있다.

사피로 560 모델의 무게는 1,400kg, 기본 장비 무게가 82kg이다. 냉장고와 수납장을 좀 채운다면 무게는 약 1,500kg이 넘을 것이다. 연비가 좀 떨어지겠지만 꼭 대형 SUV라야만 견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날 견인차로는 스노우라인 최진홍 대표의 레인지로버가 수고했지만, 국내 SUV나 중형 승용차 이상의 힘 정도면 무난히 견인할 수 있다고 한다.

▲ 아이들이 탐낼 만한 2층 침대.
▲ 레버 손잡이를 돌리면 환기구가 열리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여름엔 모기장(플라이 스크린) 필수.

트레일러에는 자체 동력원이 없지만, 리모컨을 이용해 움직일 수 있다. 양쪽으로 하나씩 있는 바퀴 옆에는 견고하게 생긴 톱니바퀴가 있다. 리모컨을 조작하면 이 톱니바퀴가 바퀴에 맞물려 움직이면서, 견인차 없이도 트레일러를 움직인다. 전진과 후진은 물론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도 시킬 수 있다. 톱니바퀴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동시에 작동시키면 된다.

캠핑 트레일러는 해마다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대세를 이루지는 못했다. 비용의 측면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캠핑장 기반시설이 아쉬운 까닭도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아웃도어 열풍이 지속된다면, ‘보다 편안하고 안락하게’ 혹은 ‘되도록 럭셔리하게’라는 모토가 힘을 잃지 않는다면, 캠핑 트레일러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 차를 세운다, 차양막을 펼친다, 의자를 꺼낸다. 트레일러에서 봄을 즐기기 위한 준비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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