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자가 오른다|남양주 운길산
난기자가 오른다|남양주 운길산
  • 글 김 난 월간 캠핑 기자 | 사진 엄재백 기자|협찬
  • 승인 2013.04.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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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약 3km 2시간 소요
코끝엔 은은한 차향 발걸음엔 봄볕이 풀썩

▲ 수종사 해탈문을 나서면 수령 500여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려 강원도를 적시며 이어지는 북한강과 검룡소에서 발원해 충청도와 경기도를 지나는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두 개의 큰 물줄기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어디에서 본들 아름답지 않을까. 하지만 운길산에 올라 삼정헌에서 차 한 잔 마셔 봤다면, 주저 없이 수종사를 최고의 전망대로 꼽을 것이다. ‘구름이 가다가 산에 멈춘다’ 해서 ‘운길산(雲吉山)’이라 불리는데, 말간 하늘을 볼 수 있는 쾌청한 날씨에 운길산을 찾았다면 더없이 운수 좋은 날이다.

▲ 수종사 앞에 쌓인 돌탑. 소망을 담아 돌 하나 올려놓는다.
▲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 풍경.


기와담장 너머 그림 같은 두물머리

운길산은 해발 610m라 높지 않은데다 산세도 그리 험하지 않지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자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에서 동쪽으로 40km 남짓한 가까운 거리에다, 전철만 타면 산행 들머리에 턱 하니 닿는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겸 쉬엄쉬엄 오른다 해도 넉넉잡고 두 시간이면 정상석을 볼 수 있다.

진중리에서 수종사까지 포장도로가 나 있다. 시멘트길이라 산행의 맛이 안 난다면 중간 중간 우회하는 숲길을 이용하면 된다. 솔잎이 수북이 깔린 흙길에다, 나무 그늘이 좋아 봄볕을 적당히 걸러준다. 산허리를 타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지루하다 싶으면 뒤를 돌아보면 된다. 오르는 만큼 두물머리 전경이 조금씩 더 넓혀지는 재미가 있다.

▲ 수종사 다실 삼정헌. ‘선다일미’의 뜻을 느껴볼 수 있다.

수종사 일주문에 닿으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이제껏 걷기였다면 본격적으로 오르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포장도로를 오르며 워밍업을 했으니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나선다면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일주문 앞에서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팔각정과 매점이 있어 출출한 배를 달래고 갈 수도 있다.

석조불상을 지나면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우측으로 수종사로 오르는 길로 갈린다. 정상을 다녀 온 후 들릴 작정이었지만, 향기로운 차로 목을 축이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발길이 수종사로 향한다.
수종사는 창건연대는 정확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창건설화가 전해온다. 조선시대 세조가 금강산 구경을 다녀오던 길에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깊은 밤 영문 모를 종소리가 들려 다음날 그 진원지를 찾아보니, 18나한이 자리한 바위굴을 발견하게 된다. 종소리는 굴속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였던 것. 이를 기이하게 여긴 세조는 그 자리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 땀이 식으면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므로, 쉴 때는 재킷을 입어 체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작은 경내에 들어서니, 예불 시간인지 불경소리가 낮게 울려 퍼진다. 다실인 삼정헌 옆 마당은 시야가 탁 트여 있다. 두물머리의 풍경이 그림과도 같아 마당에 둘러놓은 무릎 높이의 기와담장이 액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두물머리 방향의 벽면이 통유리라 향기로운 차와 함께 오롯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삼정헌. 찻상 앞에 다소곳이 앉아 설명서에 따라 다기를 데우고, 찻잎을 우려낸다. 은은한 향이 먼저 머리를 맑히고, 구수한 차 한 모금에 온 몸이 따스하게 데워진다. ‘선다일미(禪茶一味)’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순간이다.

▲ 산행에서 등산화는 안전과 직결된다. 접지력이 우수하고, 발목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제품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 등산로를 따라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한결 오르기 쉽다.


오르고 또 오르면 어느새 정상
녹차 한 잔으로 속세의 근심을 정갈하게 씻어낸 후, 선(禪)을 닦는 기분으로 등산화 끈을 다시 묶는다. 산행 내내 코끝과 혀끝에 맴도는 차향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불전함에 찻값은 넉넉히 치른다.

수종사 해탈문을 지나 수령이 500여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 옆길로 정상을 오를 생각이었는데, 영문 모를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어 길이 막혀있었다. 하는 수 없이 돌계단을 다시 내려가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오른다. 능선에 올라서기까지는 꾸준한 오르막길이다. 나무 벤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간간히 숨 돌릴 틈을 가질 수 있다.

▲ 따뜻한 봄볕을 쬐며 운길산의 경치를 즐기는 여유를 부려본다.
▲ 정상에 서면 예봉산까지 뻗은 능선 뒤쪽으로 넘실대는 산 물결이 장관이다.

열심히 두 발을 교차하다 보면 능선에 닿는다. 정상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나아가면 꽤나 너른 헬기장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5분, 마지막 오르막을 극복하면 정상이다. 나무 가지들로 인해 두물머리 쪽 시야는 막혀있지만 대신 정상비 뒤쪽으로 예봉산까지 뻗은 능선 뒤쪽으로 넘실대는 산 물결이 장관이다. 정상부 공간이 협소한지라, 정상비 앞쪽에 데크가 마련되어 있다.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별도의 쉼터로 만들어 놓았나 보다. 그 덕에 따뜻한 봄볕을 쬐며 정상의 경치를 즐기는 여유도 부릴 수 있다. 천 원짜리 김밥 한 줄이라도 준비했다면 임금의 수랏상이 부러울까. 산 정상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마술이다.

두물머리 풍경에 눈을 씻고, 차 한 잔에 번뇌를 씻었으니, 몸과 마음이 개운하지 않을 리 없다. 하산코스는 왔던 길을 따라 원점회귀하거나 조안보건지소 쪽으로 하산하면 된다. 산행이 아쉽거나 체력이 남아 있다면 능선을 따라 적갑산, 예봉산까지 내처 나아가도 좋다.

▲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면 좋다.

▲ 등산로 곳곳에 나무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간간히 숨 돌릴 틈을 가질 수 있다.


이달의 코디
4월이면 완연한 봄이라고 하더라도 일교차는 크고, 꽃샘추위의 기세도 여전히 매섭다. 보온력이 좋은 티셔츠를 챙겨 입고, 더워서 입지 않더라도 방수와 투습성이 좋은 재킷은 꼭 배낭에 챙겨 간다. 산세가 순하다고 하더라도, 봄철 해빙기를 만만히 볼 수는 없다. 접지력이 좋고 발 뒤틀림을 잘 잡아주는 등산화는 필수.

1 고어텍스 퍼포먼스 3L 소재를 사용한 랄프재킷 49만원. 2 보온성이 뛰어난 홀리니스 후드 티셔츠 15만원. 3 레인커버가 딸린 소형 배낭 포츈25 11만9000원. 4 카우보이 스타일의 이든 모자 4만9000원. 5 보아 시스템과 하이퍼그립 밑창을 사용한 코브라 FS 2.9 GTX 22만원. 모두 트렉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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