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옆 박물관 | 용인 세중옛돌박물관 & 연미향마을 캠핑장
캠핑장 옆 박물관 | 용인 세중옛돌박물관 & 연미향마을 캠핑장
  • 글 사진 서승범 여행작가
  • 승인 2013.03.3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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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담긴 매력과 표정 구경하세요

▲ 세중돌박물관의 전시장은 모두 야외다. 날씨 좋은 날을 고르는 건 필수.

돌은 다루기 까다롭다. 단단하기 때문이다. 쉽게 쪼개지지도 않고, 갈라지더라도 원하는 만큼만 갈라지지도 않는다. 돌은 거칠다. 그래서 돌로 만든 불상은 금동이나 청동으로 만든 불상처럼 섬세하지 않다. 그래서 석불 중에는 국보가 그리 많지 않다. 서산마애삼존석불은 오히려 이를 만든 이들의 솜씨가 놀라울 정도였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그럼에도 돌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소재다. 개똥보다 흔한 게 돌멩이니 청동이나 금동처럼 비싼 돈 들일 필요 없고, 흙처럼 구울 필요도 없으니 절차도 간단했다. 그렇게 곁에 두고 오랜 시간 깨고 새기고 다듬다 보면 돌 다듬는 솜씨 역시 예술의 경지가 되었다. 서론은 접고 돌에 새긴 마음을 들여다보러 떠날 시간이다.

▲ 사자의 포효. 어휴, 뱀 아닌 게 어디냐.

야외에 1만 점 석조유물 전시

조선의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관심을 갖고 남양주를 비롯해 이곳저곳의 왕릉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광해의 초라한 봉분은 가슴 아팠고, 영월 청령포 인근의 장릉과 국립수목원으로 인기 많은 세조의 광릉은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왕릉을 몇 번 보면서 궁금한 것이 생겼다. 봉분을 지키는 석물. 사람 모양을 한 돌도 있고, 짐승의 꼴을 한 돌도 있었다. 이 돌을 깍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른 지역, 다른 시대에는 어떤 표정을 새겨 넣었을까?

몇몇 왕릉의 석물 사진들이 하나의 폴더에 모일 즈음, 석물을 모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중옛돌박물관(이하 박물관)이다. 좋은 날씨를 골랐지만, 눈 폭탄 여러 번 떨어진 2월이라 야외 전시장인 박물관은 온통 하얀색과 회색이었다. 무채색의 대비도 좋았지만, 봄이라면 한결 부드러울 것이다.

▲ “아빠, 나랑 닮았어요?” ‘나랑 닮은 돌 인형’ 찾기 놀이.

▲ 아이들에겐 아웃도어는 마음대로 뛸 수 있는 공간임을 뜻한다.

표를 끊고 들어서면 주차장 입구에 하마비(下馬碑)가 보인다. 말에서 내리란 뜻이니, 요즘말로 하면 주차장이란 뜻이다. 단종의 장릉 앞에도 하마비가 있다. 하마비가 있는 곳부터 느릿한 산책 걸음으로 10분 정도의 길이 나있고, 양쪽으로 갖가지 석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도록에 따르면 5천평의 공간에 1만여 점의 석물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먼저 우리를 맞는 석물은 석인, 돌로 만든 사람이다. 이들은 대부분 마을 입구 당산나무 주변을 지키던 장승이거나 앞서 말했듯 능이나 묘를 지키던 문인석과 무인석들이다. 장승은 벅수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벅수가 제주의 돌하르방이다. 돌하르방은 제주의 성문 밖 수문장 역할을 하던 벅수다.

문인석과 무인석은 중국의 영향으로 통일신라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무인석이 함께 섰다가 고려 한 때는 문인석만 세워지기도 했는데, 고려 말부터 다시 문인석과 무인석을 함께 세웠다. 무(武)를 괄시하다가 무인의 난을 맞은 고려의 역사와 맥락이 닿아 있다.

▲ 돌로 만든 짐승을 석수(石獸)라고 한다. 뿔을 보면 양 같고, 얼굴 보면 소 같고.
 
▲ 문인석은 대개 엄숙하다. 표정은 온화하기도, 깐깐하기도 하지만, 분위기는 진지하다. 손에 쥐고 있는 건 홀이다.

당시 시대를 반영한 석물들 눈길 끌어 

문인석과 무인석은 시대에 따라 복장이 다르다. 크게 나누자면, 손에 패와 같은 것을 지닌 이는 문관이고, 갑옷을 입고 검을 차거나 쥐고 있다면 무관이다. 아이들이 물어볼 것이다. “아빠, 저 아저씨가 두 손으로 쥐고 있는 게 뭐에요?” 문인석에 새겨진 패는 ‘홀(笏)’이라고 하는데, 삼국시대 관복이 제정된 때부터 조선말까지 벼슬아치가 임금을 알현할 때 조복에 갖추어 손에 쥐던 패다. 모든 문무석을 자세하게 살펴보진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보면 문인석의 표정은 때로 깐깐하고 때로 어수룩하지만, 무인석은 날카롭고 단단한 인상이다. 아무래도 돌의 표정은 당시의 시대를 반영한 것이리라.

키가 큰 문무석들과 달리 한켠에는 작고 귀여운 사람들이 서 있다. 동자석이다. 불교에서 어린 아이는 보살이나 산신을 뜻하고, 때로 부처가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에 따라 꽃을 들고 있거나 탑을 안고 있기도 하며 구름으로 보이는 문양이 새겨진 경우도 있다. 표정이 동자석마다 다른 것은 물론이다. 어떤 녀석은 참 순해빠져 보이는 반면, 어떤 녀석은 제 부모 속 깨나 썩혔을 것 같은 인상이다.

▲ 벅수를 가장 잘 감상하는 방법은 벅수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 벅수는 고생 많이 한 할머니 같았다.

▲ 귀 밑까지 벌어진 입, 활짝 편 손이 귀여운 동자상.
두 꼬맹이를 데리고 나선 길, 녀석들에게 아웃도어는 마음대로 뛸 수 있는 공간임을 뜻한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문인석이 어떻고 무인석이 어떻다 따위의 설명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숨바꼭질 중인 녀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기와 가장 닮은 동자승을 찾으라 하니 표정들을 주욱 둘러보더니 이내 동자승 하나씩을 잡는다. 사내 둘 키우는 부모 심정이야 휴게실 앞에 자리한 고행 중인 싯다르타 상과 다른 게 있겠나 싶다.

이게 다가 아니다. 돌짐승도 있고, 절 마당 밝히던 장명등도 있다. 수가 많지는 않지만 탑과 석불도 볼 수 있다. 표지판에는 유물에 손대지 말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잡아 흔드는 게 아니라면, 봄볕에 따스해진 돌의 까칠하고 단단한 질감을 느끼고 싶다면 살짝 쓰다듬어 봐도 좋다. 그래야 제대로 봤다 할 것이다.

사족 하나 달자면, 세종이 아니라 세중이다. 뉴스에서 보았던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할 때 세중 맞다. 배경을 지우고 전시물만 보면 반나절은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산과 산 사이 골짜기에 있으니 해가 일찍 넘어간다. 그래서 석물의 표정을 실감나게 보려면 한낮이 좋다. 취재를 갔을 땐 2월의 눈밭이었지만, 초록의 봄이라면 상큼한 신록과 석물의 담담한 무채색이 대비를 이루어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볕 좋은 날씨라면 간단한 도시락 챙겨 전시장 곳곳에 있는 원두막에서 봄바람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주소는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산 6-1번지, 영동고속도로 양지나들목에서 가깝다.

▲ 꼬맹이들이 흙으로 그릇 혹은 필통 혹은 화분을 빚으면 가마에 구워준다.

▲ 캠핑 온 아이들이 만든 화분.

용인시 연미향마을 캠핑장

세중옛돌박물관에서 13km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연미향마을 캠핑장이 있다.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지만 차가 많지 않아 20분이면 간다. 2011년 4월에 문을 열어 현재 50동 정도의 텐트를 칠 수 있는데, 인기가 좋아 봄날 주말은 이미 예약 완료. 인기의 비결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서다. 오후에 들어와 오전 중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오고 싶을 때 와서 가고 싶을 때 가면 된다. 뿐만 아니라 텐트 1동 쳐두고 두 가족이 머물러도, 친구 여럿을 불러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어렵게 시간 내서 캠핑 왔는데 친구 보고 싶으면 부를 수 있죠. 불편해도 당사자들이 감수하겠다는데 말리면 기분 상하지 않겠어요?”

연미향운영위원회 정동만 위원장의 말이다. 대신 서로 시끄럽게 하지 않고 이웃의 소리는 너른 마음으로 헤아리는 예의를 지키면 된다. 요금은 하루 3만원이고 하루 더 머물면 1만 원만 더 내면 된다. 전기요금도 포함된 값이다. 도예체험이나 메주 만들기 등 농촌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다. 가격 텐트 1동 1박2일 기준 3만원(전기료 포함) 1박 연장에 1만원 추가.

주소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독성리 22
문의 031-338-3317
 www.yeonmihyang.net

▲ 연미향 캠핑장은 들고 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 편안하고 여유롭다. 그래서 예의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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