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캠핑 ①…루체른 리도 캠핑장
스위스 캠핑 ①…루체른 리도 캠핑장
  • 조민서 기자
  • 승인 2013.03.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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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호숫가 거니는 호사스런 산책

▲ 리도 캠핑장의 카라반 구역. 다양한 크기의 트레일러들이 마련되어 있다.

어린 시절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읽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알프스에 가서 하이디처럼 푸른 초원을 맘껏 뛰어다니면서 자연을 느껴보리라고 다짐했었다. 그것은 막연한 동경이었고 그리움이었으며, 가슴 속에 늘 품고 사는 소망이었다. 알프스를 꿈꾼 이후로 적잖은 세월이 흐르고, 더 늦기 전에 품어왔던 소망들을 하나하나 이루고 싶어져 더 늦기 전에 결심을 했다.

어렸을 때는 여행 경비가 문제였고, 일을 하면서 돈을 벌 때는 여유 있게 휴가 갈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경비를 마련하고 회사에 장기 휴가까지 신청하니, 이번엔 아이들이 걸려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 그러고 보면 모든 조건이 갖춰진 완벽한 여행이란 애초에 없는가 싶다. 작년 여름, 이런 여러 조건들을 겨우 조절해 드디어 스위스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캠퍼답게 숙박은 캠핑으로.

▲ 리도 캠핑장의 텐트 사이트 구역은 예약을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배정한다.

▲ 필자의 텐트 사이트. 렌트한 차량에 캠핑장비를 싣고 스위스 여행을 했다.

10박 12일 일정으로 떠난 유럽 캠핑
여행 준비는 행복한 고통이었다. 여러 날 고심해서 짠 코스는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취리히~루체른~인터라켄~체르마트~몽트뢰~로잔~제네바로 빠지는 경로로 10박 12일 일정. 첫날과 여행 중간 하루는 호텔에서 머물고, 나머지 8일은 총 다섯 군데의 캠핑장에서 묵을 예정이었다. 실제로 캠핑하면서 중간 중간 일정을 조금 조정하게 됐다.

길고도 긴 비행시간 끝에 무사히 취리히 공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첫째 날은 취리히 공항 근처 비즈니스호텔인 알레그라호텔에서 하루 숙박을 했다. 다음날,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 열흘간 우리의 발이 되어 스위스 구석구석을 누빌 차량을 렌트했다. 허츠 홈페이지(http://www.hertz.co.kr)를 통해 떠나기 전 예약을 해 둔 터라 손쉽게 인수받았다.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 구글맵을 이용했다. 내비게이션을 열흘 렌트하면 비용이 220프랑(CHF) 약 26만원이지만, 무제한 데이터 로밍 요금은 하루 9천원으로 훨씬 더 저렴하다. 이동이 없는 날엔 로밍을 차단해 놓으면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 리도 캠핑장 옆에 자리한 피어발트 슈테터 호수. 물빛이 아주 곱다.

오전에 취리히 시내를 돌아보고 루체른으로 넘어갈 계획이었는데 캠핑장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공항 근처만 산책하고 이동했다. 자동차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중간에 내 마음대로 일정을 조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건 특별히 어렵지 않다. 도로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특히 그곳 사람들의 운전 습관은 아주 온순해서 결코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경적을 빵빵거리며 위협하지 않기 때문.

취리히에서 루체른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스마트폰 구글맵 덕분에 헤매지 않고 리도 캠핑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캠핑장에 들어서자 첫 캠핑을 온 것처럼 흥분이 됐다. 리도 캠핑장은 예약을 받지 않아서 무작정 찾아 갔는데 자리는 넉넉히 남아 있었다. 도심에 있는 캠핑장이라 그런지, 이곳은 텐트 구획이 나눠져 있었다. 자리를 지정해 주긴 하지만 다른 자리를 원하면 그 자리에 칠 수 있게 해준다. 현지 캠퍼들의 알록달록한 알파인 텐트가 쳐진 사이트에 블랙다이아몬드 밤쉘터를 설치했다. 현지 캠퍼들의 특징은 타프를 치지 않는다는 것. 유난히 햇빛을 사랑하는 유럽 사람들은 태양을 쫓는 해바라기 같았다.

▲ 1792년 프랑스 혁명 때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는 기념비 빈사의 사자상.

▲ 베기스 선착장에서.

캠핑장에서 그리 멀리 않은 루체른 시내로 나갔다. 카펠교 아래 호수에는 백조들이 노닐고 있는데, 도심 안에 있는 호수가 어찌나 맑은지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호숫가에는 노천카페들이 늘어서 있었다. 다른 여행자들처럼 카페에 앉아 깨끗한 공기와 맑은 호수를 만끽하며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으로 루체른 시내 투어를 시작했다.

▲ 카펠교 옆 노천카페. 다른 여행자들처럼 카페에 앉아 깨끗한 공기와 맑은 호수를 만끽했다.

그림 같은 호숫가 옆 캠핑장
원하는 목적지는 구글맵에서 알려주는 대로 걸어갔더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 덕에 빈사의 사자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빈사의 사자상은 1792년 프랑스 혁명 때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는 기념비로, 책에서 볼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실제로 보니 규모도 상당히 크고 최후를 맞이하는 사자의 생생한 표정이 숙연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루체른역 지하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봤다. 차로는 1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지만 짐도 있어 정류장에서 택시에 올라탔다. 책에서 스위스 택시비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기본요금 6.4프랑부터 시작하더니 출발하자마자 7프랑으로 올라가더니 거의 10초마다 숫자가 바뀌었다. 미터기가 올라갈 때마다 심장이 오그라들면서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2만5천원에 달하는 돈을 택시비로 지불해야만 했다.

▲ 피어발트 슈테터 호수의 유람선. 캠핑장에서 10% 할인권을 제공한다.

▲ 캠핑장에서 즐긴 저녁 만찬.

캠핑장에 도착해 구입한 재료들로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가스를 빠뜨렸다. 곤란해 하던 차에 한국 캠퍼를 발견했다. 인심 좋게 가스와 버너를 통째로 빌려주신 덕분에 고기와 소시지를 구워 먹으며 저녁식사를 무사히 마쳤다. 배가 부르니 주변 경치가 그제야 들어왔다. 캠핑장에서 첫날밤은 평소 로망이었던 유럽 호숫가를 거니는 여유로운 저녁 산책으로 마무리했다. <4월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 리도 캠핑장 입구.
캠핑 준비물
줄이고 줄였는데도 짐이 많을 때는 다른데서 조금 아끼더라도 오버차지(출국 100달러, 입국 100유로)를 내고 편하게 가는 것도 좋다. 자동차로 이동하니까 현지에서 고생하지 말고 필요한 것들은 챙겨가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겨간 캠핑용품 항목은 텐트(小), 의자 2개, 1인용 테이블 2개, 로우 테이블, 실타프, 침낭, 씬매트리스 2개, 자충베게 2개, 다용도 매트, 전기밥솥, 트란지아쿠커, 시에라컵, 수저세트, 다용도 바구니, 버너, 접시, 멀티콘센트, 20m릴선, 변환 어댑터, 여분의 스트링, 헤드랜턴, 비옷, 호빗랜턴, 캔들 등이다. 컵과 캔들은 현지에 예쁜 것들이 많으니 구입하는 편이 낫다.

짐을 줄일 때 전기밥솥이 제일 문제였는데 생각보다 유용했다. 저녁에 돌아와서 밥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려 기다리기가 힘들다. 또 가스 소모량도 적지 않다. 캠핑장에서 머물면 아침에 저녁밥까지 넉넉하게 해서 꽂아두면 돌아와서도 금방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가스는 기다란 부탄가스와 나사식 부탄가스 두 종류가 있는데 나사식 부탄가스는 우리 캠핑 용품에는 맞지 않는다. 기다란 가스 어댑터를 미리 준비해 가서 사용하고 부득이하게 나사식 부탄가스를 사용해야 할 때는 저렴한 스토브랑 같이 구입하는 게 좋다.

 

▲ 실내 개수대.
루체른 리도 캠핑장
피어발트 슈테터 호숫가에 위치한 캠핑장.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캠핑장이라서 휴가철에는 한국 사람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텐트 사이트의 경우 예약을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배정한다. 사이트는 잔디로 이뤄져 있고, 도로는 파쇄석이 깔려 있다. 샤워실, 개수대, 세면대 모두 24시간 온수가 나오고, 드라이기도 비치되어 있어 편리하다. 세탁기와 탈수기가 비치되어 있다.

캠핑장 이용료는 전기료 포함 1일 35.8프랑으로, 우리 돈으로 약 4만3천원 정도. 캠핑장 내 마트도 있는데, 제품 종류는 다양하지 않다. 가스는 진열해놓지 않고 안전을 위해 따로 창고에 두고 관리한다. 캠핑장이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어 리도 선착장에서 리기산 투어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캠핑장 옆에 있는 교통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기 좋다.
www.camping-internationa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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