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완주 ③Trekking
KOREA TRAVEL|완주 ③Trekking
  • 글 박성용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3.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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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마천대…“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

▲ 발아래 첩첩 산줄기와 능선들을 보면 꿈틀거리는 봄이 기다려진다.

눈쌓인 대둔산(878m)은 멀리서 보면 백설기 같다. 시루에서 갓 찌어낸 떡처럼 대둔산은 바라만 봐도 눈맛과 발맛이 살아난다. 진안과 완주 접경지에 솟은 주화산(600m)에서 시작되어 계룡산(845m)을 거쳐 부여의 부소산(106m)에서 끝나는 금남정맥이 화려한 불꽃을 일으킨 곳이 대둔산이다.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빼어난 풍광을 간직한 대둔산은 그 자체가 한 폭의 산수화이자 커다란 분재다. 원효대사는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고 했다.

완주군 산림공원과 박정은씨가 트레킹에 따라나섰다. 첫날부터 취재팀을 밀착 마크하며 ‘완주 홍보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원래 계획은 밑에서부터 대둔산 정상 마천대까지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는데, 일정이 촉박해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박정은씨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고 말했다. 평일인데도 케이블카 매표소에 관광객들이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 높이 80m, 길이 50m인 금강구름다리는 아찔한 기분이 든다.

아찔한 구름다리는 대둔산 명물
케이블카는 금강구름다리 입구까지 운행한다. 1시간 30분 정도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거리를 6분 만에 올라온 것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은백의 세계가 몽환적이다. 1990년 11월부터 가동된 케이블카의 운행 길이는 927m에 달한다. 환경 문제로 찬반 의견이 분분하지만 케이블카 덕분에 노약자들도 대둔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산 속은 아직 한겨울. 케이블카 역사를 빠져나가자 바위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원효대사가 차마 이 바위를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사흘을 지냈다는 동심바위를 비롯 금강통문, 장군바위, 용문굴, 장군봉, 칠성봉 등 암봉마다 전설이 전해져온다.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험난한 지세를 이용해 1,500여명의 병력으로 왜군 2만명에게 큰 승리를 거두었던 이치대첩(배티재) 장소가 바로 대둔산이다. 또 1894년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 패전한 후 일본과 관군에 밀려 남하하던 동학농민군의 일부가 형제봉 아래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약 3개월 동안 최후 항전을 벌였던 산이기도 하다.

▲ 케이블카 전망대를 지나면 바로 계단길이 시작된다.
▲ 길이 36m, 경사 51도에 127개 계단으로 된 삼선구름다리는 올라갈 때만 이용하는 일방통행이다.

케이블카 전망대를 지나면 대둔산의 명물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구름다리가 지척이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높이 80m, 길이 50m인 금강구름다리는 오금이 저리지만 이 아찔한 기분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곧이어 나타나는 길이 36m, 경사 51도에 127개 계단으로 된 삼선구름다리는 코가 계단에 닿을 만큼 가팔라 뒤돌아보면 “헉!”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 양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이 구름다리들은 정상에 올라갈 때만 이용하는 일방통행이다. 폭이 좁아 교차통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산로는 정상에서 약수정 휴게소를 지나 케이블카 전망대로 내려가면 된다.

순수 등산을 즐기는 산꾼들에게 케이블카와 구름다리들은 눈에 다소 성가시겠지만, 산북리 집단시설지구~구름다리~마천대(정상)를 찍고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대둔산의 백미를 두루 볼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박정은씨는 “대둔산의 사계절 중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며 “중국과 대만에서도 단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 삼선구름다리를 끝까지 오르면 작은 구름다리가 또 나온다.

▲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등산로에선 아이젠 착용이 필수다.
▲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이 끝나면 탐방로 안내판이 나온다.

정상 마천대 조망 뛰어나
삼선구름다리를 지나면 정상까지 오르막이 계속된다. 이 구간에서 그간 호강하던 몸이 더워지며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한다. 숨이 가빠질 무렵 정상 마천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마천대에 선 기쁨은 잠시, 거대한 탑이 눈에 거슬렸다. 한자로 ‘개척탑’을 달고 있는 이 탑은 평지의 기념공원에나 있을 법한 금속조형물인데, 이렇게 산 정상에 있다니 아무리 봐도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하늘을 만질 수 있는 봉우리’라는 뜻의 마천대(摩天臺)를 기이하게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닐까. 그래도 정상은 눈맛 시원한 조망을 선물로 안겨주니 잠시 찌푸렸던 눈살이 순해진다. 발아래 첩첩 산줄기와 능선들을 보면 꿈틀거리는 봄이 기다려진다.

▲ 정상 마천대에 선 기쁨은 잠시, 거대한 탑이 눈에 거슬렸다.
▲ 구름다리 구간이 끝나면 그간 호강하던 몸이 더워지며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한다.

하산이다. 삼선구름다리와 금강구름다리 중간쯤에 있는 약수정 휴게소에 도착하자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휴게소 주인 서미례씨가 손에 먹이를 들고 팔을 내밀자 어디선가 곤줄박이들이 날아와서 손끝에 앉아 쪼아 먹고 있었다. 등산객들이 붐비는 길목인데도 새들은 휴게소를 제집 드나들듯 한다.

새들한테 먹이를 준 지 6년 정도 됐다는 서미례씨는 “산 아래서부터 주인을 알아보고 날아온다”며 “박새, 동고비, 직박구리들도 자주 온다”고 했다. 언젠가는 등산객이 먹이를 주다가 동고비를 너무 꽉 잡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진 일이 있었는데, 그 뒤부터는 먹이를 빨리 주고 보낸다고 한다. 곤줄박이들은 먹이를 내민 취재팀에게도 날아왔다.

▲ 약수정 휴게소 주인 서미례씨가 손에 먹이를 들고 팔을 내밀자 곤줄박이들이 날아왔다.

▲ 마천대(摩天臺)는 ‘하늘을 만질 수 있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어느 산이나 하산 코스는 발끝에 온 신경이 모인다. 대둔산은 특히 급경사와 계단이 많아 자칫 방심하다간 사고로 이어진다. 해서 1996년 대둔산 산악구조대가 창설됐다. 문승규 구조대장은 “케이블카가 있으니까 고령자나 지병을 가진 관광객들이 산을 쉽게 생각해 음주사고 등 산악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단풍 행락객들이 많은 가을철에 사고들이 몰린다”고 했다.

날이 잔뜩 흐려지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이 날씨에도 단체 관광객들이 꾸역꾸역 올라왔다. 그들의 들뜬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없다면 눈 내리는 이 대둔산은 안거에 들어간 수도승 같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문득 고은의 시 한 편이 생각났다. 내가 대둔산에서 보지 못한 그 꽃은 무엇일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대둔산 케이블카 정보
운주면 산북리 집단시설지구 안에 있는 대둔산 케이블카는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연장 운행한다. 케이블카는 정원 51명에 시간은 6분 정도 걸린다. 비수기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이용 요금은 대인(중학생 이상) 왕복 8500원, 편도 5500원이고, 소인(37개월~초등학생)은 왕복 5500원, 편도 3500원이다. 30명 이상 단체는 할인된다. 063-263-6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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