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ㅣ2013 ISPO MUNICH 현지취재 ⑥ 리포터 노트
SPECIAL REPORTㅣ2013 ISPO MUNICH 현지취재 ⑥ 리포터 노트
  • 글 사진 박소라 기자
  • 승인 2013.03.20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orean? No photo!”

“디자이너 취급 받기 싫으면 기자처럼 입고 가라.”
첫 이스포 뮌헨 취재를 앞둔 기자에게 선배들이 건넨 조언이다. 회사가 매년 전시회에 특파원을 파견하면서 생긴 노하우란다. 젊은 동양여자가 조금이라도 꾸미고 다니면 디자이너처럼 보이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그렇게 될 경우 프레스 카드를 내밀어도 취재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디자이너들이 전시회에서 선보인 제품들을 그대로 베껴와 똑같이 출시해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온 탓이다.

선배들의 조언대로 기자처럼(?) 입고 갔지만 결국 이스포 뮌헨 전시회에서 숱한 취재 거부를 겪었다. 이미 국내에서 디자인 복제 문제가 불거졌던 몇몇 브랜드는 아예 입장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프레스 카드를 들이대며 항의해 봤지만 그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Sorry” 뿐이었다. 기자 역시 한국에서 온 디자이너 몇몇이 한 브랜드 제품을 요모조모 뜯어보며 “이건 이렇게 만들면 되겠다”는 대화를 엿듣고 난 이후에는 반박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평소 ‘완소 아이템’이라며 자랑해마지 않았던 기자의 국산 재킷도 복제품이란 사실이 들통 났다. 국내에선 못 보던 디자인이라 당시에 제품을 출시한 업체마저 새삼 다시 보게끔 만들었던 재킷이다. 그런데 뮌헨 시내에 이와 똑같은 재킷이 걸려 있었다. 스웨덴 브랜드의 지난 시즌 제품을 완전 똑같이 복제한 것이다. 혹시라도 그 원조 제품의 회사 관계자를 만날까 무서워 기자의 재킷은 독일 출장 내내 트렁크에 고이 모셔졌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은 디자인 복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디스트리뷰터 대부분이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법적 권한이 없어 그동안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지만, 이와 관련된 비화는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참다못한 어느 수입업체가 대기업 브랜드의 디자인 복제 문제를 걸고 본사와 법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 사건은 대기업 간부가 직접 나서서 사과와 함께 해당 디자이너 해고 등을 약속하며 일단락됐다.

한 아웃도어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도 있지만, 등산·아웃도어 브랜드 디자이너 중 산에 다니는 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품 개발보다 스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회사 풍토도 한 몫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제품 기술력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다만 글로벌 브랜드를 발굴, 육성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최근 몇몇 업체가 중국과 유럽 등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고 나선 건 고무적이다. 올해 이스포 어워드에 선정되기까지 한 한국 브랜드의 선전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