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아웃도어ㅣ40년과 꿈의 질량
숫자로 읽는 아웃도어ㅣ40년과 꿈의 질량
  • 박성용 기자
  • 승인 2013.03.14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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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아웃도어가 이달에 들여다본 숫자는 40년입니다. 40년, 무슨 숫자일까요? 코오롱스포츠와 블랙야크의 나이입니다. 1973년에 설립되었으니까 사람 나이로 치면 중년에 접어든 것이죠. 역사와 회사 규모를 보더라도 두 브랜드는 토종의 자존심을 꿋꿋하게 지켜오고 있는 맏형 같은 존재입니다. 두 브랜드의 연혁은 우리나라 아웃도어 역사와 맥을 같이 합니다. 두 브랜드가 태어난 70년대 초는 ‘아웃도어’라는 말조차 생소했지만,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산업화에 힘입어 레저문화가 태동하던 시대였습니다.

두 브랜드는 태생이 달랐습니다. 코오롱스포츠는 우리나라 최초로 나일론을 생산한 한국나이롱이 모기업이고, 블랙야크는 등산장비점 동진산악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굴지의 기업과 종로통의 가게였던 것이죠. 두 브랜드의 오너도 성장 과정이 다르죠. 한 명은 창업자의 손자이고, 다른 한 명은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해서 성공한 자수성가형 인물이죠.

제가 두 브랜드의 출신 성분을 꺼낸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태생의 차이가 꿈의 질량을 좌우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비전은 비슷합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좋은 회사로 키우는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보면 코오롱스포츠와 블랙야크의 꿈은 어느 정도 실현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40년을 버텨온 것만으로도 대단하지요. 버티기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라고는 하지만, 유명 해외 브랜드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웬만한 뚝심과 저력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두 브랜드는 외형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문화를 발굴·육성시키는 일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해외원정 후원, 등산학교 운영, 오지탐사대, 클라이밍·볼더링대회, 환경캠페인 등 메마른 풍토에 단비 같은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덕분에 전문산악인들은 등반과 탐험활동에 매진하며 우리나라 등반 역사에 괄목할 만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7,80년대 산악계의 기린아들이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니까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를 한 셈이죠. 그러고 보니 제가 산에 첫 입문했을 때 입었던 등산복과 배낭이 코오롱스포츠 제품이었고, 암벽등반을 배울 때 썼던 헬멧이 동진레저가 만든 <프로자이언트> 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깊은 브랜드들입니다.

마흔 살을 흔히 불혹이라고 부릅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혹에 빠지지 말고 더 큰 꿈의 질량을 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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