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방구 섬 기행|제주도①
오도방구 섬 기행|제주도①
  • 글 사진 그림 김종한|협찬 KTM코리아 www.ktm.
  • 승인 2013.02.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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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나라로 도르멍 도르멍 갑서
용두암~이호테우해변~당오름~군산~정방폭포

오토바이 여행자에게 겨울은 가혹한 계절이다. 특히 올 겨울은 유별난 한파가 몰아닥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대로는 견딜 수 없어서 탈출을 감행했다. 매운 칼바람을 뚫고 도착한 인천항 연안부두. 승선수속을 마친 뒤 제주행 카페리 오하마나호에 오른다. 인천에서 제주도까지 13시간이 걸리는 긴 항해가 시작된다.

해안일주도로는 오토바이 올레길
바다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선상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뱃머리 저편에 제주도가 보이고 붉게 이글거리는 해가 한라산 어깨를 짚으며 솟아오른다.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일출은 마음에 파도를 일으킨다.

드디어 상륙한 제주도. 과연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까지 겪었던 육지의 칼바람과 다른 선선한 바람이 생소하면서도 기분 좋다. 제주도는 동서로 길쭉한 타원 형태의 해안선이 단순한 편이다. 1132번, 1136번 도로가 섬을 휘감아 돌고 남북 지역을 잇는 연락도로가 촘촘히 나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로 달릴 수 있는 가장 멋진 도로는 따로 있다. 최근에 개통한 해안일주도로다. 바다를 가장 가까이 바라보며 달리기에 이보다 좋은 길은 없다. 전국적인 걷기열풍의 진원지가 제주 올레길이라면 해안일주도로는 오토바이여행자를 위한 올레길이라 할 만하다.

제주시 용두암에서 출발한 해안일주도로는 제주비행장과 도두항을 거쳐서 이호테우해변으로 이어진다. 바닷가는 온통 시커먼 바위들이 기암절벽을 이루는데 화산활동으로 흘러내린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서 급격히 식으면서 형성된 것들이다. 검게 뒤틀린 바위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무늬며, 절묘하게 난 구멍 사이로 흰 파도가 부서지는 광경이 보는 이의 넋을 빼 놓는다. 먼 옛날에 상상하기 어려운 격렬한 지각활동이 빗어낸 예술품인 셈이다. 곽지과물해수욕장은 뽀얀 모래밭과 바닷물을 끌어들인 해수탕 시설이 유명하다. 남녀 구분된 실내에 들어서니 찬 바닷물에 뜬 낙엽이 스산할 뿐 인적이 없다. 아무리 제주도가 따뜻한 남쪽나라여도 겨울은 맞는 듯싶다.

제주 서편 절반을 눈에 담는 당오름
한림을 지나 협재에 이르자 넘실대는 흰 파도 너머로 비양도가 모습이 보인다. 비양도는 하나의 섬이자 오름이며 제주가 거느린 유인도 8개 중 하나다. 계속해서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거대한 풍력발전기 사이를 지난다. 용수리포구에 이르자 바다에 비스듬히 누운 와도와 차귀도가 보인다. 이들 섬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당오름(또는 당산봉)을 찾는다. 고산포구를 끼고 바닷가에 솟은 당오름은 바다 밑에서 마그마가 분출해서 솟은 수성화산체다. 이중환 형태를 한 오름이라서 바깥 테두리와 알봉으로 이루어졌다. 당오름이란 이름은 제주도 토속신을 모시는 당집이 있어서라고 한다. 당오름 산비탈을 오르면 거북바위와 전망대를 만나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차귀도 일대 경치가 가히 절경이다. 동서남북의 풍광을 한꺼번에 바라보는 시원한 전망이 그야말로 최고다. 동쪽에 한라산, 서쪽에 차귀도, 남쪽에 고산평야와 산방산, 북쪽에 비양도와 한림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당오름 전망대 한곳에서 제주도 서편 절반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수월봉에 들렀다가 대정과 모슬포를 거쳐서 산방산으로 향한다. 옛날에 어느 사냥꾼이 실수로 한라산 산신령의 궁둥이를 활로 쏘아 맞혔다. 화가 난 산신령이 산꼭대기를 통 채로 뽑아 던진 것이 날아와 산방산이 되었고 구덩이는 백록담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만큼 산방산의 형태는 독특한데, 실제로는 바다 밑에서 마그마가 꾸역꾸역 솟아올라서 굳은 것이라고 한다. 산방산 앞 용머리해안에는 하멜이 표착한 곳임을 알려주는 기념관이 있다.

화순항을 지나 군산에 오른다. 군산은 굴메오름이라고도 부른다. 군용 천막을 쳐 놓은 모습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해발 280m인 정상 근처까지 차로가 나 있어서 손쉽게 오를 수 있고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탁월하다. 산방산, 송악산, 형제섬, 가파도까지 훤히 보인다. 뿌연 연무 탓에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가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쉽지만 동쪽으로는 중문과 서귀포, 북쪽에 한라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군산은 당오름과 함께 최고의 전망지라 할 만하다.

제주도 최고의 미항 서귀포
중문을 거쳐서 첨예한 대립의 현장인 강정마을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난다. 외돌개를 지나 고갯마루에서 바라보는 서귀포항 정경이 아름답다. 과연 제주도의 미항답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여러 내(川)가 한줄기로 모여 천지연폭포를 이룬 뒤 서귀포 앞바다에 흘러들면 새섬, 문섬, 섶섬이 어우러져 멋스런 그림을 보여준다. 최근에 놓인 세연교를 건너서 새섬 산책로를 느긋하게 걸어본다. 새섬을 한자로 조도(鳥島)라고 하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때 지명을 잘못 쓴 경우에 해당한다. 새섬의 ‘새’는 초가집 지붕을 만들 때 쓰는 띠(풀)를 뜻하기 때문이다. 정방폭포는 높은 절벽에서 곧장 바다로 떨어지는데 동양에서 유일한 것이라고 한다. 폭포 옆 절벽에는 '서불과차'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는데 이는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왔던 서불이 서쪽으로 돌아가며 남긴 것이라고 전한다. 서귀포라는 지명도 거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정방폭포를 벗어나 다시 해안일주도로에 접어들자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제주도행 카페리 안내
인천에서 출발하는 오하마나호는 매주 월·수·금 오후 6시 30분에 출항한다. 목포에서는 매일 뉴씨월드고속페리호가 오전 9시, 레인보우호는 오후 1시에 떠난다. 완도는 추자도를 경유하는 한일카페리3호가 매일 오전 8시에 출항하며 한일카페리1호는 오후 4시에 떠난다. 부산~제주간 카페리는 오는 5월에 폐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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