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시간이 펼쳐지는 로맨틱한 일몰
마법의 시간이 펼쳐지는 로맨틱한 일몰
  • 글 사진 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3.02.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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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노을길…백사장항∼기지포∼꽃지해변 12km 4시간

▲ 꽃지해변 할미바위 노을. 먼 길을 걸어 만났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태안 노을길은 리아스식 해안의 로맨틱한 노을을 만나는 길이다. 춥고 먼 길 걸어 만난 꽃지는 붉은 꽃처럼 피어난다. 시나브로 떨어지는 일몰은 수평선을 두들겨 할미바위 앞으로 바닷길을 연다.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꽃지의 노을 풍경으로 새겨진다.

▲ 방포전망대에서 꽃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내려다보인다.

곰솔, 바다, 모래언덕 어우러진 길
1978년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리아스식 해안과 독특한 해양생태계가 아름다운 해상공원이다. 2007년 원유 유출 사고로 쓰라린 아픔을 겪었지만,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태안 해변길’은 원유 유출 사고로 침제된 태안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속적인 탐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태안 해변길은 태안반도 최북단 학암포에서 최남단 영목항까지 120km동안 이어진다. 각 구간별 특징에 따라서 바라길과 유람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바람길 등으로 구분된다. 그중 대표 코스가 5구간인 노을길이다. 노을길은 안면도의 백사장항∼삼봉∼기지포∼두여∼밧개∼방포∼꽃지로 이어지며 거리는 12km, 도보로 넉넉하게 4시간쯤 걸린다.

▲ 인적 뜸한 두여해변에 첫 발자국을 찍는 맛이 쏠쏠하다.
▲ 기지포 모래 언덕 앞의 해변을 걷는 사람들. 기지포는 신두리 버금가는 사구 지역이다.

태안에서 안면대교를 건너면 노을길의 출발점인 백사장항이 나온다. 안면도는 본래 육지로 ‘안면곶’이었다. 조선 인조 때 삼남지역의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남면 신온리와 안면읍 창기리 사이의 곶을 절단해 섬이 되었다. 안면(安眠)이란 지명은 글자 그대로 ‘편하게 잘 잔다’는 뜻이지만, 조수가 편안히 누워 쉴 수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안면도가 숲으로 우거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드르니항과 마주한 백사장항은 아담하고 정겨운 항구다. 이곳에서 잡히는 대하가 유명해 10월이면 축제가 열린다. 백사장항 해산물센터를 지나 골목을 빠져나오면 솔밭이 나오며 노을길이 시작된다. 노을길은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간다. 따라서 해질 무렵이면 어느 해변에서도 장엄한 노을을 만날 수 있다. 바다를 따르기에 평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과 비탈진 산길도 제법 많다.

▲ 기지포 모래에 귀여운 낙서.

▲ 방포의 명물인 나무 의자. 기우는 햇살이 반짝반짝 빛난다.

백사장해변이 끝나면 작은 야산인 삼봉이 앞을 막고 있다. 작은 봉우리 셋이 모여 있어 삼봉이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곧 삼봉전망대에 닿는다. 높이는 20m에 불과하지만 조망은 특급이다. 푸른 바다가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지나온 해변과 가야 할 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수평선에는 역광 속에서 지도, 지치, 삼섬, 갈마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삼봉을 내려오면 삼봉해변이다. 그대로 백사장을 따라 걸어도 되지만 그 옆 ‘사색의 길’로 불리는 600m 길이의 곰솔 숲길을 걷는 것이 즐겁다. 뽀득∼눈 밟는 소리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30m 높이의 수천 그루 곰솔 터널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중간에 멈춰 심호흡을 크게 하면 솔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 기지포 나무데크가 1004m 이어져 천사길이라 부른다.

신두리 버금가는 모래사구, 기지포
곰솔 터널이 끝나는 지점이 기지포해변이다. 기지포는 마을의 형태가 베틀을 닮아 ‘베틀 기(機)’와 ‘연못 지(池)’를 쓴다. 이곳은 신두리처럼 본래 드넓은 모래언덕으로 형성된 해안사구였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한때 모든 사구가 사라졌었다. 2002년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사구를 복원하기 위해 대나무를 지그재그로 엮어 만든 모래포집기를 설치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다시 모래가 쌓이기 시작하더니 2009년부터는 사구가 원래 모습대로 복원되고 사라졌던 사구식물들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안쪽 길은 계속 숲길이고, 해변으로 나가면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나무 데크로 조성한 길이 나온다. 나무 데크가 1004m 이어진다고 해서 ‘천사길’로 부른다. 천사길을 따르면 바다와 데크, 모래언덕이 어울려 풍광이 좋다.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썰물 때를 맞는다면 백사장을 따라 걷는 것이 운치 있다. 눈이 살포시 덮여 흰 도화지 같은 백사장에 첫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 연인과 함께라면 모래에 이름을 써놓고 깔깔거리는 것도 좋겠다.

▲ 방포에서 꽃지로 넘어가는 꽃다리.

▲ 태안 해변길을 알리는 기지포.

기지포해변이 끝나는 지점에 창정교가 놓여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풍천을 건너면 두여해변이다. 백사장에서 이곳까지가 6km, 노을길의 중간지점이다. 두여해변은 더욱 한적하고 멀리 수평선에 여러 섬들이 아스라하다. 두여해변 끝 지점 너른 공간에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다. 잠시 구경하니 조인성과 송혜교의 얼굴이 슬쩍 보인다. 이 드라마가 2월쯤 방영되면 노을길은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받을 수도 있겠다.

야산을 오르면 두여전망대다. 두여는 예전에 숲이 우거져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고 해서 ‘도여’라고 불렸다. 전망대에서는 대규모 지각운동으로 형성된 물결 모양의 해안습곡과 바위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을 내려오면 밧개해변이다. 투박한 밧개해변을 지나 작은 야산을 넘으면 몽돌이 흩어진 손바닥만한 해변을 만난다. 파도와 돌의 어우러진 화음을 감상하고 다시 야산을 넘으면 방포해변이다.

▲ 시원한 조망을 보여주는 두여전망대.

▲ 노을길의 중간 지점인 두여해변으로 건너가는 창정교.

꽃지 노을 속에서 걷기 마무리
방포해변은 펜션과 모텔이 몰려있어 노을길 중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방포의 바닷가는 평범하지만, 해변에 놓인 나무의자가 비범하다. 이곳에 앉으면 따순 겨울 햇살이 부드럽게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수평선으로 훌쩍 내려온 해가 수면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방포에서 다시 야산을 오르면 꽃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방포전망대에 닿는다. 이윽고 해가 점점 기울면서 ‘마법의 시간’이 펼쳐질 시간이다. 벌써 꽃지 할미바위 앞에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진을 치고 있다. 서둘러 내려와 꽃다리를 건넌다. 꽃다리는 꽃지해변과 방포를 잇는 아치형다리로 이곳 역시 일몰 포인트로 유명하다.


팜카밀레 허브농원
태안군 남면 몽산리에 자리한 국내 최대의 허브관광농원이다. 어린왕자펜션, 11개의 테마 가든과 제과점, 레스토랑, 공방, 허브샵 등을 운영한다. 5층 아파트 높이의 풍차에 오르면 몽산포해변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겨울철에는 썰매장이 개장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문의 041-675-3636.

백사장, 삼봉, 기지, 두여, 밧개, 방포… 그동안 걸어온 곳의 이름이 참 예뻤다. 꽃지는 소박한 이름의 절정이다. 해변을 따라 해당화가 많이 피어 ‘화지(花池)’로 불리다 ‘화’자가 우리말 ‘꽃’자로 변했다. 안면도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으로 인근의 안면도자연휴양림과 함께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열리기도 한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로 불리는 바위섬은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자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할미바위가 잘 보이는 갯벌에 삼각대를 펼치고 마법의 시간에 동참한다. 시나브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해가 들어오자, 때마침 썰물을 타고 길이 열린다.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할미바위로 나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으로 새겨진다. 그렇게 노을길은 화려한 노을 속에서 마무리 된다.


태안 해변길 안내
태안 해변길은 태안반도 최북단 학암포에서 최남단의 영목항까지 120km 이어지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각 구간은 바라길1(학암포∼신두리 14km 5시간), 바라길2(신두리∼모항항 14km 5시간), 배를 타고 둘러보는 유람길(모항항∼몽산포), 솔모랫길(몽산포∼드르니항 13km 3시간 30분), 노을길(백사장항∼꽃지 12km 4시간), 샛별바람길(꽃지∼영목항 29km 8시간 30분)로 나뉜다. 문의 태안해안국립공원 041-672-9737.

교통
자가용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산IC를 나와 서산, 태안읍을 지나 안면도 방향 7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간다. 몽산포항을 지나 안면대교를 건너면 백사장항이 나온다. 버스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안면도행 버스가 06:40~20:00 약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숙식
노을길 구간에는 예쁜 펜션이 많다. 특히 방포에 많은데, 오션비치(041-673-7751), 노을진바다(010-3232-5856)가 바다 풍광과 시설이 좋다. 승언리의 숲속가든(041-673-4465)은 충남의 전통음식인 게국지를 잘한다. 게와 김치가 어울린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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