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영동 ①여는 글
KOREA TRAVEL|영동 ①여는 글
  • 글 박성용 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3.02.01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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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사라지지 않는 달콤한 무지개

▲ 영동 곶감

영동은 무지개다. 한반도 내륙 깊숙이 들어앉은 영동은 무지개 같은 과일이 주렁주렁 달리는 곳이다. 무지개가 장밋빛 미래라면 과일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꿈이다. ‘레인보우’라는 별칭이 붙은 영동은 과일의 고장. 인류가 재배하는 작물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는 과실이다. 곡물이 인간에게 육체적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면, 과실은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자양분이다. 해서 영동사람들의 얼굴에는 포도와 와인 감과 곶감, 복숭아 등이 빚어내는 달콤한 무지개가 사계절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영동의 산하에서 만나는 무지개는 먼 나라의 허상이 아닌 대지에 흘린 인간의 땀이 태양에 굴절, 반사되어 나타난 실존인 것이다.

▲ 난계국악기제작촌의 해금
무지개는 희망이다. 희망은 인간의 두 발이 딛고 선 땅에서 시작된다. 희망의 이면에는 절망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영동사람들은 억센 생활력으로 절망을 걷어내고 터전을 일궈왔다. 말조차 꺼내기 무서웠던 노근리 사건의 아픔을 마음속으로 꾹꾹 다지며 언젠가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야속한 세월을 견뎌온 것이다. 그 한과 억울함은 노근리 평화공원으로 달랠 순 없지만, 더 이상 숨죽이며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온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바라보는 사람의 눈길이 서로 다를 뿐 희망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희망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는 온기가 있다. 온기는 소리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 온도차는 악기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국악의 본향 영동은 우리 가락의 숨결을 품고 있는 땅. 조선시대 아악을 정리한 박연은 바로 영동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그는 악기마다 서로 다른 소리의 결과 율을 정리하였으니 훗날 나그네에게 영동의 바람소리와 빗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이다. 사람의 기질이 나고 자란 풍토의 영향을 받는다면 인간의 손과 입을 통해 나오는 음악은 정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금강 물결이나 백두대간 산줄기를 타고 모여드는 온갖 소리들이 영동에서 잠시 바람과 햇살에 조율되면 우리네 고유 가락으로 변신해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 강선대에서 바라본 금강

▲ 국내 인공빙벽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용산면 율리의 영동빙벽장.

▲ 민간인 학살사건이 일어난 노근리 쌍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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