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산길 ㅣ 평창 선자령
걷고 싶은 산길 ㅣ 평창 선자령
  • 글 사진 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3.01.3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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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에 펼쳐진 눈꽃잔치

▲ 선자령 능선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선자령은 강한 바람에 잘 대비해야 한다.

대관령 영하 14도, 대관령 눈 15cm. 일기예보에 대관령이 단골로 등장하면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대관령 일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선자령은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하다. 선자령은 서서히 눈이 쌓이면서 설원과 풍차(풍력발전기)가 어울린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지고 있다.

대관령(832m)은 개마고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평탄면이다. 말 그대로 고도는 높은데 두루뭉술한 평지가 펼쳐진다. 수천만 년 전 지표면이 침식작용을 받아 평탄해졌다가 한 세월이 지난 뒤 지각변동에 의해 낮은 땅이 솟아올랐다고 한다. 백두대간 능선이 흐르는 대관령을 기준으로 서쪽 일대는 고위평탄면이고, 동쪽은 급경사를 이루다 동해를 만난다. 이러한 지형적 특징으로 대관령은 남한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고 툭하면 폭설이 쏟아진다. 여기에다 심심하면 몰아치는 강한 바람은 대관령 일대의 능선을 초원지대로 만들었다. 이러한 대관령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봉우리가 선자령이다. 선자령은 몇 년 전부터 겨울철 눈꽃산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선자령 산길은 대관령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뿐이었으나 얼마 전에 산림청에서 계곡길을 냈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해 선자령 계곡길과 능선길을 밟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약 10.8km, 4시간쯤 걸린다. 겨울철 선자령 산행은 눈과 바람에 대비해 반드시 아이젠과 방풍복을 준비해야 한다.

선자령의 들머리는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강릉 쪽으로 400m쯤 올라간 지점이다. 국사성황사를 알리는 거대한 비석 100m쯤 전에 ‘선자령 순환등산로 5.8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곳 공터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눈이 살짝 덮은 길은 그윽한 숲으로 이어지고 계곡의 얼음 밑으로 물이 졸졸 흐른다. 길섶의 물푸레나무들은 계곡이 완전히 얼기 전에 서둘러 물을 빨아올리는지 나무껍질에서 생기가 돈다.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자 철조망이 보이는데, 그 안은 양떼목장이다. 입장료 한 푼 내지 않고 양떼목장을 구경할 수 있는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 선자령의 상징인 부드러운 초원지대와 풍차. 풍차 뒤의 두루뭉술한 봉우리가 정상이다.

목장길이 끝나면 조림한 잣나무 군락지가 나오면서 삼거리를 만난다. 오른쪽은 국사성황사 방향이고 왼쪽이 선자령이다. 여기서 국사성황사를 거쳐 백두대간 능선에 올랐다가 강릉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대관령 옛길’이다. 삼거리에서 선자령 방향으로 들어서면 길은 어머니 젖가슴같이 포근한 산의 품을 파고든다. 거대한 전나무 뒤의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면 이제부터는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눈부시게 흰 나무껍질을 가진 자작나무는 눈과 어울려야 제맛이다. 도심 공원에서 조경을 위해 심어놓은 자작나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었다. 자작나무가 참나무로 바뀌면서 숲의 호젓함은 절정을 이룬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지그시 감자 적막함이 밀려온다. 바람도 시냇물도, 아니 세상이 잠시 멈춰선 느낌이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자 능선 위의 풍차(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넓은 임도가 끝나는 지점이 선자령의 턱밑이다. 여기서 300m쯤 산길을 오르면 펑퍼짐한 선자령 정상이다. 북쪽으로 곤신봉, 매봉을 지나 소황병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에는 하얀 풍차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 능선 오른쪽으로는 시퍼런 동해가 찰랑거린다. 흰 능선과 풍차, 그리고 푸른 바다의 빛깔이 잘 어울린다.

대관령 일대에 풍차가 선 이유는 연평균 초속 6.7m의 바람이 꾸준히 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발전 용량은 소양강 다목적댐의 절반에 해당하는 98MW급인데, 이는 약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한다. 게다가 약 15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니,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데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하산은 남쪽 능선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오면 된다. 만약 능선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시야가 좋지 못할 때는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것이 현명하다. 능선 초원지대를 40분쯤 내려오면 길이 양쪽으로 갈린다. 길은 나중에 합류하지만 새봉 전망대를 거치려면 왼쪽 길을 택해야 한다. 눈 쌓인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면 나무 데크로 전망대를 세운 새봉이다. 전망대에 서면 동해와 강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남대천과 경포호를 보고 있노라면 “아~ 강릉에 가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새봉을 내려와 대관령산신 김유신과 국사성황신 범일국사를 모신 국사성황사를 거치면 다시 옛 대관령휴게소로 내려오게 된다. 

TIP

교통
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횡계 나들목으로 나온다. 횡계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왼쪽 496번 지방도를 타고 7분쯤 가면 옛 대관령휴게소와 국사성황사 입구가 차례로 나온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까지 온 다음에 택시를 이용한다. 동서울터미널→횡계 06:32∼20:05까지 40분 간격으로 있다. 횡계 개인택시 033-335-6263.

숙식
대관령 주변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용평리조트 입구인 횡계리나 강릉 시내를 이용한다. 경포해수욕장 앞에는 시설 좋고 저렴한 모텔이 많다. 활어회는 경포나 강문보다 안목항이 친절하고 값도 싸다. 주안횟집(안목항, 033-651-4555). 강릉 시내 옥천동의 왕숯불구이(033-646-0901)집은 생고기두루치기가 일품인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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