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packing ㅣ 삼남길 ①Prologue
Backpacking ㅣ 삼남길 ①Prologue
  • 글 김 난 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3.01.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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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만큼 걸으면 어딘가에 닿게 된다

▲ 우리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만 지고 길을 나선 여행자다. 백패커는 그 사실을 잘 안다. 겨울이 춥다고 해도, 햇살은 따스하고, 흩날리는 눈은 아름답다는 것을.

17세기 프랑스 시인 라퐁텐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로마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으로 넓혀가는 과정에서 수도 로마를 기점으로 하는 군용도로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375개 주요 간선도로를 지닌 8만km 로마 가도는 거대한 제국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라퐁텐의 표현처럼, 로마를 기점으로 뻗어 나간 길은 반대로 전 세계의 길이 로마로 이어지게 했다. 도로를 통해 거대 제국을 마든 로마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길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수도에서부터 시작하며 지방의 모든 길은 결국 수도로 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에는 각국의 도읍을 중심으로, 고려시대에는 개경을 중심으로 도로망을 개설했다. 그 후 조선이 건국되면서 도로는 한양을 기점으로 다시 재편성되는데, 이렇게 정리된 간선도로가 조선의 9대 대로로, 조선의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 중 한양과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삼남지방을 연결한다 해서 삼남대로라 불렸던 그 길이 사단법인 아름다운도보여행에 의해서 트레킹 코스로 거듭나고 있다. 이사장인 ‘로드 플래너’ 손성일씨를 필두로 길 개척단이 직접 걸으면서 가장 걷기 편한 도보여행길을 만드는 덕분이다.

해남 땅끝에서부터 길을 이어와 3년에 걸쳐 전라도 구간을 완성했는데, 작년에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삼남길 경기도 구간이 개통됐다. 수원에서 화성을 거쳐 오산에 이르는 33.4km의 도보여행길로, 세 지역의 글자를 따서 이름붙여 칭하는 ‘산수화’의 자연과 구석기 고인돌부터 정조에 이르는 역사적 이야깃거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길이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시계토끼는 앨리스에게 “걸을 만큼 걸으면 틀림없이 어딘가에 도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패킹을 함께 한 장영진씨는 귀촌을 결심하고, 작년 초 서울에서 남해까지 보름 동안 걸었다. “결심을 다잡고, 걷는 동안 지난 삶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 해가 시작됐지만, 첫 걸음을 떼기가 두렵다면 주말 배낭을 들쳐 메고 삼남길에 올라보자. 걸을 만큼 걸으면 언젠가 닿을 것이다. 내면의 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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