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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TRAVEL ㅣ 충주 ①Prologue
KOREA TRAVEL ㅣ 충주 ①Prologue
  • 박성용 기자
  • 승인 2013.01.03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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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월 흘러와서 또 한 세월 흘러간다

▲ 충주호 물안개

충주는 물이다. 누구든 충주에 오면 물의 가족이 된다. 물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물의 세례를 받는다는 의미다. 충주에서 자라는 각종 농작물이나 모진 세월을 견뎌온 문화유적들은 거대한 물의 뿌리에서 자양분을 얻어왔다. 그래서 충주사람들의 얼굴 주름살에는 잔잔한 물의 파문이 일고, 목소리는 유장한 강물소리를 닮아간다. 서두름 없이 느긋한 그 소리는 타령이 되고 시가 되어 한 세월을 흘러와서 또 한 세월을 향해 흘러간다.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은 성찰의 순간이다. 그것은 헛헛하고 메마른 내면에 한 가닥 물길을 끌어오는 시간. 그리하여 물이 채워지면 사람들은 다시 남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석등을 통해 바라본 미륵석불입상
▲ 중원 탑평리 칠층석탑

충주의 물은 달다. 그 물이 얼마나 달면 달천이 흐른다.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충주 가금면을 지나 남한강에 흘러드는 달천은 물맛이 좋아 ‘단냇물’로도 불렀다. 충주 달천동은 달천의 지명 유래를 간직한 동네다. 이 달달한 물을 먹고 자란 충주 사과는 유독 붉고 달다. 가을이면 가로수로 심은 사과나무마다 탐스런 결실이 달린다. 사과는 충주의 주요 특산물. 그러니까 충주의 사과에는 달달한 강 하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 사과 한입 베어 물면 강 하나를 삼키게 되는 것이다.

달면 단단하다. 단것에는 끊임없는 다툼이 있다. 단것을 손에 쥐어야만 세력이 단단해진다는 걸 일찌감치 이 땅의 군주들은 알았던 것이다. 남한강을 낀 야철지 충주는 그래서 예로부터 치열했던 격전지였다. 그 시절 철이야말로 가장 달달한 열매이지 않았을까. 철로 만든 창검이나 농기구로 남의 땅이든 자기 땅이든 찌르고 파헤쳐 영토를 넓혀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단것에는 언제나 피와 땀 냄새가 엉켜 있는 것이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저 매혹적인 물안개는 무심하게 피어올랐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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