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의 진정한 의미를 아세요?”
“아웃도어의 진정한 의미를 아세요?”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3.01.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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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컬럼Ⅰ야외에서 즐기는 모든 활동…선진국의 다양성 배워야

▲ 아웃도어는 등산뿐 아니라 캠핑, 스키, 낚시, 스쿠버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자전거 등 야외에서 즐기는 모든 활동을 뜻한다. 그러나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아직 선진국을 따라잡기 힘들다.

2012년 패션 시장의 화두는 단연 ‘아웃도어’였다. 비단 2012년뿐만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붐처럼 일어난 아웃도어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아웃도어’라는 단어는 이제 등산·캠핑·캐주얼 등 다양한 패션 트렌드를 대표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불과 7년 전 기자가 처음 아웃도어 전문기자로 입사했을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7년 전 기자가 겪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해 아웃도어 전문지에 입사한 기자에게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거기 뭐하는 회사죠?”
“네? 여기는 <월간 아웃도어>를 발행하는 회산데요.”
“아웃도어? 그게 뭐하는 데에요? 음…, 야외에서 문 만드는 회산가.”
“……”

지금이야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이야기지만 당시만 해도 아웃도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전무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아웃도어=등산’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이었다. 이것도 그나마 ‘아웃도어’라는 단어를 아는 일부 사람들에 한해서다.

▲ 최근 몇 년 간 캠핑 열풍이 거세다.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캠핑은 점차 대중적인 여가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여가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주5일제가 정착하고 TV와 매체를 통해 야외활동의 즐거움이 재조명 되면서 등산·캠핑·레저활동을 포괄하는 아웃도어가 뜨기 시작한 것. 많은 브랜드들이 유명 스타들을 섭외해 홍보에 나선 것도 아웃도어의 대중화에 큰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열풍은 브랜드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블랙야크·케이투·컬럼비아·네파·라푸마 등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톱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를 알렸고, ‘아웃도어=등산’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캐주얼과 전문 아웃도어 패션의 결합을 시도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에서 입게 되면서 아웃도어 시장 연 매출 5조원이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문화도 세계 2위 수준일까? 몇 달 전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네. <월간 아웃도어>입니다.”
“아웃도어? 거기 옷 만드는 회산가요?”
기자와 통화를 한 사람에게 ‘아웃도어는 패션’인 것이다. 그런데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아웃도어’가 수많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지만 진정한 ‘아웃도어’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 최근에는 등산뿐 아니라 각종 '길'이 이슈가 되면서 도보여행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아웃도어(Outdoor)’의 사전적 의미는 ‘야외(野外)나 옥외(屋外)’다. 이 단순한 의미를 풀어보자면 ‘아웃도어란 야외에서 즐기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여기에 기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아웃도어는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 야외 활동’으로 범위를 좁히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와 아웃도어의 범위를 혼동하는데, 스포츠는 ‘규칙에 따라 경쟁하는 기록 경기’인데 반해 아웃도어는 ‘규칙, 기록과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는 활동’이다.

한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웃도어 활동은 단연 등산이다. IMF 이후 갈 곳을 잃은 중년 남성들이 산으로 몰리면서 등산 열풍이 시작됐고, 점차 중년 여성에서 20~30대 젊은층으로 대중화됐다. 몇 년 전부터는 캠핑붐도 거세다. 아름다운 국내 여행지를 리얼하게 소개한 ‘1박2일’이 국민 예능으로 떠오르면서 덩달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오토캠핑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등산과 캠핑은 이제 대중적인 여가활동이다. 여기에 계절 스포츠지만 20대부터 40~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열광하는 스키와 스노보드, 동호회를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자전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외에는 한국인들이 즐기는 아웃도어 활동을 꼽기가 쉽지 않다.

▲ 자전거는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레저활동이다.
7년 여를 아웃도어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미국·독일·일본 등 아웃도어 선진국에 출장 갈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미국의 REI, 독일의 슈스터·스포츠쉑, 일본의 엘브레스·ICI 등 대규모 멀티숍을 방문할 때마다 선진국형 유통 구조에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기자가 가장 크게 놀란 점은 어마어마한 매장의 규모가 아니다. 아웃도어의 다양성이다. 물론 이곳에도 트레킹 용품이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스킨스쿠버, 스키, 스노보드, 낚시,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자전거 용품도 등산 용품 못지않게 균등한 공간에 진열돼 있었다. 미국·독일·일본인들이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시장은 선진국과는 사뭇 다르다. 아웃도어 선진국의 경우 다양성을 내세운 멀티숍이 주요 유통망인 반면, 국내 유통은 트레킹과 캠핑 용품 위주의 단일 브랜드 매장이 대다수다. 물론 LG패션의 인터스포츠나 LS네트웍스의 웍앤톡, 아웃도어파크 등 많은 기업들이 선진국의 다양성을 받아들여 새로운 유통망을 시도하고 있지만, 괄목할만한 성공사례는 없었다.

국내에는 진정한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보다 아웃도어 패션이 좋아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는 아웃도어가 유행이지만 트렌드는 변화하기 마련. 진정한 아웃도어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미래도 장담하기 힘들다. 브랜드들은 성장과 매출 증대만을 위한 단기적인 안목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자연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올바른 문화형성을 위한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아직까지 국내에서 카누나 패러글라이딩은 대중적인 아웃도어 활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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