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산길 ㅣ 광주 무등산
걷고 싶은 산길 ㅣ 광주 무등산
  • 글 사진 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2.12.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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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목싸목’ 걸어 안기는 어머니의 품

▲ 중봉에서 본 천왕봉과 지왕봉. 후덕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흐른다.

무등산과 광주시민의 친화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시민과 북한산, 부산시민과 금정산, 대구시민과 팔공산 등의 친밀도보다 한 수 높다. 광주 도심 한가운데를 버티고 있는 지리적 위치도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광주시민과 아픔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무등산은 어머니의 산처럼 후덕한 육산이지만, 곳곳에 바위들이 주상절리를 이뤄 더욱 신비롭다.

무등산의 이름 유래는 분분하지만 대체로 백제 이전까지는 무돌이나 무당산, 통일신라 때는 무진악 또는 무악으로 부르다가 고려 때부터 서석산이라는 별칭과 함께 무등산으로 부른 것으로 본다. 신령스러운 돌이란 뜻인 ‘무돌’과 ‘서석’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무등산의 백미는 서석대와 입석대다.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무등산 주상절리는 우리나라에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유일하다. 매번 새로운 국립공원 후보가 발표될 때마다 무등산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무등산의 산길은 최근에 옛길이 개통하면서 더욱 다양해졌다. 그중에서 관리사무소를 들머리로 규봉암~장불재~입석대~서석대를 거쳐 증심사로 내려오는 길이 무등산 절경을 모두 둘러보는 코스다. 거리는 약 15km, 8시간쯤 걸린다. 짧게 타고 싶으면 무등산 옛길 2코스를 추천한다. 원효사 입구에서 서석대까지 4.12km, 2시간 30분쯤 걸린다. 하산은 입석대와 장불재를 거쳐 증심사로 내려오면 좋다.

무등산관리사무소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맑은 계곡이 흐른다. 계곡 주변은 온통 울창한 소나무로 그득하다. 무등산에 이렇게 좋은 소나무들이 가득한 것이 신기하다. 무등산장 입구를 지나 눈이 살짝 덮은 계곡을 30분쯤 오르면 꼬막재에 닿는다. 낮은 고개가 마치 꼬막처럼 엎드리고 있다고 해서 꼬막재다.

꼬막재부터 산허리를 타고 도는 순한 길이다. 신선대 억새평전에 이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다. 왼쪽 멀리 수려한 신선대가 바위와 눈으로 덮인 억새밭이 묘한 매력을 풍기기 때문이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면 인적 뜸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규봉암에 닿는다. 암자는 주상절리 광석대 아래에 자리 잡아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 신라 말에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고려시대에 보조국사 지눌이 찾아와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 ‘수정병풍(水晶屛風)’이라 불리는 서석대 위에서 바라본 광주시내.

규봉암을 지나면 바위들이 너덜겅을 이루고 그 안에 자리한 지공너덜를 만난다. 이곳 석굴은 인도에서 온 지공선사가 앉아 설법 한 곳으로 유명하다. 다시 너덜길을 밟으며 오르막을 올라붙으면 장불재다. 장불재는 웅장한 고원으로 입석대와 서석대 조망이 탁월하다. 여기서 완만한 오르막을 조금 오르면 웅장한 돌기둥을 만나며 입이 쩍 벌어진다. 입석대는 주상절리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치 신이 다듬어 놓은 듯한 원형기둥의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서석대보다 규모는 작지만 돌을 다듬어 놓은 정교한 솜씨는 한 수 위다.

입석대에서 능선을 오르면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 앞이다. 천왕봉에는 군부대가 들어서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기에 이곳이 정상 역할을 한다. 뒤를 돌아보면 부드러운 백마능선이 일품이다. 여기서 서석대로 내려서는 길은 그늘져 온통 눈꽃터널이다. 이윽고 서석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서석대 전망대. 서석대의 우람한 검은 바위와 주변 눈꽃이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아름답지요. 광주가 빛고을이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수정병풍이라 부르는 서석대에서 나왔어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광주시내에서 반짝이는 걸 볼 수 있어요.”

사진을 찍는 필자에게 어느 아저씨가 다가와 이것저것 알려준다. 그의 말과 눈빛에는 자긍심이 가득하다.

서석대에서 내려오면 중봉 안내판이 나온다. 예전 군부대가 있던 자리는 억새가 하늘거리는 운치 있는 길로 변했다. 중봉에 서면 무등산 정상부인 천왕봉과 인왕봉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난다. 눈을 머리에 인 봉우리들은 어머니의 산처럼 후덕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흐른다. 한동안 천왕봉과 눈을 맞추고 내려서면 용추삼거리를 만나면서 길이 넓어진다. 이어지는 중머리재 약수터에서 달고 시원한 약수를 들이켜고, 완만한 내리막을 따르면 증심사에 닿는다.

잠시 증심사를 구경하고 내려오면 의재미술관에 닿는다. 이곳은 남종문인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건립됐다. 미술관에는 사군자와 서예 등 선생의 시기별 대표 작품과 미공개작 60여 점을 비롯해 낙관과 화실인 춘설헌 현판, 사진과 편지 등 각종 유품이 전시되고 있다. 의재미술관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다. 

TIP

교통
자가용은 88올림픽고속도로 순창 나들목으로 나와 찾아간다. 광주버스터미널 앞에서 1187번 시내버스가 산수동을 거쳐 원효사 입구(무등산관리사무소)까지 약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맛집
운림동 증심사 입구는 등산객뿐만 아니라 광주 시민이 즐겨 찾는 장소다. 이곳에는 반찬 가짓수 많고 저렴한 보리밥집이 많다. 그중 행복식당(062-225-1672)은 뷔페식으로 꾸며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해산물이 들어간 된장국에 제철 나물 20여 가지, 탕수육, 튀김, 묵무침, 과일 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 식사는 물론 산행 후 뒤풀이에도 좋다. 1인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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