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무엇이 허기져 이토록 높은 데까지 올라 왔을까. 강줄기처럼 흘러가는 산 아래 도시의 불빛이 희미해지면 그 허기를 채울 수 있을까.
밤이 깊을수록 머리맡에는 식은 달빛이 쌓여갔다. 좁은 텐트 안에서 몸을 뒤척일 때마다 수시로 음표를 바꾸는 저 소리는 무엇일까.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고 새벽녘 누군가 잠결을 파고든다고 느꼈을 때 텐트를 들추고 들어온 한 줄기 바람.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신전의 주인이라고 말했을 때, 밤새 들었던 그 소리는 우리의 허기진 내면이 일으킨 변증법의 과정일 뿐 그 어떤 노랫소리도 울음소리도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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