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 소비자에게 득인가 실인가?
병행수입, 소비자에게 득인가 실인가?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2.12.14 10: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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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제품 구입…반면 위조상품도 버젓이 유통

▲ 현재 국내 병행수입 시장 규모는 연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에도 명암은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의 고가 논란이 아웃도어 시장 성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 청소년들의 왜곡된 유행에서 비롯된 노스페이스 ‘등골브레이커’가 최근에는 브랜드를 바꿔 또 다시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등 아웃도어 브랜드의 고가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고가의 제품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 고가논란을 받지 않는 이유는 최고급 소재와 끊임없는 연구 및 철저한 필드테스트의 장인정신, 브랜드 역사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제품도 마찬가지다. 짧게는 몇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아웃도어 제품들은 기능성은 물론 최고급 소재와 장인정신이 어우러진 테크니컬의 결정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도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은 고가에 속한다.

▲ 국내에도 구매대행 전문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은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최저가 제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보다 싸게’ 구입하길 원한다. 온라인 쇼핑몰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같은 제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최근 병행수입제품이 많아진 것도 ‘보다 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려는 판매자들이 늘어났기 때문.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병행수입의 경쟁력은 신상품을 최대한 빠르고 저렴하게 들여오는 데 있다”며 “향후 제품 수급 문제가 해결돼 전체 시장이 커진다면 명품시장의 40%를 병행수입으로 하는 일본처럼 병행수입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가격이 저렴한 아웃도어 제품들 중 상당수가 위조상품이다.
같은 제품도 반값에 구입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많은 해외 브랜드는 국내에 정식수입업체가 존재한다. 정식수입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 온 수입제품은 단독 브랜드 매장이나 멀티숍·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된다. 그런데 정식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판매자가 같은 브랜드 제품을 싸게 수입해 국내에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유통 경로를 병행수입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수입업자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금지됐었지만 1995년 리바이스 청바지의 병행수입 허용 반결을 계기로 전세가 뒤바뀌었다.

현재 국내 병행수입 시장 규모는 연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병행수입되는 품목은 모두 3300여 개에 달할 정도다. 병행수입이 이렇게 활발해진 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가 컸다. 현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슈로 지난 4월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병행수입을 활성화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영세한 병행수입 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과제 사격의 150% 통관담보금도 낮추기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병행수입품에 대한 AS시스템을 구축해 독점 수입업체와 경쟁할 수 있게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웃도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부터 아웃도어 고가논란이 붉어지면서 같은 값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병행수입품이 인기다. 정식수입품의 경우 원가에 도매이윤과 판매이윤을 붙여 판매하지만, 병행수입품은 도매이윤을 붙이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높다. 아웃도어 A사 고가 재킷의 경우 정식수입업체 판매가가 90만원에 육박한데 비해 최저가로 나온 병행수입제품은 40만원대로 저렴하다.

▲ 특허청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상당수의 위조상품을 단속해 적발한다.

A/S·진품논란 등 병행수입 그늘도 커
같은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많은 소비자들이 병행수입제품을 구입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그늘은 있다. 첫째로 A/S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수입되는 정식수입품의 경우 A/S를 받기 쉽지만 영세업자들이 들여오는 병행수입품은 현실적으로 A/S를 받기 힘들다.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했지만 소비자가 감내해야할 손해가 분명이 있는 것.

둘째로 교환과 환불이 어렵다. 병행수입품을 취급하는 많은 대형 쇼핑몰과 영세업자들은 ‘해외배송상품의 경우 일체의 교환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병행수입품의 교환과 환불을 애초에 차단하거나, 터무니없는 환불수수료를 물리기도 한다.

▲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제품을 구입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하는 교모한 위조상품이 많다.

셋째, 위조상품의 위험이 있다. 검증받지 않은 영세업자들 중 위조상품을 진품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뉴스를 통해 종종 보도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의 경우도 마찬가지.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가짜 키엘 수분크림·뉴발란스 운동화·모로칸 헤어오일 등을 버젓이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식수입업체들의 피해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싸게 구입해서 좋지만 정식수입업체들의 시름은 날로 커져간다. 정식수입품의 경우 한국에 들어올 때 13%의 관세가 붙고 여기에 운송비·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백화점에 입점하면 비용은 더 커진다. 백화점 수수료가 보통 35%, 인테리어 비용과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단가의 절반이 나가기 때문. 한 브랜드 관계자는 “정식수입업체가 비용을 들어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고 인지도를 높이면, 병행수입업체는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브랜드 인기에 편승해 제품을 판매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식·병행수입업체 상생 노력 필요
이렇게 많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병행수입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유로운 경쟁으로 인한 적정 가격 형성은 병행수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다. 중요한 것은 정식수입업체와 병행수입업체의 상생이다.

▲ 정식수입업체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운영하며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즉시 반영한다.

정식수입업체와 병행수입업체가 모두 웃기 위해서는 적정가격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식수입업체는 지나친 광고비나 마케팅 비용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병행수입품과는 차별화된 A/S와 품질보증서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두 제품의 차별화가 확실해질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병행수업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인 교환과 환불·A/S 등의 문제를 점차 해결해 나가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소비자들도 제품을 구입할 때 혹시 위조상품은 아닌지, 차후 서비스는 확실한지 고려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소비자들은 가격이냐, 신뢰성이냐, A/S냐, 우선순위를 고려해 똑똑한 소비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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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2013-02-05 21:13:18
대충 글 읽어보니 잘못된 정보가 쫌있네요.
특히 병행수입업자는 아무런지불도하지않는다... 병행수입업자도 관부가세 다 내고 들여오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