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톡톡 ㅣ 이용인 몬츄라코리아 대표
브랜드 톡톡 ㅣ 이용인 몬츄라코리아 대표
  • 글 박소라 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2.12.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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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변해도 우리 색깔은 변함없어요”

▲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몬츄라>를 수입·전개하는 몬츄라코리아 이용인 대표. 그는 “지난 10년간 몬츄라를 전개하면서 아시안 핏 팬츠를 출시한 게 제일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에 ‘까마귀’가 흔하던 시절이 있었다. 등산복을 온통 검은색으로 맞춰 입는 산꾼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팬츠도 하나같이 펑퍼짐한 검은색 양복바지처럼 입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산에 화려한 색상의 스키니 팬츠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2년 이탈리아 브랜드 <몬츄라>의 버티고 팬츠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몬츄라의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절개선, 그리고 슬림한 핏은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이었다. 기자도 반신반의했다. ‘이런 쫄쫄이 바지를 어떻게 입지?’라고. 이용인 몬츄라코리아 대표 역시 국내 시장에 버티고 팬츠를 들여올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초창기에 에어로빅 옷을 파냐는 소리도 들었어요. 저도 처음 입어봤을 땐 팬츠가 타이트해서 남세스러웠으니까요. 그런 제 모습을 본 와이프도 한숨을 내쉬더라고요. 유일하게 우리 어머니만 멋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예상외로 호평이 이어졌다. 버티고 팬츠의 탁월한 신축성과 내구성이 전문 산악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탄탄한 마니아층이 형성된 것. 산꾼들의 입소문을 타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몬츄라는 결국 국내 등산 팬츠의 판도를 바꾼 주역이 됐다.

올해 국내 론칭 10주년 맞아
패션 디자이너 로베르토 지오다니가 설립한 몬츄라는 많은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것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고집을 지켜오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자 그는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 자신의 자리에 앉히고 디자인에만 전념 중이다. 북한산성 입구에 위치한 몬츄라코리아 본사도 그의 작품이다. 설계에만 1년이 걸린 이 건물의 외관은 협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형상화하는 한편 유리창을 하늘로 표현해 꾸며졌다.

고집스러운 디자이너로 유명한 로베르토 지오다니는 몬츄라를 전개하는 나라 중 한국 시장 매출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트렌드를 뒤좇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이용인 대표 역시 몬츄라의 고집이 곧 브랜드의 색깔이라고 여기지만 한때는 그와 지퍼 하나 다는 문제로 5시간이 넘게 싸운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10년 동안 몬츄라를 전개하면서 아시안 핏 팬츠를 출시한 게 제일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바지 하나 줄이는데 보름씩 걸렸으니까요. 일단 본인의 기장에 맞으니 소비자도 좋아하고 판매자도 수선 부담 없고 불만 없으니 좋고. 그럼 우리도 좋고 이탈리아 본사도 좋고, 4명이 다 좋은 일은 했으니 잘한 일이죠.”

물론 다 좋은 일은 아니다. 몬츄라의 인기가 높아지며 덩달아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브랜드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 문제를 지적해 한 대기업 브랜드의 사과도 받았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대량으로 이미테이션 제품을 생산해 국내에 버젓이 유통시키는 행위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문제로 밀려드는 전화를 받느라 직원들이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했다. 결국 몬츄라코리아는 이와 관련해 경찰청과 국세청, 세관, 특허청과 협력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올해는 몬츄라가 국내 론칭 10주년을 맞은 해다. 몬츄라코리아는 이를 기념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대신 론칭 초기 출시한 제품을 지닌 고객들에게 50% 가격 할인을 진행했다. 지난 11월 12일에는 전국 매장 및 취급점 사장 40여 명을 초청해 고객 산행 하듯 계룡산 일대를 다녀왔다. “그동안 몬츄라 제품을 성심껏 판매해준 전국 취급점 사장단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란다. “우리에겐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러니 거래처 사장님들께 잘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현재 몬츄라코리아는 매출 300억 원을 자랑한다. 국내 수입·전개되는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서는 톱이다. 이용인 대표는 그저 “특별히 무엇을 한다기보다 매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고 그래서 10년 잘 왔다”고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몬츄라를 이끄는 이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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